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한 칼럼 '몰라’...에시하 발롬피에 구단주, 한국인 최초 스페인 축구팀 인수

[에시하 발롬피에 인수 직후 시장과 함께 한 박영곤 구단주. 사진=에시하 발롬피에 제공]]

대니한 칼럼 '몰라’...박영곤 에시하 발롬피에 구단주, 한국인 최초 스페인 축구팀 인수

스페인은 축구 강국이다.  피파 랭킹 1위를 했던 적도 있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도 한 팀이다. 레알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등의 역사가 100년 넘는 세계적인 명문 구단도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스페인으로 축구 유학 오는 어린 한국 친구들이 많이 있다. 한국인들로 구성된 축구팀도 결성되기도 하였다.

반면, 한국은 피파랭킹 53위(11월 기준)로 스페인의 입장에서 보면 축구에 약한 국가의 이미지가 있다. 이런 스페인에서 한국인 최초로 스페인 축구팀을 인수한 구단주가 있다.

■ 축구 강국 스페인 에시하 발롬피에 한국인 최초 구단주 박영곤

박영곤 에시하 발롬피에(Écija Balompié) 구단주는 분명 평범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다. 한국인 최초로 스페인 축구팀의 구단주가 되었다. 한국인 최초로 유럽 축구팀을 이끌어 승격을 이끌었다. 한국인으로서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을 도전하고 이뤄내고 있는 인물이다.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박 구단주는 그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축구 게임, 특히 ‘풋볼매니저(FM)’를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박 구단주는 ‘현실 FM’을 하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여름, 3부 승격 축하 세레모니. 사진=에시하 발롬피에 제공]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는 평범한 인물이기도 하다. 교육자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스페인어 전공)를 한국에서 다녔고 군대도 다녀왔다. 대학 졸업 후 일반회사에 입사하여 5년간 재직했다. 그 사이 결혼 하고 첫째 딸도 보았다. 단편적으로 일반화하여 표현하자면 우리가 표본으로 삼는 평범한 중산층의 모습이다.

2012년 9월 11일, 그의 생일 날 아내와 갓 돌이 지난 딸의 손을 잡고 마드리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외적인 명분은 스페인 MBA 진학. 그러나 그의 마음 속에는 단 하나의 단어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스포츠 마케팅 기업 설립, 미터즈 스포츠 매니지먼트 중계권사업도

MBA를 수학하는 중 이미 그는 축구산업에 첫발을 디디기 시작했다. 마드리드에 ‘미터즈 스포츠 매니지먼트’ 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등록하고 부지런히 스페인 이곳 저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인맥과 경험이 중요한 스페인 스포츠 시장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명함을 들고 무작정 축구클럽들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2014년 겨울 스페인 1부 SD에이바르를 방문한 박영곤 구단주. 사진=에시하 발롬피에 제공]

초기 사업은 ‘에이전트’ 업. 한국선수들의 스페인 축구팀 이적, 반대로 스페인 선수들의 한국 축구팀 이적을 목표로 뛰었다. 당시 박주영 선수가 1부 리그 셀타 데 비고 팀에 소속되어 있었다. 박 구단주는 마드리드에서 9시간 가까이 걸리는 야간버스를 타고 무작정 셀타 팀의 훈련장으로 향했고 박주영 선수를 만날 수 있었다. 뚜렷한 결과를 얻어내진 못했지만 이후에도 그는 몇 번이나 박 선수의 스페인 팀 이적을 타진하며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독일 축구클럽 FC샬케04의 라이센싱 딜 성사. 에시하 발롬피에 제공]

스페인에 넘어온 지 15개월이 2013년 12월, 그는 IE 비즈니스스쿨 MBA를 졸업하고 그의 회사에 ‘풀타임’으로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선수 에이전트 업무뿐 아니라 축구팀과 회사 간 스폰서십을 추진하는 마케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스페인을 너머 영국, 독일 등을 오고가며 유럽 내에서 네트워크를 키울 수 있었으며 많은 노력 끝에 크고 작은 ‘딜’을 성사시켰다.

이후 그의 관심은 축구산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브 콘텐츠’로 확장되었다. TV중계권 사업. 경험, 자본, 네트워크가 없다면 쉽사리 접근하기 힘든 분야임에도 그는 꾸준히 가능성을 탐구하고 산업지식을 쌓아갔으며 결국 2년 간 노력했던 중계권 사업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며 미터즈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하였다.

미터즈의 성장은 박 구단주에게 경험, 네트워크, 그리고 자본이라는 세가지 수확을 안겨주었다.    

[GolTV 방송국에서 FC 바르셀로나 수아레스 선수와 함께. 사진=에시하 발롬피에 제공]

■ 안달루시아 ‘80년 역사’ 에시하 발롬피에 인수 시선집중

2013년 미터즈를 설립한 시점부터 박영곤 구단주는 스페인 축구산업, 특히 1부에서 10부 까지 이르는 각 디비전 별 구조와 운영형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에겐 항상 작은 노트와 팬이 함께 했는데,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면 노트에 적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가 향후 축구팀을 운영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늘 고민해왔다.

그는 실제로 스페인 전역의 클럽들, 1부에서 4부 리그에 소속된 수많은 클럽들을 직접 방문하고 관계자들을 만나며 클럽 운영에 대한 지식을 쌓았고 동시에 ‘인수’ 가능성과 그에 대한 비용을 파악하며 꿈을 실현시킬 구체적 그림을 그려가고 있었다.

2016년 10월 오랜 꿈이었던 스페인 축구팀 인수가 실현되었다.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인구 5만의 도시. 세비야와 코르도바 두 대도시의 중간에 위치한 에시하 시를 대표하는 80년 역사의 클럽 ‘에시하 발롬피에’ 가 박영곤 구단주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현재까지 2년의 시간 동안 박 구단주는 한 번의 승격과 그에 이은 한 번의 강등을 경험했다. 팀은 현재 진행 중인 2018~2019 시즌을 그가 인수했던 시점과 마찬가지로 4부 리그에서 시작하고 있다. 꿈과 같은 현실이 된 지난 2년의 시간을 다음과 같이 압축해서 표현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마냥 다 행복할 수만은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현실은 차갑고, 고통스럽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하루 하루를 이겨 나가다 보면 어느새 내 스스로가 더 성장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여기서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예전엔 먼 꿈이었는데, 이젠 그것이 현실이 된 것은 물론이고 저는 그 꿈보다 더 성장한 사람이 되어 있는 현실. 엄청난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됩니다.”      

취미는 비디오게임, 현실 축구와 축구 게임 사이 인생 즐겨

박 구단주의 취미 중 하나는 비디오 게임이다. 특히 스포츠 게임, 농구와 축구 게임을 즐기며 매년 새로운 타이틀이 출시될 때마다 꾸준히 즐기고 있다.

그런 그에게 구단 인수 후 새로운 게임 하나가 찾아왔다. 바로 ‘풋볼매니저’. 주로 FM으로 불리는 이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십수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것은 물론 게이머가 한 번 빠지면 손을 못 놓게 하는 중독성 높다.

게이머가 감독이 되어 구단을 운영하는 이 게임의 유저들은 한국인 최초로 스페인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박영곤 구단주에게 ‘현실 FM을 하는 사람’ 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게임 상에서 축구팀을 운영하며 얻는 즐거움을 박 구단주는 현실에서 실제로 하고 있다는 뜻. 특히 작년 여름 에시하 발롬피에가 3부로 승격했다는 기사가 한국 미디어에 노출 되었을 당시 댓글에서 이 ‘현실 FM’ 문구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박영곤 구단주 기사에 달린 현실 FM 관련 댓글들. 이미지=에시하 발롬피에 제공]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박 구단주에게 이런 반응은 매우 흥미로웠음은 물론이고, 실제로 그는 올해 초 본 게임을 한국에서 퍼블리싱하고 있는 ‘세가 코리아’를 방문, 부사장을 만나 마케팅 협업을 논의하기도 하였다. 축구와 비디오 게임, 사랑하는 두 가지를 접목시키는 것은 분명 그에게 또다른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박 구단주는 이번 시즌 다시 한 번 승격을 이루어 2019-2020 시즌 3부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실현될 경우 한국의 FM유저들과 다양한 이벤트를 구상 중이다.

각 유저들은 에시하를 이끄는 감독이 되어 게임을 운영하고, 그 과정에서 실제 에시하 팀의 감독과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다. 게임 유저들이 스스로 제작한 팀 전술이나 운영 방식을 클럽에 보내면 그것에 대해 직접 팀 감독, 기술이사, 그리고 박 구단주 본인이 분석하고 피드백을 나누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도 즐길 수 있다. 우수 유저들에겐 그들의 이름을 경기장 광고판 혹은 선수단 벤치에 새겨 놓는 아이디어도 구상 중이다.    

[FM2018 게임 내에서 박영곤 구단주에게 메일을 받음. 이미지=에시하 발롬피에 제공]

“여러분도 저와 ‘현실 FM’을 함께 해요” 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 박 구단주의 목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반드시 2018~2019 시즌 다시 한 번 승격을 이루어야 한다(FM에는 스페인 3부리그 이상만 반영이 되어있다).

■ 도전과 열정으로 2018~2019 3부 리그 승격을 꿈꾸다

박영곤 구단주는 지금도 스페인에서 쉽지 않은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어떤 미래가 그에게 펼쳐질지는 두고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에시하 발롬피에의 1부 리그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그는 내년 3부 승격을 이루어 FM유저들과 함께 현실 FM을 즐길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미래. 하지만 그 것이 어떤 그림으로 펼쳐지든, 그 것이 성공이냐 실패냐는 양분법적 논리로 평가될 수밖에 없을지라도 도전을 이어가는 그의 삶은 우리에게 작은 울림을 전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레알 베티스 구단주(우측)과 함께 베티스-에시하 간 친선경기를 관람, 박 구단주(가운데).]

에시하 발롬피에 공식 홈페이지에는 한국팬들을 위한 제휴 및 후원 안내도 되어 있어 앞으로 스페인과 한국 간의 스포츠  교류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 대니한 dannyhan.net@gmail.com         

대니한은?

현) 누리바다 대표 : 스페인 MICE & 프리미엄 여행사
현) 스페인어게인 대표 : 스페인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전) 글로벌 기업 B2B 마케팅, 세일즈, APAC 지사장
졸) 스페인 IE 비즈니스스쿨 MBA 석사, 서강대 경영학 학사

'몰라' 또는 mola는?
스페인어이며, 영어의 cool 즉 멋지다 등의 구어체다. 또 스페인을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알려드린다는 한글의미도 포함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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