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M’에 의한 원작 ‘리니지’ 자기잠식, 근거 있을까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리니지’가 2017년 2분기, 30분기 만에 최저 매출액인 338억 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21일 모바일게임 ‘리니지M’ 출시로 말미암아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이 발생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다.

게임은 제조업과 달리 후속 모델이 나오더라도 기존 게임의 매출 급감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는 ‘리니지’의 후속작 ‘리니지2’나 넥슨의 ‘서든어택’, ‘메이플스토리’ 시리즈의 지표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넘버링이 붙은 패키지 게임과 달리, PC 온라인게임은 무조건적인 ‘카니발리제이션’을 적용하기 어려운 케이스다.

엔씨소프트의 2분기 총매출액 중 ‘리니지’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분기 내 보이는 수치만 그렇게 보일 뿐, 각종 지표와 매출액을 보다 자세히 분석해보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우선 ‘리니지M’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원작 ‘리니지’ 매출액이 줄었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리니지’의 매출은 2016년 4분기 1168억 원 이후 2분기 연속 토막이 났다. 2017년 2분기 ‘리니지’의 매출액은 338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 대비 28% 수준으로 줄었다.

매출 감소는 겉으로만 보면 ‘카니발리제이션’이 일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2분기 ‘리니지’의 매출액 감소는 직접적인 상품 판매 감소보다 4분기 매출인식 변경이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

펀플카드 같은 일부 PC방 오프라인 상품의 경우, 지난해 말 발행과 동시에 2016년 4분기 매출액으로 잡혔다. 그러나 실제 오프라인 상품의 판매가 진행된 2017년 1분기와 2분기 매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오프라인 상품 판매가 매출액으로 잡히는 시점과, 실제 시장에서 소진되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리니지’ 연간 분기 평균 매출액은 2012년 500억 원을 돌파한 이래, 2014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성장했다. 특히 2016년은 총매출액 3753억 원, 분기 평균 938억 원 등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7년 2분기까지 총매출액 852억 원, 분기 평균 426억 원으로 대폭 하락한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매출인식 방법 변경 시점과 그렇지 않은 시점과 비교하면 그 차가 대폭 줄어든다. 2016년 4분기부터 2017년 1분기, 2분기 ‘리니지’ 총매출액은 2036억 원이다. 분기별 평균 매출액은 678억 원이다. 이전 20분기 평균 매출액이 682억 원으로 불과 4억 원 차로 좁혀진다.

즉, ‘리니지’ 매출액은 회계 기준 변경으로 정해진 기간만 보는 게 아니라, 아이템 판매가 지속되는 기간 평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엔씨소프트는 3분기 ‘드래곤의 보물상자’를 시작으로 오프라인 PC방 상품이 신규로 판매를 개시했다. 추가적인 상품 판매가 개시되면 3분기 ‘리니지’의 매출액 또한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리니지’의 감소한 트래픽이 3분기 매출액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여기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이용자 이탈이다. ‘리니지’의 가입자가 ‘리니지M’으로 이동했다는 주장이다. ‘리니지’의 가입자와 ‘리니지M’의 가입자가 동일하기 때문에 이탈로 보고 있다. 이를 면밀히 살펴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온라인게임 ‘리니지’는 서비스 기간만 19년에 이르는 최장수 게임 중 하나다. 지난 2012년 ‘리니지’에 생성된 캐릭터 수는 4900만개. 대한민국 총 인구수에 가깝다. 모바일게임 ‘리니지M’의 사전예약자는 550만 명, 1개월 누적 가입자는 1000만 명이다. 트래픽이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두 게임은 당연히 겹칠 수밖에 없다.

‘리니지’는 PC 온라인게임, ‘리니지M’은 모바일게임이다. 만약 ‘리니지’ 시장에 ‘리니지M’으로 인한 ‘카니발리제이션’이 일어났다면 궤멸 직전 상황에 봉착해야 한다. 하지만 ‘리니지’는 몇 년 전부터 트래픽 감소로 서서히 재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을 뿐, ‘리니지M’이 출시된 6월 21일 이후 시장 궤멸과 같은 급격한 하락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반면 ‘리니지’의 연간 매출액은 2012년 2000억 원을 돌파한데 이어, 2015년에는 3000억 원을 넘어섰다. 2016년은 리니지의 역대 최대 연간 매출액인 3753억 원을 달성했다. 트래픽은 감소했지만, 매출액은 늘어났다. 이는 ‘리니지’의 1인당 평균 결제액(ARPU)이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래픽은 줄고, ARPU의 증가는 이용자들에게 과금에 대한 피로도를 불러와 사실상 게임의 수명을 갉아먹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엔씨소프트도 ‘리니지’의 분기 매출액이 줄어들어 위기설이 떠오를 때마다 누적된 프로모션으로 인한 피로도 해소를 위한 분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리니지M’은 아직까지 모바일 디바이스로 코어한 플레이를 즐기기 어렵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뮤’, ‘녹스’, ‘블루스택’ 등 PC 컨버팅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안이 주로 언급된다. 어차피 같은 PC로 ‘리니지M’을 플레이 하기 위해 기존 온라인게임의 재화를 모두 버리고 옮긴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다가오는 3분기는 ‘리니지’의 향후 성장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중요한 기로가 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도 내, 외부의 포커스가 ‘리니지M’에 집중된 만큼, 목표로 정한 향후 30년 이상 갈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리니지M 카니발리제이션’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윤재수 엔씨소프트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콜에서 “‘리니지’의 3분기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리니지’ 이용자 인프라와 아이템 프로모션에 대한 반응을 봤을 때, 지난해 수준까지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김창현 홍보팀장은 “‘리니지M’은 PC 온라인게임인 ‘리니지’와 이용자층의 중복성과 콘텐츠 동일성 등 유사한 부분이 있어서 시장에서 ‘카니발리제이션’으로 보는 것 같다. 숫자로 비춰지는 부분과 실제 데이터는 차이가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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