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만~4만명 관람객 폭등, 때론 친구와 함께하는 심야게임 짜릿

얼마 전 커플들에게 늦게까지 밖에 있을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가 있었다. 바로 '경복궁 야간 개장'이다.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야간 개장으로 개방한 경복궁은 하루 3만~4만명의 관람객이 몰리며 엄청난 인기를 자랑했다. 예상보다 많은 관람객에 문화재청은 24일과 26일에는 인터넷 예매 3만명, 현장 판매 1만명으로 관람객 수를 제한했다. 피크라고 할 수 있는 25일 토요일엔 관람권 예매를 중단했다.

경복궁이 '핫 플레이스'가 된 것은 평소에는 6시면 문을 닫아 운치있는 야경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 아름다운 경복궁의 야경 (출처=블로그)
생각의 차이가 있지만 기자는 밤에 하는 것은 뭐든지 다 재밌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밤 12시에 먹는 치맥(치킨과 맥주)은 낮에 먹은 스테이크와 와인보다 맛있고, 9000원짜리 심야 영화는 낮에 본 9만원짜리 뮤지컬 공연보다 감동적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낮에 때리는 몬스터보다 밤에 때리는 몬스터가 더 찰진 건 기분 탓일까? 아마 그건 밤에는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생 때 온라인 게임에 푹 빠져 밥먹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된장국에 밥을 말아 먹으면서도 행복했던 때가 있었다. 하루는 수업이 공강이 되어 낮에 게임을 켰다. 그런데 이상하게 게임이 재미가 없었다.

▲ 혼자 플레이하는 게임
'아 드디어 내가 게임에 질렸구나. 이제 접을 때구나'라는 생각에 게임을 종료하고, 늦은 밤 잠깐 접속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이 아니라 '잠깸'이었다. 초라했던 낮 시간의 친구 목록에 비해 밤 시간에는 알찬 친구 목록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 하는 '정예 몬스터 잡기'보다 친구와 함께 하는 '약초 캐기'가 더 재밌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낮에는 학교, 학원, 직장, 집안일 등으로 바쁜 현대인들에게 밤은 혼자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따라서 밤에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모인다. '게임'이라는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끼리 플레이하는 게임의 재미는 '레드불'보다 강력한 에너지 드링크다.

▲ 길드원들과 함께 플레이하는 게임
물론 이번 경복궁 야간개장 기간 중 수많은 사람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며 혼란이 있었다.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들로 문화재에 대한 시민의식이 문제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하게 늦게까지 게임을 해서 다음날 일상 생활이 힘들어진다면 반성해야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고자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경복궁에 온 사람들은 각박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재미'를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때론 밤 늦게까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현실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한경닷컴 게임톡에서는 생활 속 게임 신조어와 문화 트렌드를 매주 수요일 '황인선 기자 레알겜톡'을 통해 연재한다. 황인선 기자는 20대 새내기 게임기자이며 MMORPG와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열혈게이머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