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한국게임업계 핫 키워드...소녀전선-펄어비스-확률형아이템-e스포츠협회

올해도 게임업계에는 각종 이슈가 쏟아졌다. ‘리니지2 레볼루션’, ‘리니지M’,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등 한국 개발사들의 신작이 날아올랐고, 한편에서는 ‘소녀전선’을 필두로 한 중국 게임들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됐으며, e스포츠판에서는 다양한 사건사고로 한바탕 잡음이 일었다. 2017년 연말을 맞이해 주요 이슈를 되짚어봤다.

모바일게임 판 키운 ‘리니지2 레볼루션’-‘리니지M’

올해 가장 큰 성과를 거둔 게임이라면 단연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들이 전사적 역량을 총동원해 만든 이 게임들은 출시 이후 모바일게임 사상 유례없는 매출 성과를 거뒀다.

이후 모바일게임 시장은 춘추전국 시대에서 대형 MMORPG 중심으로 재편됐고, 2018년에도 이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대형 모바일 MMORPG들이 일제히 출격을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정식 출시된 ‘리니지2 레볼루션’은 출시 한달만에 누적매출 2060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종사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는 한국 모바일게임 사상 최대의 기록이었다. 올해 1월 넷마블은 이례적으로 게임 지표를 자세히 공개했는데, 한국 게임업계에 한 획을 긋는 변화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6월, ‘리니지M’이 또 한번 흥행 폭탄을 터트렸다. 엔씨소프트가 밝힌 첫날 매출은 107억원으로, 이는 79억원을 기록한 ‘리니지2 레볼루션’을 단숨에 앞지른 수치다. 이후 ‘리니지M’은 장기집권 체제를 굳혔고, 덕분에 엔씨소프트는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2018년 초에는 게임빌의 ‘로열블러드’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 모바일 MMORPG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올해 흥행 쌍끌이에 성공한 ‘리니지’ 형제들에 이어 이들이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3000만장 판매, 전세계 매료시킨 ‘배틀그라운드’ 신드롬

2017년은 블루홀과 ‘배틀그라운드’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 3월 스팀에 얼리억세스로 출시된 ‘배틀그라운드’는 입소문을 타고 날개돋친듯 팔려나갔다. 전세계 판매량은 12월 기준 3000만장 이상으로, 대한민국 인구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배틀그라운드’를 즐기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블루홀은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배틀그라운드’ 개발 조직을 별도 법인인 펍지(PUBG)주식회사로 분리했다. 게임 이름이 회사 이름이 된 것. 이후 ‘배틀그라운드’는 한 해 최고의 게임을 가리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통령상(대상)을 수상했으며, 중국 최대의 게임사 텐센트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중국 서비스 준비에 들어갔다.

‘배틀그라운드’가 성공을 거두자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들이 시장에 우후죽순 쏟아지기도 했다. 특히 중국 게임사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텐센트, 넷이즈, 샤오미 등이 ‘배틀그라운드’와 흡사한 모바일게임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이들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거나 자기장이 좁아지는 ‘배틀그라운드’의 시스템을 똑같이 차용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도 배틀로얄 모드를 무료로 배포해 3000만명의 사용자를 모으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사드 보복으로 한국 게임 중국 진출 ‘뚝’

중국은 3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을 원천 차단시켰다.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판호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 판호를 담당하는 중국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8개월간 한국 게임에 대해 단 한 건의 판호도 내주지 않았다.

이로 인해 중국에 진출하려던 한국 게임사들에게 일제히 제동이 걸렸다.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던 게임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리니지2 레볼루션’, ‘리니지 레드나이츠’, ‘검은사막’ 등 신작 게임들에게는 타격이 컸다. 이들은 일찌감치 판호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판호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조금씩 풀리는 모양새다. 게임업계에서는 빠르면 내년 초부터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심야통행금지' 강제적셧다운제 2019년까지 연장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2019년까지 연장됐다. 2년마다 셧다운제 평가 및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강제적 셧다운제’는 2019년 5월 19일까지 적용된다. 적용 대상은 PC 온라인게임, 웹게임, 패키지게임 등이다. 모바일게임과 콘솔 게임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11월에는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셧다운제 폐지를 골자로 한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국회에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김상민 제19대 의원이 2014년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입법화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2011년에는 일부 이용자와 학부모들이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2014년 합헌 결정을 내렸다.

김 의원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도입된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여, 청소년과 청소년의 친권자의 자율적인 책임 하에 청소년 보호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달라진 중국게임 위상…‘소녀전선’의 대성공

중국 미카(MICA)팀이 개발한 모바일 미소녀게임 ‘소녀전선’은 하반기 가장 주목받은 게임 중 하나다. 6월 말 조용히 출시된 이 게임은 내로라하는 대작 게임들을 제치고 구글 게임매출 3위까지 치솟으며 업계 관계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본토 중국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게임이기에 더욱 의외의 결과라는 평이다.

‘소녀전선’은 미소녀로 묘사된 각종 총기류를 수집하는 게임이다. 전함을 미소녀에 대입한 ‘칸코레’ 게임과 콘셉트가 유사하지만 더 탄탄한 완성도와 편리한 시스템을 갖췄다. 무엇보다 다른 수집형 게임들과 달리 과금 유도가 심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더욱 호평받았다.

승승장구하던 ‘소녀전선’은 ‘청불 이슈’에 휘말리기도 했다. 12세 이용가로 서비스되는 이 게임에서 특정 치트 코드(검열해제식)를 입력하면 기존 캐릭터 일러스트보다 더 노출이 강조된 일러스트가 등장하는데,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뒤늦게 이를 확인하고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판정을 내린 것. 이후 퍼블리셔인 X.D. 글로벌은 해당 기능을 삭제했다.

펄어비스 코스닥 상장…단숨에 10위권

온라인 MMORPG ‘검은사막’으로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펄어비스가 9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그간 단일 게임으로 상장한 모바일게임사들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우려도 많았으나, 펄어비스의 주가는 상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급등했다.

시초가는 공모가보다 10% 낮은 9만2700원, 첫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1934억원이었다. 하지만 상장 3개월만인 12월 말 시가총액은 2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코스닥 전체 순위 6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게임주 중에서는 가장 높다.

펄어비스의 경쟁력은 높은 게임 개발 역량이다.  ‘C9’, ‘R2’, ‘RYL’ 등 다수의 히트작 레퍼런스를 보유한 김대일 의장을 중심으로 업계 최고 경력을 가진 인력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또한 한국 게임사 중에는 보기 드물게 상용화엔진 대신 자체 개발한 엔진(Black Desert Engine)을 사용해 높은 생산성과 빠른 개발 속도를 확보했다.

‘검은사막’은 일본, 러시아, 북미, 호주, 유럽, 대만, 남미, 터키 등 전세계 100여개 국가에 수출되며 든든한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펄어비스가 2018년 초 출시하는 모바일게임 ‘검은사막 모바일’에 대한 기대도 높다.

확률형 아이템 전세계적 논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확대 강화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안을 7월부터 본격 시행했다. 이에 따라 게임사들은 아이템의 정보(명칭, 등급, 제공 수, 제공 기간, 구성 비율 등)를 유저들에게 공개했다. 자율규제인만큼 강제성은 없지만 규제안을 지키지 않은 게임사는 협회 차원에서 페널티를 받게 된다. 그러나 협회 비회원사와 해외 게임사들의 준수율은 기대에 못미쳐 우려를 낳았다.

북미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불거졌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를 비롯해 다수의 신작 게임들이 일제히 전리품상자를 판매한다고 발표했는데, 이중과금에 지친 유저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일부 유저들은 북미 게임등급분류기관 ESRB에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간주해달라”는 청원을 넣었으나, ESRB는 “환금성이 없으므로 도박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북미와 달리 유럽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법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벨기에 법무장관은 “확률형 아이템을 유럽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네덜란드와 영국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분류해야 하는지 면밀히 조사중이다.

애플도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의무화했다. 최근 애플은 앱스토어 심사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전리품상자를 판매하는 앱은 각 유형의 상품 수령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금 유용 의혹에 휘말린 e스포츠협회

11월 검찰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전직 보좌관들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받은 후원금 일부를 유용했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전 비서관 윤모씨를 구속했다. 이어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조모씨도 체포했다. 전병헌 전 수석은 “과거 비서들의 일탈행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사과문을 통해 “최근 불거진 협회 홈쇼핑 관련 후원금 횡령 혐의 및 윤 모 전 비서관의 법인카드 유용 등의 건으로 실망을 드려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협회 책임자가 구속된 현 상황은 어떤 말로도 해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뇌물수수 혐의로 전병헌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번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전 수석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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