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부: 미래 먹거리 '가상현실' 파급력,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제8부: 미래먹거리 '가상현실' 파급력,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최근 구글맵과 ‘포켓몬’이라는 일본 장수 애니메이션 콘텐트를 접목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게임 ‘포켓몬고’의 광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엄연히 이 게임은 증강현실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한국 게임회사의 주식들이 갑자기 30% 이상 상승하는 효과를 가지고 왔다. 2016년 7월 6일부터 미국, 호주, 뉴질랜드, 독일, 영국 등에서만 출시가 되었고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한국에 이 게임을 받아본 사용자가 1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이 게임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7월 20일 한빛소프트 주가는 11,000원까지 치솟았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7월 20일 드래곤플라이 주가는 13,350원까지 치솟았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투자사들, 그리고 투자자를 찾지 못하는 스타트업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엄연히 다른 산업분야이고 서로 추구하는 사용자 경험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시장이 가상현실 시장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필자도 최근 들어 한국의 여의도는 물론 싱가포르, 홍콩, 영국 등 세계 금융 중심지에 위치한 세계적인 규모의 자산운용사 및 투자사들을 만나 가상현실 시장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는데 이들이 갖는 가상현실 시장의 관심은 엄청나다.

필자가 홍콩과 싱가포르 등지를 돌며 만난 글로벌 투자사들 중 일부

 

다만, 아직 투자를 하는데 있어 그들의 고민은 깊어 보인다. 아직 그들이 할 수 있는 투자 규모를 이끌만한 회사가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이 보유한 돈의 금액은 천문학적인 숫자인데 아직 가상현실 시장에 엄청난 자금을 이끌어낼 만한 회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몇 십억의 투자는 그들에게 있어 너무 작은 금액이고 그러한 금액이 10배, 100배 수익을 내보았자 그들의 전체 투자금액에 미치는 수익률은 아주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시장을 보는 안목도 문제가 있겠지만 가상현실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기업들의 자체적인 홍보도 부족하여 글로벌 투자자들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여기에 투자 유치 금액도 많아야 몇 십억 단위 정도인데 이제 막 시작한 회사가 몇 십억을 투자 받을 만한 가치평가를 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창업투자사들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준에서 그들의 생리는 일반적으로 3년에서 5년 사이에 자신들이 투자한 금액과 이익금까지 만들어낼 만한 회사를 찾는다. 그들에게 투자하라고 자금을 대준 이들이나 회사들(이들을 일컬어 LP: Limited Partner라고 부른다)과 약속한 투자 회수 기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투자사들의 투자를 이끌고 있는 이들(이들을 일컬어 GP: General Partner라고 부른다)은 빠른 성장과 더불어 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거나 인수합병이 될 수 있는 회사를 찾는다.

하지만 가상현실은 아직 소비자 시장도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태고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지 추측만 하고 있을 뿐 실제의 성장 지표는 아직 찾아볼 수 없는 단계이기 때문에 그들의 투자는 적극적이지 않다.

이런 이유로 가상현실 산업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하고 있다. 특히 콘텐트 기업의 입장은 기술 기업에 비해 투자처를 찾기가 더욱 어렵다. 해외에서는 심심치 않게 가상현실 분야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올해 7월 외신에는 지난 1년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분야에 투자된 금액이 2조원이 넘는다는 소식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소식을 접하기가 어렵다. 한국 가상현실 전문 뉴스 미디어 VRN에서 지난해 7월 공개한 자료를 인용하면 지난해 투자를 유치한 업체들은 다음과 같다.

이미치 출처: www.vrn.co.kr

 

위의 목록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을 알 수가 있다. 기업 중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기업들은 기술 기반의 기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를 조금 더 세분화한다면 그 특징은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가상현실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기술(HMD 제작, 핸드 트래킹 기술, 가상현실 콘트롤러 등)이고 다른 하나는 가상현실 콘텐트 제작을 용이하게 해주는 기술(동영상 쵤영 기술, 이미지 맵핑 기술, 건축 프로그램 등)이다. 이러한 기술 기반 회사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펀드의 특성상 3년에서 5년 사이에 이 기술들이 필요한 대기업에게 인수합병이 될 가능성이 높아 그들의 투자금 회수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가상현실 콘텐트 기업에 대한 투자는 상당히 취약하다. 하지만 가상현실 산업이 정말 차세대 플랫폼으로 사용자들에게 각광을 받기 위해서는 콘텐트 기업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제반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이 기술을 사용하고 즐겨야 할 이유를 사용자에게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콘텐트에 투자를 하는 회사들은 콘텐트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는 오큘러스, HTC, 소니 그리고 구글 등의 퍼블리셔들이 대부분이며 창업투자사들을 비롯한 기타 자산운용사와 투자사들은 콘텐트 기업에 투자를 대부분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가상현실 산업이 가지는 기술적 가치 – 새로운 하드웨어 전쟁 선포

가상현실 산업이 왜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지 살펴보려면 20세기에 걸쳐 IT 플랫폼이 어떻게 변화를 해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10년 주기 IT 핵심 플랫폼 패러다임 변화를 아래 도표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가상현실 산업이 IT 업계의 화두가 되기 전 PC는 1970년 후반부터 약 20년 간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충실히 지켜왔다.
 

무어. 이미지 출처: www.briefhistoryofcomputing.com

 

이 법칙은 컴퓨터의 처리속도와 메모리의 양이 2배로 증가하고, 비용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효과를 가지고 왔다.
 

무어의 법칙 – 이미지 출처: Wikimedia.org

 

하지만 2005년 이후 등장한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작은 기판에 더 많은 회로를 넣다 보니 발열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고 칩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는데 트랜지스터의 수는 늘어남에 따라 제작 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무어의 법칙’을 지켜나가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시대에 등장한 울트라 노트북 등은 휴대성과 연결성을 높이는 대신 성능을 포기하게 만들었고 2010년 이후에는 PC의 판매 수요가 감소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등의 수익성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울트라 노트북(왼쪽)과 휴대성을 포기하고 성능을 높인 게임 노트북. 출처: www.zdnet.co.kr>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엔비디아, AMD 등 PC 기반에 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했던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태였다. 가상현실은 그들의 부활을 알릴 수 있는 좋은 먹거리가 되었다.

가상현실 HMD 구동에 필요한 고사양의 PC는 상대적으로 크기에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PC 부품 제조사들에게 다시 ‘무어의 법칙’을 적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발표에 의하면 전 세계의 1%도 안되는 PC만이 현재 시장에 등장한 가상현실 HMD를 제대로 구동할 수 있다. 그만큼 전 세계의 99% PC가 대체 혹은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하는 상황을 가상현실이 만들어볼 수 있다는 꿈을 꾸게 만들었다.

여기에 디스플레이 기술도 그 기술을 사용하는 제품들이 더 이상 기술의 발전을 요구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더 정교한 자이로센서나 가속도계 그리고 자석계를 사용할 대중적인 제품들도 필요 없는 상황이 된 만큼 이러한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기술을 종합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가상현실 산업이 중요한 미래 먹거리로 다가왔음이 분명해 보인다.

■ 가상현실 산업이 가지는 상업적 가치 – 새로운 사용자 경험

가상현실의 사용자 경험의 핵심은 바로 새로운 시간대와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현장감과 몰입감이다. 이러한 경험은 그 어떤 2D/3D 영상 매체도 제공하지 못한 사용자 경험이다. 이러한 문제로 현재는 가상현실 경험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기는 가상현실 HMD 밖에 없어 소비자들이 이러한 경험을 쉽게 만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현실이 제공하는 이 경험은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가상현실은 인류에게 처음으로 시간과 공간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현재까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 의해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던 산업군은 가상현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 영향은 상당히 파괴적일 수 있다.
 

가상현실 테마파크 더 보이드 – 영상 출처: 유튜브 미래채널 MyF

위의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많은 것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게 됨으로써 가능한 것들이다. 이 외에도 시간과 공간을 재해석함으로써 새롭게 생겨날 사용자 경험들(예: 우주여행, 해저탐험, 상상 속의 세계 등)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고 이는 또 다른 산업의 등장을 예고할 수 있다.

■ 가상현실 산업, 지속 가능한 사업일까?

가상현실이 대중화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가상현실 HMD의 크기와 무게 개선은 물론 디자인적인 개선도 필요하고 가상현실 HMD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들인 디스플레이 해상도와 센서의 정확도도 개선이 필요하다. 여기에 무선으로 가상현실 HMD를 즐기기 위해서는 통신망의 속도 개선도 필요하고 오랜 시간을 사용할 수 있으려면 배터리의 용량 증가도 필요하다.
 

아무리 매력적인 사람이라도 가상현실 HMD를 쓰면 매력 발산이 어렵다. 출처: digitaltrends.com

 

비단 하드웨어만이 아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콘텐트도 아직 가상현실 사용자 경험에 대한 연구가 많이 부족하고 아직 콘텐트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고 있지 못하다.

업계의 어떤 이들은 가상현실 HMD가 3D TV의 실패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먼저 어떠한 IT 기술이든 기본적으로 두 가지의 조건을 충족하면 그 기술은 사용자들의 필수품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두 가지 조건의 첫 번째는 똑 같은 일을 이 기술을 통해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으로 비용 절감성을 들 수 있다. 두 번째는 똑 같은 일을 이 기술을 통해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으로 효율성을 들 수 있다. 비용 절감과 효율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 중 하나다.

가상현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새롭게 해석을 할 수 있는 기술인 만큼 3D TV의 단순히 신기하기만 경험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따라서, 3D TV의 실패과 가상현실 HMD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동일 선상에서 이해하고 받아드리는 것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반대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어함으로써 비용 절감성과 효율성을 증명해낸다면 가상현실은 스마트폰을 이을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이자 더 나아가 다양한 산업과 상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

잊지 말자. 스마트폰이 현재까지 급속도로 퍼진 것이 불과 10년이 안되었고 1990년대에 등장한 휴대폰은 개통비도 어마어마 했지만 그 크기도 엄청나 ‘벽돌’이라고 불렸던 시대가 있었음을… 가상현실도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한 개선을 이루어 우리에게 새로운 산업으로 부각될 것이다.

글쓴이=서동일 VoleR Creative 대표 이사   

서동일 프로필
2015.9~현재: VoleR Creative 대표이사, 창업자
2012.9~2015.2: 오큘러스 VR 코리아 지사장
2011.3~2012.8: 오토데스크 코리아 게임웨어 사업총괄 부장
2008.9~2011.3: 스케일폼 코리아 지사장
2007.4~2008.8: 한국게임산업진흥원 Global Business Manager
     2006.1~2007.4: ㈜엔도어즈 해외사업 파트장
UniversityofAlberta 졸업

<기타>
2009.1~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문위원
2009~2010: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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