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NHN 분사, 오래된 '포트리스' 등 여러 이별, "재밌는건 왜 끝날까?"

미련하게도 그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주었다. 그게 잘못이다. 그는 나의 애인이었고, 내 인생의 멘토였고, 내가 가야할 길을 먼저 가는 선배였고, 우상이였고, 삶의 지표였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12부 화이트아웃 중 대사

세상엔 여러 가지 종류의 이별이 있다. 하지만 그 중 아름다운 이별은 단 한 개도 없다. 어떻게 이별이 아름다울수 있을까? 자주 가던 식당의 사이드 메뉴 하나가 사라져도 아쉬운데, 오랜 시간 가까이에서 함께한 것과 이별할 때 더욱 아프다.

살면서 직접 경험한 이별은 적지만, 친구들의 수많은 이별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만난 지 하루만에 사귀고 일주일만에 헤어진 LTE급 이별도 있었고, 크리스마스 당일에 이별을 통보해 친구들이 단체로 '아리랑 치기'를 하러 가자며 다짐하게 했던 이별도 있었다. 이런 이별들을 한데 모으면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아침 드라마에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이별은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하는 이별'이다. 뻔한 예시로는 주인공 두 사람은 열렬히 사랑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어머니가 여자 주인공에게 흰색 봉투를 던지며 '우리 아들과 헤어져줘요'라고 이야기하는 상황을 들 수 있다.

게임업계에서도 이같은 이별이 있다. 한빛온의 '스파이크걸즈'가 있다. 지난 2010년 10월 28일 서비스를 종료한 이 게임은 '족구'라는 스포츠게임과 미소녀를 합친 묘한 조합의 게임이었다.

그러나 '김치 초콜렛'이 이렇다할 대중성을 얻지 못한 것 같이 이 게임도 수많은 온라인 유저를 모으지는 못했지만 혼자 플레이하는 유저를 위해 GM들이 함께 플레이를 해주는 따뜻한 게임이었다.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져 게임을 종료하게 되었다.

▲ 혼자 플레이하는 유저를 위해 찾아온 GM
서로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담백한 이별도 있다. 단골 멘트로는 "우리는 친구로 지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등이 있다. 이런 이별은 헤어진 후에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재기를 노릴 수 있는 희망적이면서도 애매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게임업계의 담백한 이별은 13년만에 분사한 한게임과 네이버이다. 2000년 네이버컴과 한게임커뮤니케이션즈가 합병한 후, 다시 분할되며 한게임은 NHN 엔터테인먼트로 이름까지 바꿨다. 한게임과 네이버는 함께할 때보다 갈라졌을 때 전문성을 강화하며 더 큰 성장을 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한 것이다. 7월 1일부터 판교 신사옥에서 새출발을 한 NHN 엔터테인먼트는 긴 머리도 단발로 싹둑 자르고 새 구두도 사서 신은 돌솔('돌아온 솔로'의 줄임말)다.

반면 한 사람의 일방적인 통보로 이루어지는 이별도 있다. 대학 친구 중 한 명은 사소한 다툼 이후 남자 친구가 연락을 안 해 첫째날은 화를 내고, 둘째날은 걱정을 하지만 자존심때문에 연락은 못하다가 셋째날 페이스북 상태가 '싱글'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보고 분노를 한 적이 있었다. 졸지에 '차인 여자'가 된 것이다.

이런 괘씸한(?) 일은 게임업계에도 있다. 지난 4월 플레이피쉬가 '심시티 소셜', '더 심즈 소셜', '펫 소사이어티'의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한 것. 퍼블리셔인 EA는 "처음에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들을 즐겼지만 플레이어 수와 활동이 점점 줄고 있다"며 종료 이유를 밝혔다. 사람들은 이에 서버 유지 비용등으로 이해는 하지만 당황스러움과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유저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다 되어버려 끝난 이별도 있다. 오랜 기간동안 최선을 다한 만큼 서로 미련도 후회도 없는 잔인한 이별이다. 너무 오랫동안 함께 했기 때문에 헤어졌다는 것도 실감나지 않아 슬픔을 못 느끼다가 어느날 문득 발견한 종이배 하나에 울음이 터지는 시한폭탄같은 상태다.

▲ 포트리스2 블루의 서비스 종료 안내문
초등학교 시절 거의 처음 접한 컴퓨터 게임은 '보글보글'과 '포트리스'였다. 당시 친구네 오빠가 즐겨했던 게임으로 절대 해볼 순 없고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플라토닉 러브의 게임이었다. 현재 CCR의 '포트리스2 레드'가 서비스되고 있지만, '포트리스2 블루'는 2011년 4월 5일을 마지막으로 종료되었다. 이에 소식을 접한 유저들은 "너도 나도 포트리스를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아쉽다"라며 추억하기도 했다.
▲ 애니메이션 보노보노의 한 장면
애니메이션 '보노보노'의 마지막 화에서 보노보노는 "재밌는 것은 왜 끝나나요?"라고 질문한다. 이에 야옹이형은 "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을 반드시 끝내기 위해서야"라고 대답한다. 게임업계에서의 이별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애정을 가지고 플레이한 게임의 서비스 종료는 안타까움과 슬픔을 남긴다. 하지만 슬픈 이별이 있기에 비로소 새로운 게임을 기대할 수 있는 아름다운 시작이 있는 건 아닐까?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한경닷컴 게임톡에서는 생활 속 게임 신조어와 문화 트렌드를 매주 수요일 '황인선 기자 레알겜톡'을 통해 연재한다. 황인선 기자는 20대 새내기 게임기자이며 MMORPG와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열혈게이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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