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오큘러스코리아 지사장 특별기고 “오큘러스-소니-HTC 상반기 출시는 혁명”

[특별기고] 전 오큘러스코리아 지사장 특별기고 “오큘러스-소니-HTC 상반기 출시”

2015년이 지나고 2016년이 밝았다. 2015년은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산업에 있어 가상현실의 가능성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해였다. 다양한 회사들이 세계 곳곳에서 등장했고 다양한 투자들이 이루어졌다. 이 회사들은 어느 한 산업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분포가 되어 있다.

PC용 및 모바일용 HMD(Head Mounted Display,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는 하드웨어 회사들, 이 HMD를 활용하여 다양한 입력장치들을 개발하는 콘트롤러 회사들, 여기에 콘텐트 제작에 도움을 주는 각종 게임 엔진(언리얼, 유니티, 크라이엔진 등) 및 미들웨어 회사들, 그리고 이들을 활용하여 콘텐트를 제작하는 개발사들이 골고루 등장한 해라고 볼 수 있다.

PC용 HMD를 제작하는 기업 중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회사는 미국의 오큘러스, 일본의 소니 그리고 대만의 HTC를 들 수 있는데 이 회사들은 소비자 버전에 대한 최종 사양을 결정했고 2016년 상반기에 출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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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을 넘어서는 새 고성능 디스플레이 시장 활짝
구형에서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그대로 가지고 와 사용했다. 하지만 곧 등장할 최신 제품에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VR 전용 디스플레이로 제작한 것을 사용하고 있고, 해상도는 최대 2160x1200으로 QHD 해상도 (2560x1440)에 가까워졌으며, 지원하는 초당 프레임 수도 90 이상을 지원한다(소니 PS VR은 최대 120 Hz 지원).

일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최대 초당 60 프레임까지 제공하는 것이 비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다. 이는 삼성 디스플레이나 엘지 디스플레이와 같이 액정화면을 제작하는 회사들에게 스마트폰을 넘어서는 새로운 고성능 디스플레이 시장을 제공하고 있다.

해상도와 초당 프레임 수의 증가는 그래픽 연산 장치(GPU)에 큰 무리를 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람의 눈을 속일 수 있을 만큼의 그래픽 수준을 VR로 구현하는 것에 대한 물리적 한계가 존재해왔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미 그래픽 카드의 연산 장치를 개발하고 있는 양대 산맥 엔비디아와 AMD의 최고급 그래픽 카드는 곧 출시될 소비자용 HMD에서 부드럽게 돌아가는 VR 콘텐트를 구현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지금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들기엔 다소 비싸다는 느낌이 있지만 이 부분은 향후 빠르게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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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고프로 중심 360도 영상으로 구현하는 VR 콘텐트도 쏟아져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VR 콘텐트 시장만 준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 360도 영상으로 구현하는 VR 콘텐트도 다양한 카메라와 솔루션의 등장으로 콘텐트 제작에 대한 어려움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2015년 초 구글과 액션 카메라로 유명한 고프로는 점프라는 360도 영상 촬영 장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발표했고 다양한 카메라들이 여러 회사들을 통해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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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360도 촬영된 영상을 연결해주는 소프트웨어도 점점 성능이 좋아지고 있어 360도 VR 영상 콘텐트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 2016년 상반기 출시 오큘러스 리프트-소니 PS VR “이제 콘텐트”
이렇듯 2015년은 가상현실 산업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등장으로 가상현실 산업의 기술적 초석을 마련하는 시기였다. 2016년은 실제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VR HMD들이 등장할 예정이므로 진정한 소비자용 가상현실 산업의 원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스플레이 회사, 그래픽 회사, 콘텐트 개발 솔루션 회사 그리고 콘텐트 개발사들이 지난 1년에서 2년 간 개발해왔던 것들의 산물을 직접 볼 수 있는 해다. 그리고 이 결과에 따라 가상현실 산업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2016년 상반기에 등장을 예고한 오큘러스 리프트와 소니의 PS VR. 가상현실 산업이 넘어야 할 산은 이제 콘텐트 구현에 필요한 기술적 문제만이 아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콘텐트 개발자들의 가상현실 콘텐트 특성에 대한 이해도이다.

새로운 기기의 등장은 콘텐트의 혁신을 불러왔다. 2D 픽셀 그래픽 위주의 콘텐트는 그래픽 연산 장치의 등장으로 인해 3D 폴리곤 그래픽의 구현이 가능해졌다. 이는 게임 콘텐트의 진행 방향이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혹은 아래에서 위로만 이동이 가능했던 것을 게임 화면 속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스트레오스코픽 디스플레이의 등장은 게임 화면 속으로만 이동이 가능했던 것을 화면 밖으로도 이동이 가능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가상현실은 이제 게임 속에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줌으로써 지금까지 1세기 동안 2D 평면 화면을 통해 즐겨왔던 영상 콘텐트의 경험을 완전히 변경시켰다.

이렇게 새로운 콘텐트를 개발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등장할 때마다 콘텐트 개발사들은 이러한 기능에 콘텐트 기획력을 최적화하는 것에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 2D에서 3D로 그래픽이 발전하면서 3D 세상 속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게임을 즐기는데 필요한 캐릭터 조작 방법과 이에 따른 카메라 움직임을 제대로 구현하는데 일정 시간이 필요했다.

■ VR, 사용자 경험 익숙해지는 시간-콘텐트 디자인 필요
터치 스크린 기반 모바일 콘텐트 개발로 넘어갈 때도 기존 피처폰 시절의 숫자 키패드 입력 방식을 터치 스크린에 가상 키보드화하여 콘텐트를 개발할 때도 있었다. 이렇듯 새로운 하드웨어가 제시하는 사용자 경험에 익숙해지는 시간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리고 해당 하드웨어에 가장 잘 만들어진 콘텐트는 해당 플랫폼이 제공하는 가장 이상적인 경험을 제공할 때 탄생한다. 다시 말하면, 기존 플랫폼의 콘텐트를 타 플랫폼의 콘텐트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 스마트폰에 플레이가 최적화 되어있는 게임 ‘앵그리 버드(Angry Birds)’를 PC 마우스로 즐긴다면 과연 그 게임이 스마트폰에서 즐겼을 때보다 재미있을 수 있을까? ‘후르트 닌자(Fruit Ninja)’를 마우스로 열심히 움직여 즐기면 팔만 아플 뿐 과연 재미가 있을까? ‘스트리트 파이터(Street Fighter)’를 부정확한 입력 장치인 터치 스크린으로 즐기는 것이 아케이드 스틱으로 즐기는 것과 같은 재미를 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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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파이터 4, 영상출처: https://youtu.be/7xyuX7u-Xts >
즉, 새로운 기기의 등장은 새로운 게임 디자인을 요구하며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실험정신이 필요하다.

■ “사용자 경험은 설명이 거의 불가능...오락실 같은 체험 장소 필요”
콘텐트 디자인 외에도 큰 문제는 또 하나 있다. 바로 가상현실 사용자 경험은 설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가상현실 체험 내용은 일반 영상 홍보 기법으로는 그 느낌을 전혀 전달할 수 없다. 소비자들이 가상현실 콘텐트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직접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접점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그 어느 회사도 소비자들이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 HMD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없다. 따라서, 2016년에 가상현실 회사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소비자들과 어떻게 만나야 할 것인가이다.

현재 가정용 게임시장이 열릴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오락실이다. 오락실에서 즐겼던 게임들을 가정에서 돈 걱정 없이 무한대로 즐길 수 있다라는 점은 가정용 게임기 수요를 늘리는데 큰 몫을 했다. 즉, 소비자가 게임을 즐긴다는 경험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줄 수 있는 접점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오락실에서 즐겼던 것들을 집에서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은 킬러 타이틀도 존재했다는 의미이다.

■ 플랫폼 보유사마다, 체험장과 킬러 콘텐트 확보 숙제
하지만 가상현실은 어떤가? 아직 소비자들은 가상현실이 주는 경험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여기에 가상현실의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가상현실의 경험에 매료가 되어야 가정용 가상현실 기기 보급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다.

초기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제품이 출시될 때 가장 먼저 구입해 평가를 내린 뒤 주위에 제품의 정보를 알려주는 성향을 가진 소비자군)들은 구매할지 모르지만 이들을 매료시킬 콘텐트가 많지 않다면 기기의 빠른 확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각각의 플랫폼 보유사들은 소비자들이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접점 마련과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킬러 콘텐트를 확보해야 한다는 큰 숙제가 있다.

여기에 가상현실 콘텐트 디자인에 대한 미숙함도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가상현실 체험에 최적화된 콘텐트를 많이 접하기엔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가상현실 경험에 최적화된 콘트롤러 역시 2016년 후반에나 되어야 등장할 예정이라서 초기 가상현실 게임 콘텐트는 가상현실 체험에 최적화되지 못한 게임 콘트롤러를 사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최적의 가상현실 체험을 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 소니의 PS VR, PS4 전 세계 보급량은 3000만대 ‘대중화 열쇠’
2016년은 소비자용 가상현실 기기가 등장을 한다고 하여도 이러한 숙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단, 한 가지 변수를 예측한다면 소니의 PS VR인데 이미 PS4의 전 세계 보급량은 3000만대가 넘어섰고 소니의 브랜드를 믿고 있는 충성된 고객들도 있어서 얼리 어답터의 주요 고객은 PS VR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되면 가정용 가상현실 기기의 보급이 생각보다 빨리질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오큘러스 리프트도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가상현실 구현 방식과 PS VR의 가상현실 구현 방식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소니의 가상현실 타이틀들이 오큘러스 리프트와 호환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상현실 기기의 초기 시장 점유율의 추이에 따라 많은 콘텐트 개발사들이 오큘러스 리프트와 PS VR을 동시에 지원할 가능성도 높다.

■ 가상현실 산업, 관련 부품 산업 부흥 불쏘시개

2016년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있는 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소비자용 가상현실 기기의 등장이 예고하는 바는 매우 크다.

지금까지의 가상현실 체험은 소수의 미디어와 콘텐트 개발자 그리고 게임쇼와 같은 장소에서 체험한 소수 인원에 한정이 되어왔지만 이젠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는 기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이 기기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상당히 높은 만큼 얼리 어답터의 수는 상당히 많을 수 있다. 게다가 이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 기업들 중 상당한 실력들을 갖춘 회사들도 있어 더 기대가 되기도 한다.

이미 오큘러스는 지난 2년간 오큘러스 쉐어라는 앱 장터를 만들어 상당한 수의 앱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어 VR도 지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오큘러스와 협업을 통해 빠르게 가상현실 앱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가상현실 산업이 가진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가능한 문제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상현실 시장이 성장하는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특히 가상현실 기기들이 사용하는 부품들과 가상현실이 구현해야 하는 콘텐트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부품들을 요구하기 때문에 가상현실 산업은 관련 부품 산업의 부흥을 일으킬 수 있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여기에 가상현실은 시간과 공간을 파괴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산업들을 새롭게 재편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가상현실로 가능한 것들 TOP 8, 영상 출처: https://youtu.be/MuFlApdxyJg
비록 올해 출시되는 소비자용 가상현실 기기는 착용감이 불편할 수 있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해당 기기에 연관된 부품 산업, 해당 기기가 선사하는 사용자 경험이 보여줄 수 있는 상업적 혜택 그리고 이미 포화가 된 2D 영상 산업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현실 산업은 이미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글쓴이=서동일 VoleR Creative 대표 이사

서동일 프로필
2015.9~현재: VoleR Creative 대표이사, 창업자
2012.9~2015.2: 오큘러스 VR 코리아 지사장
2011.3~2012.8: 오토데스크 코리아 게임웨어 사업총괄 부장
2008.9~2011.3: 스케일폼 코리아 지사장
2007.4~2008.8: 한국게임산업진흥원 Global Business Manager
2006.1~2007.4: ㈜엔도어즈 해외사업 파트장
UniversityofAlberta 졸업

<기타>
2009.1~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문위원
2009~2010: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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