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화와 곰신-프로도와 샘, 서포터는 '엄마의 역할', '든 자린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여대의 특수성 때문인지 대학생 시절 특이한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군인만 만나는 친구가 있었다. 20살부터 23살때까지는 군인 신분이 많아 '곰신(군대간 남자친구를 둔 여자를 뜻하는 말)'이 많긴 하지만, 굳이 군인을 소개받는 경우는 드물다. 자주 연락하기도, 만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난 군복에 약해"라며 수줍게 취향을 고백했다.

그냥 평범한 여자들처럼 군인 남자친구를 기다린다면 아무도 말리지 않았겠지만, 그녀의 정성은 실로 대단했다. 매일매일 쓰는 편지는 물론이고 정성이 담긴 선물과 돈이 들어간 선물까지 카테고리별로 다양하게 준비했다. 물론 면회는 기본이다. 친구들은 그녀에게 "헌신하다 헌신짝된다"며 말리기도 했지만, 아무도 그녀를 말릴 수 없었다.

▲ 출처=네이버 곰신까페(위)-곰신 기자의 편지(아래)
이런 그녀에게 게임을 시킨다면 '서포터' 역할이 제격이다. 전적으로 군인 남자친구를 서포트해주면서 힘들 때는 옆에서 위로가 되었고, 기쁜 휴가때는 함께 해주었으며, 심심할 때는 웃겨주는 완벽한 서포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설적인 서포터로는 전 세계적인 판타지 소설을 영화화한 '반지의 제왕'에서 샘이 있다. '절대 반지'를 파괴하기 위한 원정에서 프로도는 골룸의 이간질로 샘이 반지를 탐낸다고 오해한다. 그는 샘에게 모질게 대하지만 눈물겹게도 샘은 끝까지 프로도를 쫓아다니며 대신 반지를 처리하려고까지 한다.

▲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최고의 서포터 '샘'을 '리그오브레전드' 게임 관점에서 해석
서포터는 게임 속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굳이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엄마'라고 할 수 있다. 엄마같은 마음으로 다른 플레이어가 잘 볼 수 있도록 어두운 곳을 밝혀주고, 옆에서 지켜주며, 다른 팀원들이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빈 구멍을 메워주고, 전체 게임의 진행 상황을 보며 어디로 가서 도와줘야 하는지 판단하는 역할이다.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서포터는 원딜을 지키고, 아군의 생존을 책임져야하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진정한 서포터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보여준 CJ 엔투스 프로스트 팀의 '매드라이프'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서포터는 아무리 잘해도 미드 라이너와 탑 라이너를 넘을 수 없다. 아무리 잘해도 서포터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임에서 서포터는 사실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킬수가 높은 것도 아니고, 최전선에서 싸우는 역할도 아니다. 따라서 게임을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은 '서포터의 역할이 중요한가? 없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속담은 서포터를 위한 말이다. 1+1= 2라면, 1+서포터= 3이 될 수 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우리 생활 속에서도 서포터는 곳곳에 있다. 하지만 게임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실 속 서포터도 장미꽃다발 속 안개꽃처럼 주연이 될 수는 없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높은 킬수를 자랑하고, 마지막 한타의 쾌감도 없지만 샘이 있기에 프로도가 빛나고, 곰신이 있기에 군화가 있을 수 있듯 서포터가 있기에 주연이 빛날 수 있는 것이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한경닷컴 게임톡에서는 생활 속 게임 신조어와 문화 트렌드를 매주 수요일 '황인선 기자 레알겜톡'을 통해 연재한다. 황인선 기자는 20대 새내기 게임기자이며 MMORPG와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열혈게이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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