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부 플랫폼 전쟁...오큘러스-소니-HTC-구글 ‘소리없는 전쟁’

[서동일 VR톡 6] 플랫폼 전쟁, 오큘러스-소니-HTC-구글 플랫폼 잡기 ‘소리없는 전쟁’

2016년, 글로벌 IT 기업들의 가상현실 시장 점유를 위한 플랫폼 전쟁이 뜨겁다. 올 상반기에 첫 가정용 가상현실 기기를 발표한 미국의 오큘러스를 비롯해 대만의 HTC 그리고 일본의 소니가 그 주인공이다.
 

소니의 PS VR, 오큘러스의 오큘러스 리프트, HTC의 바이브(왼쪽부터) 출처=www.alphr.com

하지만 이들의 뒤를 바로 이어 지금까지 카드보드와 스마트폰을 활용한 가상현실 경험을 제공하던 미국의 구글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새로운 가상현실 HMD를 공개하며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데이드림(Daydream)’이라는 가상현실 플랫폼을 공개하며 이 시장에 대한 플랫폼 선점에 칼을 빼들었다. 데이드림은 한국어로 ‘백일몽(白日夢)’이라는 뜻으로 ‘한낮에 꾸는 꿈, 즉 실현될 수 없는 헛된 공상’이라는 뜻으로 가상현실을 은유법으로 표현했다.
 

콘텐트 플랫폼 구축 전략 – 수익구조 극대화 하기

일반적으로 콘텐트 플랫폼 구축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하드웨어를 직접 소유한 기업이 자사 플랫폼 전용 콘텐트를 직접 투자하거나 구매하는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킬러 콘텐트(시장을 지배하는 콘텐트)를 보유한 기업이 자사 콘텐트 서비스를 제공하며 유입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자사가 직접 개발한 추가 콘텐트나 타사의 콘텐트를 선보이는 형태다.

하드웨어 중심의 콘텐트 유통망 구축 전략 – 전용 타이틀을 수배하라!
첫 번째 전략의 예로 성공한 회사들은 대부분 가정용 콘솔 기기를 제공하는 업체들이다. 대표적인 예로 1994년에 데뷔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을 들 수 있다. 닌텐도와 세가라는 게임 회사들이 게임시장을 호령하고 있을 때 데뷔했다.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를 잠식시키고 롬 카트리지를 사용하던 2D 그래픽 위주의 게임시장 판도를 CD-ROM을 사용하는 3D 그래픽 성능을 앞세워 바뀌어놓았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전용 게임 CD 출처=위키피디아

소니의 성공전략을 살펴보면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게임 플레이 기업을 선사한 3D 그래픽을 지원한다는 점과 닌텐도보다 유연한 수익 공유 모델을 선보이며 유명한 게임 개발사를 콘텐트 제공 파트너로 합류시켜 다양한 독점 킬러 콘텐트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 부분은 보기 좋게 시장에 통했다. 여기에 합리적인 가격과 공격적인 마케팅은 플레이스테이션이 게임시장에 늦게 진입을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엑스박스 360이라는 가정용 콘솔 기기를 출시하며 게임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이는 소니가 성공했던 공식과는 달리 엑스박스 360 콘텐트 개발 환경을 PC 개발 환경과 동일하게 만들어 개발자들의 엑스박스 360 전용 콘텐트 개발을 용이하게 하고 고성능을 표방하며 막대한 자금력으로 강력한 전용 콘텐트들을 수급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360와 게임 '기어즈 오브 워' 출처: www.gameplanet.co.kr

이러한 성공 사례를 비추어 보았을 때 현재 오큘러스와 소니의 전략은 예전 콘솔 게임기기들의 성공 전략과 비슷하다. 오큘러스와 소니는 여러 개발사들을 만나며 자사의 가상현실 기기에 호환되는 게임들을 지속적으로 모으고 있고 다양한 게임 전시회에서 이들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 오큘러스 리프트 전용 타이틀 '럭키스 테일'출처 www.oculus.com , 영상 YouTube

 

소니 PS VR 전용 타이틀 배트맨: 아캄 VR.www.develop-online.net. 영상 출처: YouTube

현재 이들이 만들어낸 콘텐트 유통 플랫폼에는 아직 충분한 양의 콘텐트를 보유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자사의 많은 자금을 투입해 그 수를 빠르게 증가시키고 노력하고 있다. 조만간 더욱 풍부한 콘텐트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통했던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독점 타이틀을 확보하여 구매력을 높인다는 이 전략이 현 가상현실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최근 오큘러스는 자사의 가상현실 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 전용 타이틀에 대한 DRM(Digital Right Management: 디지털 콘텐트 저작권 보호 기술)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초기 DRM 적용 목적은 자사 전용 타이틀들이 타사의 가상현실 기기에서 구동이 되지 못하게 하여 자사 가상현실 기기와 타사 가상현실 기기의 차이점을 부각하고 더 나아가 자사 기기의 구매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 가상현실 콘텐트의 사용자 경험이 대중화가 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하드웨어 판매 증진을 위해 자사 타이틀 보호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오히려 가상현실 대중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자사 전용 타이틀로 확보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을 오큘러스의 입장에서 자사의 콘텐트가 타사 기기에서 돌아가는 것을 용납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콘텐트 개발사를 자사의 콘텐트 유통 플랫폼에 더욱 많이 끌어들이고 개발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타사 기기 호환을 묵인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라고 예상해본다.

하지만 여기에는 불법 복제라는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 전용 타이틀을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구입한 사람이 자신의 계정을 타인에게 양도하여 그 계정을 타사 기기 사용자가 활용하게 한다면 콘텐트 개발사에게 돌아가는 추가 수입은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해당 콘텐트에 대한 사용자 수는 증가하지만 수익은 정비례로 상승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 운영비만 증가하고 실제로 수익이 발생하지 못할 수도 있어 오큘러스를 믿고 콘텐트를 제공한 개발사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오큘러스는 불법 복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여 콘텐트 개발사의 수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앞으로 오큘러스의 플랫폼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전의 성공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수정하여야 할 필요가 절실해 보인다.

콘텐트 중심의 콘텐트 유통망 구축 – 자사의 콘텐트를 사용하기 위해 모여든 사용자를 활용하라!

두 번째 전략의 예로 성공한 회사들은 대부분 자사의 킬러 콘텐트를 보유한 회사들이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밸브(Valve)사의 콘텐트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을 들 수 있다.
 

밸브의 스팀. 출처=www.eteknix.com

스팀의 탄생 배경에는 밸브의 유명한 온라인 1인칭 슈팅 게임인 ‘카운터 스트라이크(Counter Strike)’라는 게임이 있다.
 

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 출처= www.moddb.com

이 게임은 원래 밸브라는 개발사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데 크게 일조한 ‘하프 라이프’라는 게임을 즐기는 두 명의 개발자들에 의해 탄생한 모드(Modification의 약자 MOD) 게임이다. 밸브가 해당 지적 재산권을 이들에게 인수하여 정식 게임으로 출시했다.

이 게임을 출시하면서 밸브가 풀고 싶었던 문제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게임 업데이트나 버그 수정을 위한 패치를 어떻게 자동화하고 불법 복제를 막는 동시에 게임 속 치트(Cheat – 게임을 즐기는데 공평하지 않은 혜택을 부여하는 행위들)를 어떻게 방지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2002년에 탄생했던 것이 스팀이었다. 이는 다양한 콘텐트들이 자사의 문제 해결을 위한 해결책으로 이 스팀을 도입하기 시작하며 2005년에는 본격적으로 타사의 제품 유통을 위한 플랫폼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과 시도들이 진화를 거듭하며 2015년에는 전 세계 1억 2500만 실제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최고 접속률을 보일 때는 동시 접속자의 수가 89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초대형 사용자 커뮤니티가 된 것은 물론 1만 개 이상의 게임 콘텐트를 유통하는 플랫폼이 되었다. 이러한 형태의 콘텐트 유통 플랫폼은 미국의 유명한 게임 개발사이자 유통사인 EA(Electronic Arts: 일렉트로닉 아츠)도 도입하여 오리진(Origin)이라는 콘텐트 플랫폼을 공개했고 한국에는 무척 친숙한 게임 개발사인 블리자드(Blizzard)도 배틀넷(Battle.net)이라는 콘텐트 유통 플랫폼을 만들었다.
 

EA의 콘텐트 유통 플랫폼 오리진. 출처=www.ea.com
블리자드의 콘텐트 유통 플랫폼 배틀넷. 출처= www.battle.net

한국에도 온라인 게임 시대가 열리면서 넥슨, 한게임, 피망, 플레이엔씨 등 온라인 게임 포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중국도 한국과 동일한 형태로 콘텐트 유통망을 구축하며 텐센트, 넷이즈 등의 걸출한 IT 스타들을 만들어냈다.

현재 가상현실 시장에서 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기업은 밸브의 스팀과 구글의 데이드림을 들 수 있다. 이 두 기업의 공통적인 부분은 바로 하드웨어를 직접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데이드림은 최근 삼성전자의 기어 VR과 같은 형태의 HMD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발표를 했지만 이 HMD는 단순히 껍데기에 불과할 뿐 실제 콘텐트 구동에 필요한 스마트폰은 직접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데이드림은 올해 하반기에 출시될 안드로이드 N이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에 기본 탑재되는 가상현실 기능으로써 다양한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협력하여 가상현실 기기를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데이드림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제조 협력사 목록. 출처= www.roadtovr.com

이 두 회사는 자사의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기기의 구동 환경에 대한 기준만 제시할 뿐 직접 하드웨어는 제조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하드웨어 제조사들에게는 콘텐트를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이는 이미 PC와 스마트폰 콘텐트 유통 생태계에서 성공한 모델들을 제시하고 있어 가상현실 시장에 대한 이들의 전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콘텐트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한 가지 기종에 종속되는 플랫폼이 아니라 다양한 하드웨어에 호환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이라 초기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큘러스 리프트나 기어 VR이 보유한 가상현실 기기 콘텐트 유통망에 비해 상대적으로 콘텐트 대중화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사업 전략은 결국 다양한 하드웨어 제조사들에게 자사의 콘텐트 유통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하드웨어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콘텐트 유통망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혜택이 있어 이 플랫폼에 대한 지원은 가속화가 될 전망이다.

글쓴이=서동일 VoleR Creative 대표 이사

서동일 프로필
2015.9~현재: VoleR Creative 대표이사, 창업자
2012.9~2015.2: 오큘러스 VR 코리아 지사장
2011.3~2012.8: 오토데스크 코리아 게임웨어 사업총괄 부장
2008.9~2011.3: 스케일폼 코리아 지사장
2007.4~2008.8: 한국게임산업진흥원 Global Business Manager
   2006.1~2007.4: ㈜엔도어즈 해외사업 파트장
UniversityofAlberta 졸업

<기타>
2009.1~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문위원
2009~2010: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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