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 게임에 없던 마이클 조던, 2K 게임에 등장

[NBA – 전설의 시작]
이미지 – 유투브(/watch?v=Rt_dzyszSak)

거의 최초로 제대로 된 농구게임을 발매하며 인기를 독점하고 일찍이 스포츠 게임의 가능성을 선보였던 EA는 1989년 MS-DOS 게임으로 출시한 ‘NBA 레이커스 대 셀틱스’부터 그 시리즈를 계승한 ‘NBA 라이브’ 게임 시리즈로 확고한 위치를 선점했다.

EA는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4대 스포츠 중에 하나인 농구를 게임화하여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2K 게임즈가 초창기 자신들의 텃밭인 농구 게임 시장에 진입할 때만 해도 EA는 2K게임즈의 ‘NBA 2K’ 정도의 게임은 자신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소멸되는 게임 중에 하나가 될 것이라고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EA가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2K 게임즈는 과거 EA에 재직하던 개발자들이 EA의 갖은 억압과 횡포에 회의를 느끼고 뛰쳐나간 개발자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회사였다는 점이다. ‘지피지기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百勝)’이라는 지극히 동양적인 전술적 사고관념은 동양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 어디서나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 진리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백 번 이긴다는 말처럼 2K 게임즈는 한 때 자신들이 몸담고 있었던 EA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았다.

반대로 EA는 2K게임즈에 대해 너무나 몰랐다. 이미 거대해진 대제국 EA는 발 아래 굽어 살펴보던 약소 게임 업체들을 무시하다 못해 안중에도 없었고 이것이 후에 큰 화근이 될 줄은 예상하지도 못한 채 안분지족의 평안함을 누리고 있었다.

2K 게임즈는 이렇게 방심하고 있던 EA의 부족한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 중에 하나가 농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 바로 ‘마이클 조던’이었다. 과거 EA는 마이클 조던이 등장하는 농구 게임을 만들긴 했다. 하지만 실제로 마이클 조던과는 정식으로 제대로 계약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게임상에서 ‘No. 23(조던의 등번호)’이라던가 ‘조던’ 이라는 이름만 표기했다. 2K 게임즈는 바로 이 부분을 노렸다. 2K 게임즈는 자신들의 불리한 입지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줄 핵심 포인트로 마이클 조던을 보았다. 바로 ‘농구의 신’ 이라는 칭호를 들으며 아직까지도 그 기록을 깨기 힘든 대 기록의 보유자 ‘마이클 조던’의 라이선스 계약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마이클 조던은 한 때 농구를 은퇴하고 농구가 아닌 다른 일을 하면서 지냈지만 그가 있을 곳은 역시 농구 코트 위였다.

[2K Games – NBA 2K6]
이미지 – https://www.gpvideogames.com/Products/36186/nba-live-06

은퇴 후 1995년 돌연 복귀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팬들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전성기가 지난 농구 선수를 걱정했다. 하지만 그는 팀에 복귀하자마자 그런 우려를 보기 좋게 깨버리고 하락세였던 시카고 불스를 1996년, 1997년 1998년 3연속 우승팀으로 만들어 놓는 쾌거를 보이면서 다시 한 번 ‘농구의 신’이라는 신적인 지위를 확고히 입증했다.

더욱이 마이클 조던의 명성은 단지 코트 안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전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에서 각종 의류나 신발 등에 마이클 조던의 이름이 들어간 제품들을 내놓았고 그 제품들은 당시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우상화된 아이템이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고가의 ‘에어 조던’ 농구화를 갖기 위해 10대 청소년들이 마약을 팔아 돈을 벌거나 농구화를 뺏기 위해 살인사건까지 일어났을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마이클 조던의 번호 ‘23’이라던가 그의 이름이 새겨진 각종 의류나 가방, 신발 등이 인기를 얻었고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명품으로 취급받으며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 신적인 존재 ‘마이클 조던’과 2010년 2K게임즈는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따냈다. 한 때 EA에서 마이클 조던이 등장하는 농구 게임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사실 그를 빼놓고 농구 게임을 만드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이 마이클 조던과 비용적인 합의를 했어야 했지만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마이클 조던과의 계약금 지불에서 문제가 있었는데 마이클 조던은 돈이 없어서 아쉬운 사람이 아니었다. 아마도 액수의 크기보다는 그에 대한 접근법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마이클 조던은 농구가 좋아서 정말로 농구가 미치도록 좋아서 농구를 하는 선수였고 실제 그의 계약서상에도 “계약서에 명시된 경기 외에도 농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돈을 받지 않고 경기를 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있을 정도였으니 그의 농구에 대한 생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2K Games – NBA 2K6]
이미지 – https://www.video-games-museum.com/en/game/NBA-2K6/59/2/35283

EA는 단순히 그것을 금액적인 가치로만 환산하려 했다. 그렇게 책정된 비용은 상당히 합리적이고 비즈니스적이며 효율적인 지표를 통해 정해진 지극히 타당한 금액이었겠지만, 그 사실 자체가 조던에게는 치욕스럽고 불명예스러운 접근법이었던 것이다.

이미 마이클 조던은 1998년 은퇴 당시에만 해도 5억 달러(한화 기준 5000억원 이상)였던 재산이 2014년에는 10억 달러(한화 기준 1조원 이상)이상의 자산가였다. 결국 EA는 마이클 조던과의 협상에 실패하고 EA의 NBA 라이브 시리즈에서 시카고 불스의 23번 선수 이름이 ‘Roster Player’라는 이름의 선수가 등장하는 촌극을 벌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은퇴 후에 NBA라이브 2000부터~2004까지 협상에 성공하여 EA의 NBA 시리즈에서 마이클 조던을 볼 수 있었지만 그 이후 시리즈는 결국 계약이 결렬되어 EA의 농구에서 마이클 조던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전후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2K 게임즈는 마이클 조던과의 협상을 통해 자사의 NBA 2K시리즈에 마이클 조던의 캐릭터와 실명을 사용 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았다. 그리고 그 뒤부터 NBA 농구 게임의 판도가 완전히 뒤집어지게 된다.

[2K Games]
이미지 – 유투브(/user/2KGames)

농구의 신이 2K 게임즈의 NBA 2K 게임에 등장한 것이다. 비록 마이클 조던의 성격이나 평소 행실을 두고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그 모든 것조차 농구의 신 앞에서는 위대한 업적을 이룬 그의 지위를 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미국의 여론 조사 기관 중에 유명한 ‘Harris Poll’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선수 항목에서 마이클 조던은 1993년부터 2005년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항상 1위를 차지하는 기념비적인 선수였다.

참고로 마이클 조던 이후 2006년부터 1위를 차지한 선수는 타이거 우즈이다. 타이거 우즈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1위를 했지만 결국 2013년에는 마이클 조던이 다시 1위를 차지하는데 마이클 조던이 이 때는 이미 여러 번 은퇴한 선수인 것과 설문 조사의 항목이 농구 선수 중에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전 스포츠 종목에서 선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놀라운 기록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아마도 EA는 마이클 조던이 단순히 그저 조금 많이 유명한 농구선수 개인일 뿐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었다면 처음 마이클 조던과 인연을 맺었을 때부터 그 뒤로 계속해서 마이클 조던을 절대 놔줘서는 안 됐을 것인데 아마도 마이클 조던의 성격과 그의 자부심에 상처를 주는 어떤 행동을 계기로 둘 사이가 멀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정말 NBA 시리즈를 독점하고 그 지위를 공고히 하여 감히 그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철옹성 같은 입지를 구축하고자 했다면 어떤 경우에도 마이클 조던의 의견에 따르거나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했을 것이지만 나름대로 대 제국이었던 EA에서는 그저 조금 유명한 농구선수 한 명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눈 밖에 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마이클 조던은 그저 조금 많이 유명한 농구선수 정도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한 그의 믿을 수 없는 경기 기록들뿐만 아니라 그의 행보는 전 세계인에게 관심 받고 이름이 기억되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지구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
이미지 – 유투브(watch?v=jauALPqKn94)

EA는 NBA LIVE 95부터 NBA LIVE 96, NBA LIVE 97, NBA LIVE 98, NBA LIVE 99, NBA LIVE 2000, NBA LIVE 2001, NBA LIVE 2002, NBA LIVE 2003, NBA LIVE 2004, NBA LIVE 2005, NBA LIVE 06, NBA LIVE 07, NBA LIVE 08, NBA LIVE 09, NBA LIVE 10, NBA ELITE 11, NBA LIVE 14, NBA LIVE 15, NBA LIVE 16, NBA LIVE 18, NBA LIVE 19 등 거의 매년 지독하리만치 빠짐없이 NBA 시리즈를 출시했다. 그렇게 EA의 NBA시리즈는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며 대 성공을 거두었지만 마이클 조던이 빠진 NBA는 진짜 NBA가 아니었다.

EA의 추락은 이미 2005년부터 예견된 일이었는데 2005년 발매된 2K 게임즈의 ‘NBA 2K 6’가 그 몰락의 예고편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EA는 2K게임즈를 한 입에 삼킬 수 있는 병아리 정도로 생각했는지 EA에서는 2K 게임즈의 NBA 2K 시리즈를 눈여겨 보지 않았다. EA가 정말 경계하고 눈 여겨 봤다면 절대로 마이클 조던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2K 게임즈의 NBA 2K는 당시 실제 선수들의 슛 동작들을 게임에 반영하면서부터 게이머들의 환영을 받았다. EA를 포함하여 이전까지의 농구게임들은 모든 슛 동작이 똑같았는데 2K 게임즈의 ‘NBA 2K 6’은 유명한 선수 마다 개개인의 특징적인 슛 동작을 게임상에서 구현했던 것이다. 마치 FIFA 축구 게임에서 유명한 선수들의 슛 동작이나 유명한 세레머니들을 게임에서 보게 되면 현실감이 더 해지는 것처럼 농구 게임 역시 마찬가지로 그런 부분을 노렸던 것이다.

[NBA 2K11]
이미지 – https://vividgold.co.ke/product/ps3-g-nba-2k11/

이러한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살린 동작 구현 시스템은 당연히 EA도 시도하려던 것이었지만 이미 시장을 독점했다는 안도감과 오만한 자만심, 그리고 무리한 개발일정에 따른 작업 우선순위 등에 따라 늘 구현되지 못하던 기능이었다. 그렇게 1등이 안도하고 자만하는 사이 2K 게임즈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했다. 정확히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사정이 있었지만 중요한 점은 그 무엇보다도 유저들이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 찾아냈다는 점이다.

그렇게 농구 게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고 그것을 특장점으로 내세운 ‘NBA 2K’ 시리즈는 출시할 때마다 게이머들에게 큰 주목을 받게 된다. 최근 스포츠 게임들은 개별 선수들의 얼굴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고 유명 선수들의 독특한 자세나 동작들 그리고 세레머니 등을 게임상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모든 선수들의 자세나 동작은 거의 비슷했다. 그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EA는 충분히 그런 시스템을 개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등 이라는 자리에 자만하는 사이 진정 유저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리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그 결과로 후발주자인 2K 게임즈의 NBA 2K 시리즈에 1등의 자리를 내 주는 굴욕을 맛보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되었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어진 상태였다. 2K 게임즈의 NBA 2K가 단지 ‘마이클 조던’ 한 사람을 영입한 결과로 시장의 판도를 뒤집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농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게임개발에 적용하며 농구에 애정을 쏟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심하고 찾아내어 제공해 주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독점적인 지위를 자랑하며 시장에서 1등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EA에게 정면승부를 걸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도전은 성공했고 현재 2K 게임즈의 NBA 2K 시리즈는 발전을 거듭하여 NBA 2K (1999)를 시작으로 NBA 2K1 (2000), NBA 2K2 (2001), NBA 2K3 (2002), ESPN NBA Basketball (2003), ESPN NBA 2K5 (2004), NBA 2K6 (2005), NBA 2K7 (2006), NBA 2K8 (2007), NBA 2K9 (2008), NBA 2K10 (2009), NBA 2K11 (2010), NBA 2K12 (2011), NBA 2K13 (2012), NBA 2K14 (2013), NBA 2K15 (2014), NBA 2K16 (2015), NBA 2K17 (2016), NBA 2K18 (2017), NBA 2K19 (2018), NBA 2K20 (2019년 9월 6일 출시 예정) 등 EA에 NBA LIVE 시리즈에 맞서 매년 똑같이 출시하고 있다.

[NBA 2K20]
이미지 – 유투브(/watch?v=FQ7WBnSvjIo)

하지만, 부자는 망해도 3대가 간다던가. 한 때 독보적인 1위의 EA는 아직 포기하지 않은 듯 하다. 마이클 조던을 2K 게임즈에 뻇긴 이후 급락하는 NBA LIVE의 인기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NBA LIVE 개발 스튜디오를 EA 밴쿠버에서 EA 티뷰론으로 변경하고 절치부심했지만 출시한 결과물은 혹평의 연속이었다.

그 후 EA는 3년간 NBA 라이브 시리즈를 출시하지 못했을 정도로 타격을 입었는데 다시 한 번 3년 후에 NBA 라이브 14를 출시했으나 여전히 혹평을 받으며 EA는 한 때 NBA LIVE시리즈의 철수까지 고려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EA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무려 4년간의 노력 끝에 NBA 라이브 18이 출시되고 나서야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2K 게임즈의 NBA 2K 시리즈에 필적하는 퀄리티를 보여줬던 것이다.

이제 곧 EA의 NBA LIVE 20이 출시 될 예정이다. 세기의 라이벌인 2K 게임즈도 NBA 2K20를 출시 할 예정이다. 2K 게임즈의 NBA 2K (1999)를 시작으로 무려 20년간의 경쟁상대들이 다시 한 번 ‘20’ 이라는 넘버링 타이틀을 달고 준비 중이다. 영원한 1등은 없다는 말처럼 다시 한 번 EA가 정상을 탈환할지 2K게임즈의 독보적인 행진이 계속 될지는 아직 끝나지 않는 진행형 이야기이다. 다가 올 두 라이벌들의 격돌을 지켜보며 각 진영의 팬들은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가득 차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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