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전’ IP 인수한 김민규 넥스트플로어 대표 인터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뻔 했던 한국 SRPG의 자존심 ‘창세기전’이 새 주인을 찾고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드래곤플라이트’, ‘데스티니차일드’ 등 모바일게임을 개발한 넥스트플로어는 ESA(구 소프트맥스)로부터 ‘창세기전’ IP를 사들였다고 11월 밝혔다. 원저작권자인 ESA가 게임 사업에서 영화, 공연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체질을 개선한지 딱 한달만이다.

인수 계약서에 잉크가 채 마르기 전인 며칠 후, 넥스트플로어는 ‘창세기전’을 휴대용 콘솔 타이틀로 리메이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모바일게임에서 잇따라 히트작을 배출한 넥스트플로어의 적극적인 행보에 원작 팬들의 관심과 기대감은 증폭됐다.

김민규 넥스트플로어 대표는 15일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창세기전’ IP를 인수하게 된 배경과 향후 방향성에 대해 밝혔다. ‘창세기전’의 골수팬으로 알려진 김 대표는 “1990년대 게이머들에게 창세기전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게임”이라며 “좋은 기회를 얻어 기쁘고, (시리즈의 명맥을 잘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강하게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넥스트플로어가 ‘창세기전’ IP로 만들 첫번째 게임은 PC용 패키지게임 ‘창세기전2’와 ‘창세기전3’를 리메이크한 휴대용 콘솔 타이틀이다. 시스템적인 부분은 현재 SRPG 트렌드에 맞게 다시 만들고, 원작 최대의 강점인 시나리오는 최대한 그대로 가져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어떻게 만들어도 기존의 팬들에게는 욕을 먹을 것”이라고 웃으며 “흑태자나 살라딘 같은 원작의 핵심 캐릭터들을 신규 세대들에게 최대한 잘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원작의 필살기 아수라파천무와 같이 창세기전을 대표하는 요소들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가정용 콘솔이 아닌 휴대용 콘솔을 택한 이유도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PC게임이나 모바일게임으로 만들게 되면 개발자들이 자꾸 욕심을 내게 되고 잡생각도 늘어난다”며 개발자들의 ‘대작(大作)병’을 막기 위해 명확한 기준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또 “가정용 콘솔로 만들려면 유저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대작이 나와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아직 그 정도 대작을 만들 역량은 없다”며 “다음 단계는 휴대용 콘솔 타이틀이 끝나고 나서 고려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창세기전의 정식 후속작, 스핀오프, 리부트 버전 등을 모두 만들고 싶지만 지금은 이르다”며 “지금은 창세기전 IP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젊은 층에게 IP를 알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와의 협업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국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형태 대표는 ‘창세기전3’의 주요 캐릭터 일러스트를 맡았으며, ‘데스티니차일드’에서도 상당수의 일러스트를 그렸다. 김민규 대표는 “김형태 대표가 이번 리메이크에 대해 많이 도와주겠다고 약속을 했다”며 “그런데 너무 많이 부탁하면 데스티니차일드 작업에 지장이 있을까봐 걱정이다”라고 웃었다.

리메이크된 ‘창세기전’은 2018년께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오픈일은 내후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며 “현재 개발팀을 의욕적으로 꾸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넥스트플로어는 ‘드래곤플라이트’와 함께 ‘창세기전’을 자사 대표 IP로 육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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