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의료 기술 대회 논란, '아이유-김태희가 박지선보다 흔하다?'

얼마 전 2013년 미스코리아의 사진이 공개되어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사진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미묘했다.

"어머니가 날 낳으시고, 의느님('의사+하나님'의 합성어)이 날 거두시니"라며 개성없이 비슷하게 생긴 후보들의 모습을 비판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얼굴을 뽑는 대회가 '한국 의료기술 경진대회'가 된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 2013 미스코리아 후보 사진
한국만큼 외모에 민감한 나라도 없다. 전 세계에서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기준에 '머리 크기'를 논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취직을 하기 위한 '취업 성형'도, 대학에 들어가기 전 '수험생 성형'도 한국에서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제 부모의 역할에 먹여주고 재워주고 공부시켜 주는것 뿐만 아니라 '리모델링'도 들어갈 정도다.

그런데 '외모 지상주의'는 오프라인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 온라인에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3년 넘게 같이 게임을 한 친구가 있다. 실제로는 상남자(?)지만 이상하게 온라인 게임에서 시원한 의상을 입은 야들야들하고 예쁜 여자 캐릭터만 고집했다.

하루는 궁금해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내가 온라인 게임을 하루에 3시간 이상 플레이해. 그러면 내가 남자 뒤통수를 봐야 할까, 여자 뒤태를 봐야할까?"라며 되물었다.

그렇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예쁜 캐릭터'의 중요도는 별이 다섯개다. 게임에서의 캐릭터는 '나'의 아바타도 되지만, 함께 오랜시간 플레이하는 '동반자'의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시험문제를 풀 때는 5분 동안 고민하고, 캐릭터를 정할 때는 50분을 고민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 블레이드&소울(왼쪽위)-아이온-아키에이지(왼쪽아래)-테라
그래서인지 한국에서 출시한 게임들의 여자 캐릭터들은 어디서 본 듯한 외모가 많다. 캐릭터만 보고는 무슨 게임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커다란 눈, 오똑한 코, 새초롬한 입술, 하얀 피부는 '떡볶이-튀김-순대' 세트처럼 필수는 아니지만 기본이 되는 패키지다.

블리자드의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의 불타는 성전 확장팩에서는 새롭게 추가된 '블러드엘프' 종족이 급속히 늘어나 다른 종족에 비해 8:2의 비율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와우의 스토리 상으로 오크와 트롤 종족이 주가 된다. 하지만 유저들의 '가슴이 시켜야' 선택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게임은 과연 현실의 반영인가? 기존의 게임 속 캐릭터 외모는 선택의 폭이 좁았다. 그런데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에서부터는 코 넓이, 속눈썹 위치까지 조절할 수 있는 미세 조정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유저들은 의느님으로 빙의해 자신의 캐릭터를 마음에 드는 모습으로 몇시간 동안 자체 성형 수술을 집도(?)했다. 그러다보니 '게임에서는 아이유, 김태희가 박지선보다 흔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 '블레이드&소울'의 커스터마이징
외모 지상주의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게임 세상까지 현실과 '닮아도 너무나 닮은' 모습은 안타깝다. 이상수 철학자는 "고쳐야할 것은 얼굴이 아니라 마음이며, 성형 미인보다 아름다운 것은 사람의 그윽한 향기다"라고 했다.

예쁜 캐릭터도 좋지만 얼핏 보기에도 비슷비슷한 캐릭터들보다 게임의 특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개성있는 캐릭터가 절실하다. 물론 아직까진 전형적 미인과 개성적 미인 중 '산다라박'을 선택하는 분위기지만 말이다.

▲ 흔한 질문과 흔한 대답

 

*한경닷컴 게임톡에서는 생활 속 게임 신조어와 문화 트렌드를 매주 수요일 '황인선 기자 레알겜톡'을 통해 연재한다. 황인선 기자는 20대 새내기 게임기자이며 MMORPG와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열혈게이머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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