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강해진 멘탈 부수는 한 마디, 댓글과 별점 생채기 “맷집 키워라”

누군가 나에게 게임의 순기능에 대해 묻는다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강한 멘탈’이라 말하고 싶다. 5년간의 온라인 게임은 대장장이가 칼을 제련하듯 멘탈을 강하게 단련시킬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다소 난폭한 언어에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12개월된 내 사촌동생을 데려놓고 가르쳐도 님보다 잘할 듯”라고 말해도 “허허. 패기 넘치는 젊은이로군”라며 넘어갈 수 있는 다이아몬드급 멘탈이라 자신한다.

▲ 이말년 시리즈 125화 '전설의 커피마스터 하'중
하지만 기자가 되어 이런 강한 멘탈에 큰 생채기가 생길 일이 생겼다. 바로 기사에 달리는 댓글 때문이다. 한 문장만으로 연애를 막 시작한 사람처럼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댓글이 있는가 하면, 한 형태소만으로 일주일을 멘붕(멘탈 붕괴)에 빠지게 하는 댓글도 있다. 최근 기사에 달린 댓글 중 “게임 기자도 나름 전문가라면”이라는 말이 마음에 콕 박혀 그날 쓴 모든 기사에 ‘나름’이란 단어를 넣기도 했다.

게임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게임이 출시되면 유저들의 정성스러운 리뷰와 후한 별점이 달리기도 하지만, 시어머니에게 칭찬 한 번 받는 것보다 잔소리를 열두 번 듣는 것이 쉬운 법이다. 특히 스마트폰 게임의 경우 게임을 한 번 플레이한 후 별점을 바로 입력할 수 있어 쉽고, 빠른, ‘3초 단박 평가’가 가능하다.

유저들의 입장에서 솔직 담백한 평가는 당연지사다. 게임에 버그가 있거나, 결제 내역이 적용되지 않거나, 서버가 불안정해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할 경우에 주는 ‘분노의 1점’은 결코 짠 평가가 아니다. 하지만 종종 낮은 평가 점수와 함께 달리는 도발적인 댓글이 개발자의 마음을 멍들게 한다.

아프리카TV 인기 BJ(방송 자키) PD대정령의 경우 “인터넷 방송보다 정규 방송이 더 마음이 편하다. 유저들의 피드백이 바로 오지 않기 때문에,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방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며 실시간 피드백의 단점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현장감 넘치는 피드백에는 강점도 크다. 하루 종일 데이트를 하고 집에 들어와 보니 앞니에 커다랗고 새빨간 고춧가루가 있던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실시간 피드백의 필요성을 절실히 안다. 물론 말할 당시엔 민망하겠지만, 함께하는 시간동안 보고도 못본 척 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환한 웃음에 민망함으로 답해야하는 피곤함도 없기 때문이다.

게임사 역시 마찬가지다. 실시간 피드백은 가끔 게임 개발에 들인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동시에 유저와 가장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유저 눈높이에서 다가갈 수 있고,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버그나 게임 내 밸런스 상황, 유저들의 불만과 요구를 바로 소통할 수 있다. 

▲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 중
“거울 한 번 봐야할 것 같다”와 “이에 완전 큰 고춧가루 있다”라고 말할 때 듣는 사람의 민망함에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빨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말하는 마음은 똑같다. 게임의 별점과 댓글들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의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한 달콤한 채찍질이다. 그러니 채찍 소리에 쫄지 말고, 온몸으로 받아낼 줄 아는 맷집을 키우는 것이 순서다. 물론 댓글에 생채기가 난 소심한 내 마음에도 “쫄지마”라고 말해주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한경닷컴 게임톡에서는 생활 속 게임 신조어와 문화 트렌드를 매주 수요일 '황인선 기자 레알겜톡'을 통해 연재한다. 황인선 기자는 20대 새내기 게임기자이며 MMORPG와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열혈게이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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