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이성계, 신사임당, 원효대사, 김구 등 역사 속 나무이야기

백범 김구는 마곡사 앞 마당에 왜 향나무를 심었을까?

나무 인문학자 고규홍이 우리의 긴 역사 속에서 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 ‘나무를 심은 사람들’로 펴냈다.

나무에 담겨서 사람의 입으로 전해오는 이야기에는 태조 이성계, 신사임당, 원효대사, 김구 등 위인부터 평범한 삶을 산 무명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나무를 심은 사람들이 나무 곁에 남긴 우리 역사의 숨은 이야기를 읽는 맛은 쏠쏠하다.

고규홍은 단편적인 사료, 문중에 전하는 문서, 절집에 남은 전설,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민담 등 다양한 자료와 설화를 모아 귀한 이야기를 솎아 책으로 엮었다.

열세 살 나이에 왕이 된 신라 애장왕은 왕후의 쾌유를 빌기 위해 해인사를 짓고 느티나무를 심었다. 전라북도 진안 평지리 이팝나무에는 굶어죽은 아기의 영혼이라고 배부를 수 있도록 쌀밥 닮은 꽃이 피는 나무를 가꾼 가난한 아비들의 슬픔이 서려 있다.

일제에 핍박받던 조국의 온전한 광복을 염원한 백범 김구는 마곡사에 향나무를 심고 그 일을 ‘백범일지’에 기록했다. 그리고 천재 예술가의 자취를 고스란히 담은 신사임당의 매화, 위대한 승려 원효대사가 남긴 광활한 비자나무 숲의 스토리텔링이 솔깃하다.

[고규홍의 나무이야기. 사진=솔솦닷컴]

그가 풀어내는 나무 이야기는 12년간 기자 생활을 접고 1999년부터 천리포에 숨어들었다가 숲의 고요와 아름다움에서 또 다른 세계를 만난 이후 무려 서른 권을 넘게 출판한 책에 녹아들어 있다.

매일같이 나무를 찾으며 나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첫 발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한결같다. 그리고 나무를 찾아 떠난 세월이 나무를 심은 사람, 나무 곁을 지키며 사는 사람을 만난 시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감나무 같은 존재가 되고 싶고 나무처럼 늙고 싶다는 고규홍. 나뭇결에 담긴 사람살이의 이야기에 매혹된 그는 이번에는 양장본을 마련했다. 그는 “한 권 정도는 ‘소장용’으로 포장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규홍은?

공익재단법인 천리포수목원 이사이며 한림대학교와 인하대학교 겸임교수다. 지은 책으로 《슈베르트와 나무》, 《고규홍의 한국의나무 특강》, 《천리포에서 보낸 나무편지》, 《천리포수목원의 사계 봄·여름 편, 가을·겨울 편》, 《나무가 말하였네 1, 2, 옛시》, 《도시의 나무 산책기》, 《옛집의 향기, 나무》, 《절집나무》, 《이 땅의 큰 나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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