특별칼럼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4차 산업혁명 옆 게임중독코드이란 '모순'

중국 고사에 모순의 일화가 있다. 모순(矛盾), 이는 창과 방패를 뜻한다. 중국 초나라에 창과 방패를 파는 장사꾼이 있었다. 그는 저잣거리에서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이 방패는 어떤 창으로도 뚫을 수 없답니다.”

이어서 그는 옆에 세워 놓은 창을 들어 흔들며 소리쳤다.

“이 창은 어떤 방패라도 뚫을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구경하던 사람이 말했다.

“그럼 그 창으로 방패를 뚫으면 어떻게 되나요?”

장사꾼은 아무 말도 못하고 슬그머니 사라졌다는 유명한 고사다.

우리는 모순에 대한 고사를 쉽게 인용하며 웃지만 우리 사회 도처에 모순이 깔려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런 모순 중 하나가 모범생과 창의성이라는 모순이다. 한국 사회는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낸 아이폰에 찬사를 보내지만 그가 실은 LSD(강력한 환각제)에 손을 댄 심각한 마약중독자였으며,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자친구에게 ‘나는 무정자증이라 아기를 만들 수 없다’고 우겨댄 ‘이중인격자’였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3년 후에 그는 자신이 개발한 PC에 ‘리사’라고 딸의 이름을 붙이며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저지른 행위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모범생과 창의성은 양립하기 힘들다. 모범생이라는 것은 기존 사회 질서가 요구하는 틀을 수용하고 이를 재생산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모범생은 기존의 틀 안에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인간형이다. 여기서 한국 사회는 창의성은 좋고 키워야 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창의성을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인 일탈이나 이질적인 행위는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또 있다. 열정과 동기부여는 좋지만 그것은 기성세대가 원하는 방향만이라는 모순이다. 지금은 4차산업혁명의 시대라고들 한다. 4차산업혁명은 여러 가지 특징이 있지만 그 중 하나로 예측불가성이 있다. 럭비공처럼 어디에서 혁신이 나타날지, 그리고 그 혁신이 어느 방향으로 진화할지 알기 어려운 시대라는 의미이다.

이런 시대에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이 등장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열정을 가지고 매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5000만 각개약진이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5000만 각개약진이 아니라 ‘5000만 단일방향’을 원한다 이 방향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그 사람은 이단아이고 사회부적응자로 낙인찍힌다.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역사의 교훈을 잊는 것 역시 모순이다.

우리는 게임이 폭력적이고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불과 30년 전에 만화영화 ‘로보트태권V’가 폭력물로 낙인 찍혀 정부가 TV나 극장 방영금지를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또 지금은 부모가 과학만화를 자녀에게 권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과거에 한국 사회는 만화책을 유해물로 지정해 만화책을 광장에 쌓아 놓고 휘발유를 끼얹어 불지르는 퍼포먼스까지 했다는 사실은 잊어버리려 한다.

한 유명 만화가는 이렇게 이야기한 바 있다.

“과거 만화는 청소년들의 유일한 문화콘텐츠였다. 하지만 정부는 유해물질이라는 낙인 아래 만화책을 불태우며 억압했고, 지금은 진흥법을 만들어 죽은 산업을 살리려 한다.”

이제는 어른들의 로망이 되어 버린 추억속의 ‘로보트태권V’와 만화책에 이어 청소년의 문화이자 4차산업혁명의 꽃이라는 게임이 다시 형장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옆에 누군가는 ‘게임중독코드’라는 불을 들고 서 있다. 만일 불이 붙으면 30년 후에 우리는 후손들에게 뭐라고 말할까.

‘정말 잘했다고? 아니면 참으로 어리석었다고?’'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

위정현 교수는?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사)콘텐츠경영연구소 소장, 한국게임학회 부회장, 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자문위원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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