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리니지M’의 역대급 성과에 가려진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몰락

[엔씨소프트 모바일게임 리니지M]

올해 게임업계의 최고 화두는 엔씨소프트의 대표적인 게임 ‘리니지’다. ‘리니지 레드나이츠’, ‘리니지2 레볼루션’, ‘리니지M’, ‘프로젝트 TL’ 등 연초부터 연말까지 끊임없이 ‘리니지’가 거론됐다. 다만 만 19년 진득한 진성 린저씨의 눈에는, ‘리니지’의 빛나는 성과와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보였다.

‘리니지’는 여러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게임이다. 20세기 말 PC방 붐 시기에 ‘스타크래프트’와 양대산맥을 이룬 ‘리니지’는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을 키운 1세대 게임이자, 지금의 엔씨소프트를 있게 만든 첫 타이틀이다. 또한 모바일에서 보여준 ‘리니지’ IP(지식재산권)의 힘은 가공할 위력을 과시했다.

어차피 연말 결산으로 봤을 때, 모바일게임 ‘리니지M’이 이루어낸 성과는 게임업계 사상 최고의 실적이다. 분기 매출액 5000억원에 근접한 ‘리니지M’은 엔씨소프트에게 새로운 이정표가 된 것이 분명하다.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R&D(연구개발) 인력이 모바일게임 부서로 대거 이동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모바일에 더욱 힘을 싣는 모양새다.

‘리니지M’은 사전예약 550만, 1일 최고매출 130억원 등 업계에서 유래 없는 금자탑을 세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덕분에 엔씨소프트는 2017년에 창사 이래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게 됐다. 단지 국내 성과만이다. ‘리니지M’은 ‘리니지’ IP가 한국 다음으로 인기를 끌은 대만에서도 출시, 모바일게임 최대 시장인 중국도 겨냥 중이다.

[엔씨소프트 온라인게임 리니지]

하지만 ‘리니지M’의 커다란 성과 이면에는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막대한 희생이 동반됐다. 증권가에서는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효과라고도 부르지만, 사실 ‘리니지M’이 출시하기 이전부터 ‘리니지’의 지표 하향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게임 시장 경제의 붕괴와 트래픽 감소, 지속된 유료화 상품에 높은 피로도 등으로 인해 ‘리니지’는 괴멸 일보 직전이다.

높은 ARPU(1인당 결제액), 풍부한 유저 등 ‘리니지’는 한 때 엔씨소프트의 주력 상품이자, 캐시 카우 역할을 해냈다. 불과 4년 전인 2013년 11월 27일 엔씨소프트의 기자간담회에서 심민규 리니지 PD(전무)와 이성구 사업 실장(상무)은 ‘리니지’가 “3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게임”, “노인이 되어서도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게 자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되돌아보면 ‘리니지’는 2015년부터 붕괴의 조짐이 보였다. 그간 엔씨소프트는 4~5년 단위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내놓았지만, 2012년 ‘블레이드앤소울’ 이후 성장 모멘텀을 내놓지 못했다. 내려가는 주가에 주주들은 아우성을 쳤고, 회사 측은 기존 온라인 게임에 매출 비중을 높이는 방법 밖에 없었다. 밸런스를 무시하고 매출을 위한 상품이 ‘리니지’에 쏟아졌다. 우스갯소리로 ‘귀걸이로 막고 반지로 때린다’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단지 결과만 놓고 보면 2017년 ‘리니지’는 ‘리니지M’으로 탈바꿈해 역대급 성공을 거뒀다. 새로운 온라인게임 ‘프로젝트TL’ 역시 ‘The Lineage’로 엔씨소프트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변해도 너무나 많이 변한 ‘리니지’를 보면 마음 한 켠에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대로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은 아쉬움과 과거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는 광경에서 삭막한 느낌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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