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성장하는 국제게임쇼 지스타, 그리고 풀어야할 과제들

국제게임쇼 ‘지스타 2017’이 19일 나흘간의 대장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 ‘선택’과 ‘집중’을 택한 ‘지스타 2017’은 볼거리가 없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종식시켰다. 그렇지만 B2B관에서 여전히 나타난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다.

부산 벡스코에서 16일 열린 지스타는 포항 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미루어지면서 흥행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에 나왔다. 실제 지스타 둘째 날에는 전년대비 9% 감소한 4만 3173명이 지스타 현장을 찾았다. 임시 휴교령이 풀리고, 수험생 공백이 나타나면서 관람객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말 특수를 맞이한 셋째 날부터 지스타는 다시 회복했고, 일요일까지 현장의 열기를 이어가며 역대 최대 인파를 기록했다. 주말인 18일 오전 9시부터 벡스코 입구는 지스타 입장권을 구매하려는 관람객이 대거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루었다. 18일에 방문한 관람객만 8만2978명이며, 한파가 닥친 일요일에도 대량의 관람객이 몰렸다.

지스타조직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나흘간 ‘지스타 2017’에 찾은 관람객은 22만5293명으로 전년대비 2.8% 증가했다. 벡스코 제2전시장에 마련된 B2B관을 찾은 유료 바이어 역시 전년대비 5.4% 증가한 2006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스타가 새로운 변화를 ‘선택’하고, 게임사들이 게임에 ‘집중’한 결과다. ‘지스타 2017’은 그간 서브 콘텐츠로 치부된 ‘e스포츠’를 메인으로 올렸고, 각 게임사의 부스에는 출시를 확정한 기대작만 추려서 선보였다.

e스포츠, 지스타의 새로운 메인 콘텐츠로 떠오르다

올해 지스타의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e스포츠다. 과거 지스타에서도 e스포츠는 꾸준히 선보였지만, 이번에는 아예 메인 콘텐츠로 자리했다. 게임 산업은 온라인, 모바일, 콘솔, 아케이드 등 대중화를 이루면서 ‘하는 재미’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그런 ‘보는 재미’에 집중한 회사가 액토즈소프트다. 액토즈소프트는 ‘지스타 2017’에서 e스포츠 브랜드 ‘WEGL’을 톡톡히 알렸다. B2C관에 300부스 규모로 ‘WEGL 2017 파이널’을 개최한 것이다. B2C관 좌측면 전체를 WEGL로 가득 채운 액토즈소프트는 부스의 대부분을 e스포츠로 운영했고, 출범 후 첫 파이널 무대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며 화려하게 꾸몄다.

특히 올해 지스타는 ‘배틀그라운드’가 e스포츠의 백미로 다가왔다.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는 지스타에서 15세 버전으로 각종 대회와 이벤트 전을 진행했다. 대량의 관람객이 몰린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현장은 말 그대로 북새통의 현장이다. 뿐만 아니라 유명 BJ와 스트리머들의 ‘배틀그라운드’ 방송은 글로벌에서 지스타를 알리는 효과까지 불러왔다.

지난해까지 지스타는 e스포츠가 서브 콘텐츠로 부스에 관람객들을 붙들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올해에는 e스포츠가 하나의 메인 콘텐츠로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동시에 글로벌 e스포츠 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e스포츠의 원조 국가인 한국에서도 차별성을 내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구오하이빈 액토즈소프트 대표는 “현재 e스포츠 산업은 전세계에서 주류로 성장하고 있다”며 “액토즈소프트는 WEGL을 통해 더 좋은 e스포츠 볼거리를 발굴하고, 내년부터 규모를 더욱 키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게임사마다 주력 상품만 ‘집중’ 전시

기존 지스타에 전시한 게임은 시연대만 마련하고 출시일을 차일피일 미루기 십상이었다. 수년간 출시가 밀린 게임도 다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대형 게임사부터 중소 게임사까지 ‘지스타 2017’은 곧 ‘출시’를 앞 둔 작품들이 대거 전시됐다.

‘피파온라인4’, ‘니드포스피드엣지’, ‘오버히트’, ‘테라M’, ‘라그나로크M’, ‘에어(Air)’ 등 플랫폼을 넘나들며 곧 출시 초읽기에 들어간 작품들이 게임쇼에 등장했다. 이는 관람객들에게 지스타에 게임의 핵심 재미만 담은 시연 버전을 선보임과 동시에, 곧 게임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넥슨, 넷마블, 블루홀 등은 ‘지스타 2017’에서 대규모 시연대를 마련하고 관람객들을 끌어 모았다. PC 온라인게임부터 모바일게임까지 각 시연대에는 긴 장사진이 펼쳐졌다. 근처에서 e스포츠 경기까지 있는 시간대에는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혼잡한 상황이 연출됐다. 또 코스프레, 부스걸 등 부스의 추가적인 옵션도 대부분 게임과 관련된 콘텐츠로 채웠다.

게임사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매년 막대한 지출이 동반되는 지스타에서 20만명을 상회하는 게이머들에게 제대로 된 게임을 하나라도 더 알리고 싶은 심정이다. 개발 기간이 긴 온라인게임에서 훨씬 짧아진 모바일게임으로 넘어오면서 그런 부분은 더욱 심화됐다. 고도화된 게임 마케팅 시장에서 지스타를 최대한 활용하는 모양새다.

이정헌 넥슨 부사장은 “내년 출시를 확정한 완성도 높은 게임만 엄선해서 지스타에 선보였다. 관람객들이 가장 먼저 새로운 게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부스 전체를 시연존으로 구성했다”고 전했다.

뜨고 있는 지스타, 하지만 B2B 효과는 글쎄

지스타의 B2C관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북적이는 B2C관을 보면 한국 게임산업의 위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 기업 간의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B2B는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성장할 때, 대규모 수출 계약부터 해외 투자까지 이끌어냈다.

하지만 B2B가 침체기를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스타의 개최 시기를 첫 번째 이유로 입을 모았다.  글로벌 3대 게임쇼인 E3(5월), 게임스컴(8월), 도쿄게임쇼(9월)와 차이나조이(7월) 등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지스타가 11월에 열린다.

이미 신작들은 3대 게임쇼와 차이나조이를 통해 대부분 공개된다. 국제게임전시회를 표방한 지스타는 메이저 게임쇼보다 뒤늦게 진행돼 경쟁력이 떨어진다. 글로벌 게임사 입장에서는 신작을 앞선 메이저 게임쇼에서 소개했는데 굳이 지스타에 ‘한국’만을 타깃으로 또 다시 부스를 꾸릴 필요가 없다.

또한 B2B관의 입장 가격도 풀어야 할 과제다. 20만원에 달하는 B2B관 입장권 가격은 1인이 아닌 다수가 입장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B2B관 단독 부스를 어렵사리 꾸몄지만, 딱히 성과가 나지 않아 업체들도 울상이다. 실제 중국 등 일부 게임사 대표들은 지스타의 B2B관을 찾기보다는 근처의 호텔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다.

B2B관에서 만난 한 업체의 관계자는 “매년 B2B관에 단독 부스를 꾸미는데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유료 바이어들이 찾는 횟수도 줄어들고 계약 미팅도 감소했다. 내년에도 지스타에 참가할지 내부에서도 고민 중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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