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부: 소비자 버전 ‘가상현실 기기’과 가격 걸림돌 어떻게 넘을까

제5부: 소비자 버전 ‘가상현실 기기’과 가격 걸림돌 어떻게 넘을까

2016년, 가상현실의 구현에 필요한 VR HMD(Virtual Reality Head Mounted Display: 가상현실 머리 장착형 출력장치)의 소비자 버전이 드디어 출시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난 4년 간의 기다림이 끝났다. 2012년 출범한 오큘러스의 VR HMD인 오큘러스 리프트와 2014년 깜짝 등장한 HTC의 바이브가 소비자 버전으로 각각 미화 599달러(약 70만1069원)와 미화 799달러(약 93만5149원)로 출시되면서 많은 이슈를 남기고 있다. 

<이미지 출처: Oculus.com>
<이미지 출처: HTCVive.com>

■ 가상현실 기기의 보급화의 걸림돌, 권장 소비자 가격
 오큘러스는 스스로 약속했던 399달러에서 499달러 사이의 가격으로 출시할 것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HTC는 오큘러스가 제시한 가격보다 200달러나 높은 금액으로 출시했다. 물론 HTC의 바이브에는 전용 컨트롤러가 동봉되어 나온 가격이고 오큘러스는 자사의 전용 컨트롤러인 오큘러스 터치(Oculus Touch) 출시를 올해 하반기에 별도로 출시할 예정이어서 오큘러스 터치 컨트롤러의 가격이 합쳐지면 바이브의 가격과 비슷해지거나 더 비싸질 수도 있다. 따라서, 헤드셋의 구성만 본다면 200달러의 가격 차이는 향후 없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두 회사가 제시한 가격은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했다. 현존하는 가정용 게임 콘솔 기기들의 가격(대부분 미화 300달러(35만 1000원)에서 400달러(46만 7000원) 정도 가격으로 형성)보다 더 비싼 가격이기도 하지만 추가로 컴퓨터 사양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가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오큘러스와 HTC가 제시한 가상현실 지원 컴퓨터 사양은 다음과 같다. 

현재 엔비디아 지포스 GTX 970 그래픽 카드와 AMD R9 290 그래픽 카드는 미화 300달러 정도 선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있고 인텔 i5-4590 CPU는 약 200달러(23만 2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어 이 두 부품만 바꾸어도 컴퓨터 가격이 500달러(58만 5000원)가 상승한다. 그럼 이 두 가지를 업그레이드하고 오큘러스 리프트를 구매하면 가상현실 체험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돈이 1,000달러(약 117만400원)가 넘어가게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소비력을 갖춘 사람들이 아니면 쉽게 구매 결정을 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 특히 실제 구매를 한다고 해도 아직 이 기기들을 충분히 즐길만한 콘텐트 확보가 미흡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 기기에 대한 구매를 더욱 망설이게 한다는 문제도 있다.

■ 권장 소비자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
 왜 이렇게 높은 가격으로 책정이 되었을까?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을 아는 사람들은 각 회사의 담당자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예측을 해본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

첫째, 이 두 기기는 영상 출력을 위해 두 개의 OLED 패널을 사용한다. OLED 패널의 가격은 LCD 패널보다 훨씬 비싸다. 물론 올해 초부터 OLED 패널 생산 단가가 LCD 패널 생산 단가보다 저렴해졌기 때문에 향후 가격 조정이 될 가능성이 있겠지만 오큘러스가 OLED 패널을 구매했을 때는 분명 LCD 패널보다 비싼 가격이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런데 이 OLED 패널을 두 개나 사용했으니 기존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키트에서 사용한 1개의 OLED 패널 가격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둘째, 동봉된 추가 물품들이 많다. 포지셔널 트래킹(Positional Tracking)을 위한 외부 카메라 모듈, 새롭게 추가된 리모트 컨트롤러, 여기에 엑스박스 원 컨트롤러까지 동봉되었으니 가격 상승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예전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키트 버전 2의 판매 가격이 미화 350달러였음을 감안하면 이 보다 150달러가 오른 오큘러스 리프트 소비자 버전은 그 구성품에 비해 가격 상승이 높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그런 것을 고려해주지는 않는다. 그들은 단지 내가 지불할 비용에 대한 합리적 이유 제공과 심리적 저항선 안에서 가격이 형성되길 바랄 뿐이다.

셋째, 콘텐트 유통 시 책정한 유통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큘러스의 입장에서 하드웨어 보급을 위해 판매 가격을 생산가보다 낮추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하드웨어 판매에서 잃은 수익을 콘텐트 유통으로 회복할만한 콘텐트 분량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오큘러스는 자체 앱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앱스토어에서 유통되는 콘텐트가 얻어가는 수익에 일부를 플랫폼 사용비로 가지고 간다.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 콘텐트 소비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데 현재로써는 부족한 콘텐트의 양과 킬러 콘텐트의 부재로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 따라서, 오큘러스의 입장에서 하드웨어 판매에 큰 수익을 얻지는 못해도 손해를 감내하면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무리 수를 두는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는 HTC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비록 밸브(Valve)사의 스팀(Steam)이라는 엄청난 콘텐트 유통 플랫폼을 활용할 수는 있다고 하나 이 플랫폼의 주인은 HTC가 아니라 엄연히 밸브이므로 콘텐트 유통 수익을 밸브에서 기대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하드웨어의 가격에 이윤을 남겨야 하는 입장을 고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HTC가 공격적으로 자사 제품의 가격을 하락시키는데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 소니의 PS VR, 대중화와 보급화에 가장 유리한 다크호스
 이러한 상황에서 소니는 이 두 회사보다 경쟁적 우위에 있다. 현재 소니의 가상현실 기기인 PS VR의 가격은 미화 399달러(35만 1000원). 경쟁사보다 최소 200달러에서 400달러 정도 저렴한 가격이다.

<E3 2016에서 소니의 PS VR 가격 정책 발표 현장 – 출처: www.bbc.com>

또한, 소니는 하드웨어만이 아니라 콘텐트 유통 플랫폼도 상당히 튼튼하게 갖추고 있다. 게다가 PS VR을 구매할 고객들은 대부분 PS4를 이미 소유하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보유한 기기이므로 여기에 필요한 추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PS VR을 하기 위해 PS4를 구매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보다 전자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어떤 상황일지라도 소니의 입장에서는 PS VR의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왜냐면 PS VR을 구매한 사람들이 언제나 VR 콘텐트만 구매를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PS VR의 초기 게임 콘텐트가 부족하더라도 PS VR 구매자는 PS4 콘텐트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소니는 언제든 하드웨어 판매에서 발생한 손해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런 면에서 소니는 두 경쟁사에 비해 가상현실 시장에 대한 도전에 있어 리스크 관리에 더 용이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된다.

■ 소비자가 선택하고 싶은 가상현실 기기는
 소비자라면 어떤 기기를 선택하게 될까? 이는 향후 콘텐트를 개발하는 이들에게 있어 무척 중요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플랫폼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간단하다. 만약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이라면 PS VR을 먼저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다. PS4는 현재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라면 가장 우선적으로 구매하고 싶어하는 기기이다. 그리고 현재 가장 시장 점유율이 높다.

<2015년 각 콘솔 기기 별 시장 점유 현황 – 출처: www.sonyrumors.net>

결국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장 저렴하기도 하고 경쟁사와 비교해도 큰 성능 차이가 없는 PS VR 구매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킬러 콘텐트를 다양하게 확보하고 있는 PS4의 입장에서 이 중 하나라도 VR화가 된다는 뉴스가 나오면 소비자들의 PS VR 구매력을 크게 높일 수도 있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면 올해 미국 LA에서 해마다 개최되는 세계 최대의 게임쇼 중 하나인 E3에서 소니가 자체 언론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일본의 유명 게임 개발사인 캡콤(Capcom)의 레지던트 이블7(Resident Evil 7) VR과 미국 유명 게임 퍼블리셔이자 개발사인 EA의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VR 혹은 일본 스퀘어에닉스(Square Enix)의 RPG 명작 파이널 판타지 15 VR 같은 정도면 VR 버전의 느낌을 모르는 이들이라도 구매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레지던트 이블 7 VR 출시 – 출처: www.screenant.com, 영상: https://youtu.be/NWnLKZuBz3s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엑스윙 VR 미션 – 출처: 플레이스테이션 블로그, 영상: https://youtu.be/9JS642fmhk0
<파이널 판타지 15 VR–출처: www.hardcoregamer.com, 영상: https://youtu.be/K7NFxCRMryI >

결국 소비자들이 가장 구매하고 싶어하는 기기가 무엇인가를 파악해본다면 소니의 PS4와 PS VR 궁합은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 가격만이 문제는 아니다
 현재 가상현실 기기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이유는 가격만이 아니다. 오큘러스는 자사 제품에 대한 유통 문제도 겪고 있다. 기기의 원활한 보급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최근 들어 오큘러스는 미국의 베스트 바이(Best Buy)라는 전자제품 유통망에 온라인 구매만이 아니라 오프라인 구매도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에 물량 공급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소비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매 사이트에 올라온 제품의 가격은 공지된 가격보다 월등히 비싸다.

<출처: www.ebay.com>

 HTC도 이러한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초기 출시에 자동 주문 취소 문제로 인해 소비자 제품 전달에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아직도 한국에는 두 회사 모두 진출할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 않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문제, 유통 문제 그리고 콘텐트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상현실 시장에 대한 기대는 무척 크다. 이러한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가상현실의 대중화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콘텐트 개발자들에게 걸리는 문제는 기기의 보급화가 느려질수록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가 커진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콘텐트를 출시해서 수익화를 이루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것은 작은 스타트업이나 중견 개발사에게는 회사의 존속을 위협받는 문제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루 빨리 플랫폼 기업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글쓴이=서동일 VoleR Creative 대표 이사

서동일 프로필
2015.9~현재: VoleR Creative 대표이사, 창업자
2012.9~2015.2: 오큘러스 VR 코리아 지사장
2011.3~2012.8: 오토데스크 코리아 게임웨어 사업총괄 부장
2008.9~2011.3: 스케일폼 코리아 지사장
2007.4~2008.8: 한국게임산업진흥원 Global Business Manager
  2006.1~2007.4: ㈜엔도어즈 해외사업 파트장
UniversityofAlberta 졸업

<기타>
2009.1~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문위원
2009~2010: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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