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야구단'-'스토리헬퍼' 이색 활동, "한국 대표 게임사로 책임감"

개인적으로 기자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결혼식은 영화 ‘맘마미아’ 속 결혼식이다. 문서에 기계적으로 도장을 찍듯 시간에 쫓기며 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은 낡고 지붕이 뾰족한 예쁜 교회에서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의 축복을 받으며 하는 결혼식을 꿈꾼다. 이 말을 듣자 어머니는 ‘그럼 그동안 뿌린 돈은 어떻게 회수할 건데!’라며 등짝을 후려쳤지만 말이다.

여자에게 결혼이란 단순히 흘러가는 동영상의 프레임 하나가 아니라, 영원히 기억될 스냅 사진 한 장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여자 연예인의 결혼은 언제나 핫이슈가 된다.

하지만 최근 가수 이효리의 결혼은 다른 의미에서 화제가 되었다. ‘화려한, 섹시한’의 수식어가 어울리는 그녀가 ‘간소한 결혼식’도 아닌 ‘식 없는 결혼식’을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는 9월 제주도에서 양가 부모님과 형제들만 모인 가운데 결혼식을 올린다.

섹시 아이콘이 평범한 동료 가수를 피앙세로 선택한 그녀의 이런 당돌한 선택은 의외였고, 반전의 연속이었다. 이효리 같은 톱스타라면 협찬을 해주기 위해 업체들이 줄을 섰을 텐데,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 포기한 그녀의 모습에 네티즌들은 ‘여자가 봐도 멋진 사람이다’, ‘결혼에 대한 다른 시선을 보여주었다’며 박수를 보냈다.

이런 반전 있는 당돌한 선택은 게임업계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한국 게임업계 맏형으로 불린 엔씨소프트가 야구단을 창단했을 때 게임이 이제 주류 사회에 편입되었다는 박수를 받았다. 그런 엔씨소프트가 지난 7월 한국 최초 디지털 스토리텔링 저작 지원 소프트웨어 ‘스토리헬퍼’를 발표했다.

소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 스토리 창작을 지원하는 스토리헬퍼는 3년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엔씨소프트 재단과 이화여대 디지털 스토리텔링 연구소가 공동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다.

게임 속에도 스토리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굳이 스토리라기보다 ‘세계관의 역할’로서 강력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게임 회사에서 딱히 게임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도 놀라웠다. 특히 귀를 의심하게 했던 사실은 이 모든 것이 전면 무료라는 것.

주축이 되어 스토리헬퍼를 만든 류철균 교수(소설가 필명 이인화)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갖추는데 성공했다고 평가를 받는 영화 1406편을 일일이 연구해 11만개의 장면 베이스를 만들었다”며 스토리헬퍼가 단순히 ‘무료’의 스케일이 아닌 엄청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고퀄리티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전했다.

외국에서는 이미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이 사용되고 있지만, 대규모 작가 제도가 보편화되지 않은 한국에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따라서 최초의 한국형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인 셈이다. 그냥 ‘인기 연예인 A씨 열애’라는 기사보다 ‘[최초] 인기 연예인 A씨 열애’가 더 높은 클릭수를 자랑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최초’의 몸값은 비싸다. 따라서 엔씨소프트가 회사의 입장에서 이익을 추구할 수도 있지만, 이를 전면 무료로 배포하며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이재성 엔씨소프트 전무는 “엔씨소프트는 한국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회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책임감도 크다. 스토리헬퍼는 한국의 작가들에게 현실적이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무료 배포의 이유를 밝혔다.

이효리의 파격적인 선택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이 시대의 여성 톱스타가 결혼을 마주한 새로운 방법’ 때문만은 아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힘든 연예인이라는 직업으로 자신만의 인생을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의 야구단과 스토리헬퍼가 돋보인 것은 단순히 ‘우리는 이런 일도 한다’라며 자랑하는 게 아니라, ‘게임’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가지를 시도하며 한국 게임업계에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게임사로서 당당하게 ‘반전 매력’을 보여주기 때문은 아닐까.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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