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레이븐’ 히트…개발사들 카카오 플랫폼 효과에 의문제기

“2년 전만 해도 게임사들은 카카오 담당자들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섰다. 최대 목표는 카카오 게임하기에 입점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반전 됐어요.”

'슈퍼갑'으로 군림해왔던 카카오 게임 플랫폼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는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등의 무수한 히트작들을 배출하며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절대적 위치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카카오 게임하기에 입점한 게임의 수가 늘어나고, 예전보다 히트작이 좀처럼 나오지 않으면서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었다. 카카오 플랫폼 게임들은 현재 500개가 넘는다. 변별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다음카카오는 최근 유력 게임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제안서를 보냈다. 신작 게임을 카카오 플랫폼에 입점시키면 다음카카오가 다양한 마케팅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과거 개발사들이 카카오를 찾아간 것과 달리, 이제는 카카오가 개발사들을 찾아 나선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된 것. 업계에서는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다음카카오의 게임 플랫폼은 그 동안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쉽게 게임을 접하게 되는 통로로 활용됐다. 이를 통해 한국 모바일 게임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 온 것도 사실이다. 다만 게임 수수료는 개발사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다음카카오는 모바일게임을 채널링 하는 대가로 수수료 21%를 받아왔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구글이나 애플 앱스토어에 30% 수수료를 지급하고, 카카오 수수료까지 지불하고 나면 매출의 50% 미만을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다른 퍼블리셔들과 나눠야 한다. 때문에 출시된 게임의 매출이 높아도, 정작 영업이익률은 높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카카오게임 플랫폼은 글로벌 진출에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게임으로 출시하면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의 글로벌 피처드(추천하기) 선정에서 제외되는 등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하는 개발사들 입장에서는 카카오에만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개발사들은 조금씩 자신들만의 독자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카카오 플랫폼 없이 승부하기에 이르렀다. 게임빌과 컴투스가 합작 플랫폼 ‘하이브’를 선보였고, NHN엔터테인먼트도 자체 플랫폼 토스트를 출범시켰다. 일부는 성과를 거뒀지만, 그렇지 못한 게임들도 많았다.

그러다 지난 12일 출시된 넷마블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레이븐 with Naver’가 ‘탈 카카오’ 분위기에 불을 질렀다. 넷마블은 ‘레이븐’을 출시하면서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단 네이버는 엄밀히 따지면 플랫폼이 아니며, 두 회사는 마케팅만 제휴했다. 넷마블은 ‘레이븐’ 수익으로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 수수료를 낼 뿐이며, 수익을 네이버와 나누지는 않는다. 경쟁 게임사보다 영업이익률이 낮았던 넷마블이 던진 승부수였다.

넷마블의 이 작전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레이븐’은 출시 5일 만에 양대 오픈마켓 매출 1위를 석권하며 100억대 공중파 광고를 뿌리며 4개월 1위를 독주해온 ‘클래시오브클랜’마저 눌렀다.

각 마켓마다 수수료 30%만을 부담하고 나머지 수익은 고스란히 넷마블로 들어온다. 다른 모바일게임사들도 이러한 상황을 모를 리 없다. 여차하면 ‘탈(脫) 카카오’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게임 플랫폼의 한계를 지적한다. 한 중견게임사 관계자는 “잘 만든 IP가 플랫폼을 부흥시킬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플랫폼보다 IP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컴투스와 게임빌의 ‘하이브’가 주목받은 것 역시 ‘서머너즈워’의 힘이 컸다.

그러나 '레이븐' 돌풍을 탈카카오로 직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 게임하기의 힘은 여전히 막강하다. 카카오 게임인 ‘세븐나이츠’ ‘애니팡2’ ‘몬스터길들이기’ 등은 여전히 구글플레이 매출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레이븐’이나 ‘클래시오브클랜’ 등 비 카카오 게임들이 마켓 상위권에 랭크된 모습이 ‘탈 카카오’ 현상으로 해석되는 듯하다”며 “실제로는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의 유저 수나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다음카카오의 게임 매출은 683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8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게임 매출이 정체기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음카카오가 새로운 플랫폼과 글로벌 진출을 원하는 모바일 개발사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따라 모바일게임 생태계가 새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게임톡 백민재 기자 mynesca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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