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카톡이 와도 시큰둥한 이유', 30명 메시지 보내기, 말이 좋아 '소셜'

최근 한국 국민의 평균 소주 소비량을 올리는데 적극 일조하던 고등학교 절친 중 한 명이 갑자기 금주를 선언한 일이 있었다. 친구들은 “잘 생각했다”라며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이런 존중은 불과 1시간 만에 깨어져 버렸다. 오후 5시에 여자 셋이 만나 도무지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공원에서 치맥(치킨과 맥주)을 시키고 친구의 손엔 ‘무알콜 맥주’를 쥐어주었다. 맥주를 홀짝이며 우리는 “왜 이제 만나서 술 먹는 거 아니면 할 일이 없지?”라며 한탄했다. 문제는 맥주를 다 마신 후에도 이어졌다. 배가 빵빵하게 부른 우리는 할 일 없이 느적느적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갈 곳이 없어 결국 카페에 들어갔다. 그리고 자릿값을 내기 위해 커다란 빙수까지 꾸역꾸역 먹어야 했다.

‘우리가 살이 찌는 이유’, ‘우리가 돈을 쓰지 않고는 놀 줄 모르는 이유’, ‘우리가 술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도무지 요즘에는 먹지 않고, 돈을 쓰지 않고, 술을 먹지 않고는 시간을 보낼 곳이 마땅치 않다.

이는 카카오톡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이유’, ‘우리가 지겨운 인간이 되는 이유’, ‘우리가 카톡이 와도 시큰둥한 이유’ 중 하나는 이제 카카오톡 게임이 ‘소셜’과는 뗄레야 뗄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카카오톡 게임은 SNS 메신저가 기반인 만큼 ‘소셜’이 기본이다. 카카오톡에 입점한 게임은 게임 내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친구들에게 초대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30명의 친구에게 게임 메시지로 소식을 전해야 한다.

하지만 말이 쉬워 친구 30명이지, 연락을 자주 하는 친한 친구가 10명 안쪽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3년 전에 미팅했던 친구의 학교 오빠’한테까지 게임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는 밤늦게 카톡이 오면 ‘이 시간에 누굴까?’ 하면서 설렜지만, 이제는 ‘이 시간까지 게임을 하는 인간은 누굴까?’라는 생각이 앞선다.

어떤 사람은 이런 카카오톡의 ‘게임메시지 보내기’ 때문에 ‘카카오 친구추천’에 뜨는 성인 광고나 도박 광고를 반기기도 한다. ‘이름을 변경한 후 카카오톡 게임을 할 때마다 추천하기를 날려주면 보상 아이템은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며 팁을 주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셜’에 대해 “말이 좋아 ‘소셜’이지 친구한테 ‘조르기’와 뭐가 다른가”라고 이야기했다. 카카오톡 게임은 확실히 소셜성을 바탕으로 게임 소비 연령층을 확대하고 비게이머를 게이머로 바꿨다. 하지만 그저 순수하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을 ‘자꾸 게임 메시지 보내는 지겨운 인간’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품격 있는 문화생활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만, 늘어가는 지출 속에 아쉬움도 늘어간다. 중고등학교 시절 교실 뒤에서 친구들이랑 폴짝폴짝 뛰기만 해도 재밌었는데, 그런 소소한 재미를 느껴본지 아득하다.

마찬가지로 카카오톡 게임 역시 처음에는 게임 초대 메시지를 받으면 ‘이게 그렇게 재밌나? 친구랑 함께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게임 메시지를 받아도 시큰둥하기만 하다. 어느덧 아득하게 느껴지는 게임 초대 카톡에 대한 설렘을 가져다 줄 게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한경닷컴 게임톡에서는 생활 속 게임 신조어와 문화 트렌드를 매주 수요일 '황인선 기자 레알겜톡'을 통해 연재한다. 황인선 기자는 20대 새내기 게임기자이며 MMORPG와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열혈게이머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