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로드 게임 콜센터 김형준 본부장-김은아 팀장 인터뷰 “CS는 고객과의 소통”

 

게임은 콘텐츠 서비스 사업이기에 고객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모바일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5년 한국 모바일게임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23.3% 성장한 3조 5916억 원에 이른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그 만큼 게임의 운영과 고객 서비스도 중요해지는 추세다. 고객의 결제 금액이 높아질수록 불만과 요구사항도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게임은 결제를 한 이후에도 캐시아이템이 들어오지 않거나, 스마트폰 사양에 따라 플레이 도중 오류가 나는 경우가 가끔 벌어진다. 이럴 경우 즉각적으로 유저들의 불만이 접수 되는 곳이 고객센터다. 하루 종일 유저들의 문의와 항의가 빗발치는 이곳은 게임사가 고객들과 소통하는 최전선이지만, 게임업계에서조차 그 중요성을 간과하는 곳이기도 하다. 개발사가 힘들게 만든 게임을 최대한 고객들에게 잘 설명하는 것이 이들의 업무다.

고객센터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큐로드를 찾았다. 지난해 1월 설립된 이 회사는 네시삼십삼분(4:33), 위메이드, 로코조이, 슈퍼셀, 엔진, 룽투코리아 등 20여 곳이 넘는 회사의 모바일게임 CS(고객서비스) 업무를 담당한다. 전화상담, 1대1 문의는 물론 운영과 QA, 24시간 모니터링 업무도 함께 한다. 이중 실제로 전화를 받는 인원들만 따지면 50~60명 정도다.

인터뷰에는 큐로드의 김형준 서비스운영본부장과 김은아 게임CS 팀장이 응했다. 김형준 본부장은 2001년 넷마블에 입사해 운영과 QA, CS 업무를 맡아왔다. 김은아 게임CS 팀장 역시 2001년 엔씨소프트의 고객 상담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CS 업무를 이어 온 업계 베테랑이다.

■ 고객상담원, 알고 보면 게임 고수들

카드사나 이동통신사, 가전제품 고객센터가 그렇듯 게임 고객센터에서는 게임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알아야 설명을 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주로 문의를 하시는 분들이 고레벨 혹은 중간레벨 구간의 고객들이기에, 그분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화 상담원이 게임의 아이템이나 구조, 스테이지 등을 모를 경우 고객들이 항의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보통 GM들만 게임에 대해 잘 알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전화를 받는 직원들도 마찬가지”라며 “GM들은 게임 서비스 전 미리 게임을 경험해 볼 수 있지만, 콜 센터 직원들은 거의 고객과 동시에 게임을 시작해야 하는 게 어렵다”고 전했다.

큐로드에서는 보통 전화 상담원 한 명이 4종 이상의 모바일게임을 담당한다. 상담원은 각 게임을 최소 10시간 이상 플레이를 한 뒤에야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 김은아 팀장은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면 수험생의 마음으로 플레이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업무를 맡게 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게임을 한다. 유행이 지난 게임이라도 문의가 들어올 때를 대비해야 하기에 게임을 손에서 놓을 수는 없다.

전화가 오지 않는 시간에도 고객센터 직원들은 바쁘다. 새로운 업데이트나 패치가 있는지, 이벤트가 있는지 꼼꼼히 체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은아 팀장은 “우리가 힘들어 했던 것을 고객들도 똑같이 힘들어 하기에, 게임 플레이 경험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고객센터에는 게임에 대한 최신 공략이 넘쳐난다. 버그 발생이나 서버 오류 등은 고객센터가 가장 먼저 알아챈다. 직원들마다 담당하는 게임이 다르기에 정보 교환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김은아 팀장은 “게임을 하다보면 직원들끼리도 은근히 경쟁심이 발동할 때가 있다”며 “처음 게임 CS업무를 맡게 된 직원은 이러한 분위기를 어색해 하지만, 다들 금방 적응하더라”며 웃었다.

큐로드에서는 직원들끼리 펼치는 게임대회가 종종 펼쳐진다. 업무 시간에 게임을 해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는다. 게임을 열심히 해도 현질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다음 스테이지를 깨지 못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회사에서 지원금이 나온다. 스테이지를 넘겨야 고객응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욕설부터 황당 요구까지…다양한 고객들의 전화

고객센터 직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은 고객들의 항의를 받을 때다. 서버다운처럼 전체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특정 캐릭터나 유저에게만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김은아 팀장은 “특정 고객에게만 생긴 문제의 경우 고객의 데이터를 확인한 이후에 처리를 할 수 있기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고객의 입장에서는 바로 처리가 안돼서 답답하니 하소연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화를 받자마자 일단 욕부터 내뱉는 유저들도 배일비재하다. 상담원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을 수 없으니 그 욕설을 다 듣고 있어야 한다. 김은아 팀장은 “고객이 한 시간 정도 욕을 하다보면 스스로 화가 풀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결국 자신의 말을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참고로, 상담원에게 지나친 욕설을 할 경우 법적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게임 CS만의 특징인데, 다른 콜센터 업무와 달리 게임 유저들의 욕설은 매우 거칠다”고 말했다. 생전 들어보지도 못했던 욕설이 난무한다. 고객센터에서는 신입사원 교육을 시킬 때 실제 상담원들에게 걸려왔던 욕설을 들려주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알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화를 받다보면 울면서 뛰쳐나가는 직원들이 종종 생겨난다. 이 때문에 신입사원이 처음부터 게임 CS 업무를 맡기는 매우 힘들다고 한다.

규정을 벗어난 계정이나 아이템 복구, 결제 취소 등을 요구하는 고객들도 많다. 김 본부장은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는데 그때 누군가 결제를 하고 아이템을 다 써버렸다며 결제를 취소해달라는 경우가 있다”며 “게임사 입장에서는 증명이 되지 않으니 상당히 곤혹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3살짜리 아이가 아이템을 팔았으니 다시 내놓으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한다. 판매한 아이템이 500만원어치였다. 심지어 고양이가 발로 터치를 해서 결제가 됐으니 환불을 요구한 고객도 있었다. 고양이가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결제 버튼을 누르고 비밀번호까지 일일이 다 입력했다는 놀라운 주장이었다.

김형준 본부장은 “백번 양보해서 터치는 잘못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확인을 해보면 아이템을 다 써버린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털어놨다. 환불이 될 때까지 전화를 반복하거나, 환불 규정을 유심히 살펴본 뒤 이를 악용하는 유저들도 있다고 한다. 전화로 그치지 않고 직접 찾아와 욕설을 퍼붓거나 항의하는 일도 벌어진다. 계정이 복구 되지 않으면 가정이 파탄난다거나, 자살하겠다는 전화까지도 걸려와 상담원들을 놀라게 한다.

간혹 여성 상담원이 전화를 받으면 무작정 “남자를 바꿔 달라”는 고객도 있다. 여성 상담원은 게임을 모를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다. 김은아 팀장은 “무조건 남자를 바꾸라는 고객들이 있는가 하면, 남자 직원들이 자주 전화를 받으면 ‘왜 콜센터에 남자밖에 없느냐’며 화를 내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 CS에 대한 노력은 게임의 장수 비결

고객센터 업무를 하며 보람될 때는 고객들의 칭찬을 받을 때다. 문제가 해결 됐을 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할 때다. 김 팀장은 “고객의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았을 때는 상담원들도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고객들의 칭찬이나 격려의 말을 들었을 때 상담원들은 하루 종일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업무가 끝난 뒤에는 각 게임에 접수된 오류나 불만 사항들을 정리해 게임사에 넘긴다. 실제로 고객센터를 통해 들어오는 의견들이 게임에 종종 반영된다고 한다. 직원들의 이러한 노력 때문에 큐로드는 게임사들로부터도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김은아 팀장은 “가장 힘들 때는 고객의 항의 자체가 아니라, 고객의 요청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시켜야 할 때”라며 “당장은 화가 나시더라도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말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모바일 게임들이 출시되고 서비스가 종료되는 시대. CS는 유저가 게임을 접을 것인가, 쭉 이어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김 본부장은 “게임사가 단순히 CS를 비용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많은 게임들이 출시되지만, 고객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게임은 많지 않다. 고객들이 불만이나 요구를 들어줄 창구조차 만들지 않는다면 눈과 귀를 막는 것이다. 그러면 게임의 수명이 짧아질 수 밖에 없다. 유저들이 게임사에 늘 요구하는 것은 ‘제발 소통 좀 하라’는 것 아닌가. 유저들의 이야기를 듣고 게임을 발전시키고 개선해 나간다면 결국 게임의 수명도 길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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