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쇼 차이나조이 2017에서 본 중국의 노골적인 한한령

중국의 ‘몽니’가 게임업계에도 덮쳤다. 중국은 이미 올해 3월부터 발급이 전무한 ‘판호’에 이어, 게임쇼 차이나조이 2017에서 한국공동관에 ‘한국’이란 단어를 삭제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이 더욱 교묘하고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 26일부터 상하이 신국제박람센터에서 진행된 중국 최대 게임쇼 차이나조이는 그런 중국의 태도를 톡톡히 체험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이 한한령에 편승해 한국 게임사에 보복했다고 입을 모았다.

“전년 대비 비즈니스 매칭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중국 정부의 판호 거부에 이어 차이나조이에서도 문전홀대 받으면서까지 나와야 하나.” 현장에서 만난 한국 게임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차이나조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한국 게임은 완전히 배제됐다.

일반인 관람객들에게 허용된 B2C 전시관에는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등 한국산 온라인게임이 일부 전시됐다. 문제는 현지 수출 계약 체결 등 실무적인 협상이 진행되는 B2B 전시관에서 발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국내 34개의 게임사와 함께 차이나조이에 진출한 ‘한국공동관(KOCCA)’에 ‘한국(韓國)’이란 명칭 사용을 불허한 것. 덕분에 한국공동관을 찾아도 입구에 붙은 KOCCA만 큼지막하게 보여, 약어를 모르는 바이어는 한국공동관인지 확인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중국과 척을 지고 있는 대만은 ‘타이완(Taiwan)’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게 놔뒀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한국에 중국의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아시아 최대 게임쇼라고도 불리는 차이나조이 현장에서 본 상황이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현실적인 태도다.

이런 부분은 한중 간에 문화콘텐츠 무역 상황을 보면 더욱 명확하게 나타난다. 지난 2015년 기준 국내 문화콘텐츠 수출액의 26.6%를 중국이 차지했다. 넥슨, 위메이드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중국 비중은 매출액에서부터 크다. 특히 스마일게이트는 온라인게임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매출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7년 1분기 콘텐츠산업 수출액 현황은 12억6652만 달러(약 1조4181억 원)로 전년 동기대비 4.7% 감소했다. 전분기 대비는 31%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중국의 한한령에 따른 3월부터 한국산 게임에 대한 신규 판호 발급 거부로 인해 전체적인 수출액 감소로 보인다.

심지어 중국은 차이나조이 현장에서 KOCCA 부스의 위치를 가장 외진 곳으로 배정했다. 지난 차이나조이 2016에서는 B2B 입장구에서 바로 한국공동관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한국공동관이 있던 자리에는 대만공동관이 위치했고, 한국공동관은 명칭 KOCCA만 남긴 채 2번째 전시관으로 강제이주 했다.

차이나조이 현장에서 만난 KOCCA 관계자는 “차이나조이 주최 측이 배정한 KOCCA 부스의 위치는 상당히 외진 곳이었다”며 “주최 측에 사정사정해서 그나마 나은 현재의 위치로 겨우 옮겼다”고 털어놨다. 때문에 수출을 목적으로 차이나조이 KOCCA 부스에 참가한 한국 게임사들은 울상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중국산 게임의 한국 진출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대형 게임사뿐만 아니라 중소 게임사들까지 한국에서 자체 서비스를 시도하며 중국 게임이 한국 시장 매출 상위권까지 꿰찼다. 수입은 막되, 수출은 허용하겠다는 중국의 일방적인 행보다.

차이나조이의 주최 측은 중국 광전총국과 과학기술부, 국가체육총국 등 정부기관이다. 이번 차이나조이에서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몽니’는 그대로 드러났고, 한국은 그대로 따랐을 뿐이다. 단일 기업으로 대처할 수 없는 중국의 몽니, ‘한한령’에 대한 특단의 대처가 필요한 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중국 측이 요구한 조건에서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와 고심을 했다”며 “하지만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두고 한국 게임사들의 비즈니스 지원을 최우선으로 삼기 위해 참가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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