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가상현실 산업을 리드하는 기업, 누구와 파트너를 맺어야 할까?

 

▲ 구글 카드보드

제4부: 가상현실 산업을 리드하는 기업, 누구와 파트너를 맺어야 할까?

한국에서는 삼성전자만이 VR HMD(Head Mounted Display,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세계시장은 더 빠르게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미국 한 블로거가 가상현실 시장에서 어느 정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들을 여러 산업군으로 분류하여 도표로 정리했다. 그 도표를 보면 정말 많은 기업들이 이 가상현실 시장에 출사표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가상현실 시장 생태계 지도


이 중에 일단 한국 가상현실 사업에 뛰어들 기업들이 눈여겨봐야 할 산업군을 추려보면 VR HMD 기기를 만드는 하드웨어와 콘텐트 제작에 필요한 툴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콘텐트 유통망을 보유한 플랫폼이 아닐까 한다.

필자는 게임산업에 오래 종사를 한 관계로 다음과 같은 편견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으므로 이 점을 고려해주실 바란다.

-가상현실의 초기 시장형성은 게임산업이 이끌어갈 것이다.
-디지털 콘텐트 개발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소프트웨어 툴이 될 것이다.

■ VR HMD 기기 개발사 그리고 콘텐트 유통 플랫폼
최근 들어 세계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VR HMD를 개발하여 선보이고 있지만 일단 완성도가 가장 높고 시장에서 가장 높은 영향력을 보일 기업을 선별한다면 4개의 기업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오큘러스 VR(이하 오큘러스), 소니 프로젝트 모피어스, HTC 바이브 그리고 구글 카드보드.

 

▲ 구글 카드보드

어떤 이들은 삼성전자 기어 VR이 왜 목록에 없는지 의아해할지도 모르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삼성전자의 VR HMD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유통 플랫폼의 부재와 떨어지는 범용성이다. 이는 조금 뒤에 더 설명하기로 하고 우선 조금 전에 나열한 4개의 기업을 분석해보자.

오큘러스는 페이스북에 인수가 됨으로써 상당한 자본력을 갖추었고 가장 먼저 VR HMD를 시장에 내놓은 만큼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기다. 실제로 오큘러스가 출시한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키트로 개발된 콘텐트의 수는 오큘러스 공식 콘텐트 공유 사이트인 오큘러스 쉐어에 등재된 것만 확인해도 800여개가 넘는다.

 

▲ 오큘러스 SHARE
▲ 오큘러스 VR

여기에 오큘러스는 자사의 콘텐트 유통 생태계 육성을 위해 인디 개발사들의 개발지원자금으로 100억원 이상의 금액을 출자했으며(관련기사) 여러 대형 게임 개발사들과도 적극적으로 업무협력을 꾀하고 있다. 여기에 페이스북이라는 막강한 사용자 집단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오큘러스는 잠재적으로 엄청난 소프트웨어 유통망을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소니는 자사의 유명 콘솔 플랫폼인 플레이스테이션4의 주변기기로 VR HMD를 개발하고 있다. 오큘러스와 유사한 기술을 사용하여 VR 기능을 구현한 만큼 오큘러스와 호환되는 게임들을 PS4로 끌어들이는 것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특히, 소니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유명 개발사들이 많은 만큼 자체 VR 콘텐트도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사 VR 플랫폼을 홍보하고 판매하는데 큰 강점이 있다. 게다가 PS4는 2015년 5월 현재 전 세계 2300만대를 판매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미 2300만 사용자라는 잠재적인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 PSN이라는 강력한 콘텐트 유통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상현실 게임 콘텐트를 개발하는 회사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오큘러스와 소니라는 2강 체제에 최근 다크호스로 등장한 기업이 HTC다. HTC는 자사의 제조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미국의 밸브사와 협력, 바이브라는 VR HMD를 선보였다. 밸브의 뛰어난 콘텐트 개발 능력을 활용하여 최근 여러 미디어들의 극찬을 받고 있다.

특히 밸브는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키트 버전 2의 핵심 기능인 포지셔널 트래킹 기술과 디스플레이 지연율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큰 도움을 준 기업인데다 자체 VR HMD를 오래 전부터 개발하고 있었던 만큼 제조업으로 유명한 HTC와의 파트너십은 실로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자사 PC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의 동시 접속자 수만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명(관련기사)이 넘기 때문에 가상현실 콘텐트 개발사의 입장에서 가장 활용가치가 높은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올해 초만해도 동시 접속자 수가 850만 명이었던 것(관련기사)을 감안하면 반년 만에 18%에 가까운 성장을 보인 것으로 스팀VR의 등장은 향후 가상현실 시장 도약에 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 삼성 기어
▲ 삼성 기어 VR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기어 VR을 자사의 최고 성능을 보이는 갤럭시 노트4와 갤럭시 S6라는 고가의 스마트폰에서만 작동하게 만든데다 갤럭시 노트 4용으로 제작된 Gear VR이 갤럭시 S6용으로 제작된 Gear VR과 호환이 되지 않게 만들어버려 스스로 하드웨어 판매 시장을 축소해버렸다.

특히, 스마트폰은 시장의 특성상 6개월에 한 번씩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때문에 구매한 Gear VR이 비호환성은 소비자의 구매력을 더욱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또한, 기어 VR을 구매한 많은 이들이 즐길 만한 콘텐트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많이 보이고 있고 콘텐트 수급도 원활하게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아직 삼성전자가 가상현실 산업을 리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에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보유한 구글 카드보드가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구글은 카드보드라는 1만~5만원 대의 저렴한 VR HMD를 출시했다. 자사의 구글 플레이라는 막강한 콘텐트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고, 어떤 스마트폰이라도 사용이 가능하게 만든 뛰어난 범용성 때문에 가상현실 경험은 삼성전자의 기어 VR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족하지만 가격대 성능비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최근 구글이 해마다 개최하고 있는 I/O 컨퍼런스에서 카드보드 2.0을 발표, 카드보드를 직접 만드는 단계를 기존 12단계에서 3단계로 줄였으며 가격은 미화 30달러로 저렴하게 책정했다.

■ 가상현실 산업을 개척하는데 필요한 파트너는 누구인가?
위에 언급한 회사들만 보면 고려해야 할 파트너가 상당히 많아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일단 개발하고자 하는 콘텐트가 어느 플랫폼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파악만 하면 파트너로 고려할 회사의 수가 급속하게 줄어든다.

 

▲ HTC와 밸브
▲ HTC와 밸브

먼저 PC용 가상현실 콘텐트라고 한다면 고려할 대상은 오큘러스와 HTC가 가장 유력하다. 오큘러스는 당장 개발 콘텐트 개발에 필요한 VR HMD 널리 보급되어 있고 HTC는 스팀이라는 강력한 콘텐트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HTC의 바이브는 오큘러스 리프트와 다른 방식으로 포지셔널 트래킹을 구현한 만큼 콘텐트의 호환에 대한 고민은 해봐야 할 것 같다. 최근 북미 게임 콘텐트는 멀티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만큼 가상현실 구현 방법이 거의 동일한 소니의 VR HMD용 출시까지 고려한다면 오큘러스와의 협력이 개발 리스크를 줄여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일 플랫폼을 고민하고 있고 콘텐트 유통시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HTC의 VR HMD도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개발하고자 하는 가상현실 콘텐트가 콘솔용이라면 현재는 소니밖에 파트너가 없다. 아직 마이크로소프트는 VR HMD에 대한 전략을 발표한 바가 없다. 전용 VR HMD도 개발할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AR HMD인 홀로렌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소니의 VR HMD는 오큘러스와 유사한 기술로 만들어진 만큼 향후 PC버전을 고민한다면 오큘러스를 파트너로 고민해볼 수도 있다.

스마트폰 전용이라면 고민해야 할 부분은 구글 카드보드와 삼성전자의 기어 VR이다. 삼성전자의 기어 VR에 대하여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는데 왜 삼성전자를 언급하는지 어리둥절하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VR HMD 중 가장 성능이 좋고 가장 좋은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기어 VR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등장할 스마트폰들의 성능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고 갤럭시 노트4와 S6의 성능을 상회하는 스마트폰은 해마다 등장을 할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폭풍사가 개발한 폭풍마경이라고 하는 VR HMD는 다양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기어 VR은 모바일 VR 콘텐트 개발용으로는 매우 적합하다.

 

▲ 플레이스테이션 VR

특히, 오큘러스와 협업을 한 부분이 있어 모바일 VR 콘텐트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툴이 제일 좋다. 당장 오큘러스모바일 SDK를 사용할 수 있고 유니티언리얼 엔진과 같은 고급 툴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좋은 모바일 VR 경험을 제공하는 기기이기 때문에 레퍼런스로 활용하기에도 그 가치가 높다. 단, 유통망에 대하여 고민을 한다면 구글 카드보드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어떤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느냐 혹은 어떤 플랫폼을 활용할 것이냐는 어떤 기기를 활용하여 가상현실 콘텐트를 개발할 것이냐에 따라 선택하면 될 것이다

<서동일 VoleR Creative 대표 이사>

 

 

 

 

■ 서동일은?
2015.9~현재: VoleR Creative 대표이사, 창업자
2012.9~2015.2:오큘러스 VR 코리아 지사장
2011.3~2012.8:오토데스크 코리아 게임웨어 사업총괄 부장
2008.9~2011.3:스케일폼 코리아 지사장
2007.4~2008.8:한국게임산업진흥원 Global Business Manager
2006.1~2007.4:㈜엔도어즈 해외사업 파트장
UniversityofAlberta졸업

 

 

<기타>
2009.1~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문위원
2009~2010:한국게임개발자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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