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한 하루키 신작, 스마트폰 게임 필수 요소 '친절함', 비게이머의 상상력

기자에게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힘들겠지만, ‘신작을 믿고 볼 수 있는 작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대답할 것이다. ‘상실의 시대’부터 꾸준히 그의 작품을 접하면서 그의 상상력과 쿨한 캐릭터들에게 빠져서 한때는 말도 행동도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시크해기 위해 노력하는 ‘하루키병’에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가 떠난 해’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가장 드는 생각은 작품성을 떠나 ‘불친절하다’는 것이었다. 마치 수학 선생님이 학생들이 다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어려운 문제를 술술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왠지 '독자들은 이 장면들에 대해 당연히 이해할 거야. 그러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굳이 평을 내리자면 ‘지금까지 하루키 소설의 규칙을 여과 없이 지킨 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루키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등장인물 중 한 명은 꼭 입고 나오는 ‘치노 바지’와 ‘예쁘진 않지만 매력 있는’ 여자 주인공 등을 찾는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처음 읽어본 사람은 어느 정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도 ‘친절함’은 필수 요소다. 갑작스럽게 팽창한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비게이머들이 게이머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친절한 게임이란 ‘직관적인 게임’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레벨이 오르면 스킬을 배우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라, 레벨이 오르면 스킬을 배울 수 있게 만드는 게임이 친절한 게임인 것이다.

비게이머는 ‘게임을 접해본 적이 있지만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게임을 전혀 해본 적 없는 사람’도 포함된다. 즉 ‘당연히’가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게이머들에게 날아오는 공을 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비게이머는 왜 피해야 하는지 학습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생각보다 비게이머들의 상상력은 게이머들의 상상력을 초월한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한 지인이 “사촌 여동생이 ‘외국에서 카카오톡으로 답장 하면 돈이 들지 않냐’며 물었다. 그래서 ‘아니야. 공짜니까 답장해도 괜찮아’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여동생 왈 ‘그럼 그 돈은 누가 내주는 거야?’”라며 의아한 듯 물었다고 한다. 스마트폰 게임은 이렇게 상상력 넘치는 비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더욱 쉽고 친절해야 한다.

국민 게임 ‘애니팡’은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1호 대박 게임이다. 1년이 지난 올해 8월에도 DAU(Daily Activity User) TOP 3위 안에 든 식지 않은 인기를 자랑한다. 그런 인기의 가장 큰 이유는 간단한 게임 규칙과 직관적인 플레이 방식으로 쉽고 친절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칭 게이머라면 친절하지 않은 게임도 무난하게 클리어를 가능하다. 오히려 게이머들에게는 과도히 친절한 게임은 가끔 짜증 섞인 SKIP(건너뛰기)을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더 이상 게이머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장은 커졌고, 게임의 발전을 위해서 비게이머들의 유입은 계속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하루키 신작의 '불친절함'에서 오는 아쉬움에서 볼 수 있듯, 더 이상 기본만을 지키는 게임, 친절하지 않은 게임은 감동을 줄 수 없다. 비게이머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무한한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친절해지자.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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