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한 칼럼 '몰라'...제품과 서비스 '차별화 경험' 스페인 가입 전쟁

대니한 칼럼 '몰라'...제품과 서비스 '차별화 경험' 스페인 가입 전쟁

[마드리드 솔광장에는 대부분의 통신사들이 모여있다. 사진=대니한]

■ 5년 전 매우 답답했던 스페인 통신 환경

처음 학생 신분으로 스페인에 왔을 때 가장 급했던 것이 통신사 가입이었다. 집의 와이파이와 핸드폰 요금제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현지 은행 계좌가 필요했다. 하지만 계좌는 현지에서 수입이 증명 되지 않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쉽게 오픈해 주지 않던 시절이다.

불편한 곳에 사업의 기회가 있다고 했던가! 당시 이러한 어려운 점을 해결해 주던 스튜던트폰이라는 업체가 있었다. 본인들이 통신사와 가입하고, 학생들에게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 급했기에 스튜던트폰과 계약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신사와 직접 계약할 경우 훨씬 더 저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힘든 과정을 거쳐 통신사에 직접 가입하였다.

5년 전 A 통신사에 가입한 와이파이는 ADSL이었고, 아직 광케이블이 본격적으로 활발해지기 전이었다. 가입한 상품의 다운로드 속도가 1~2Mbps 수준이었기에 한국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다가 온 나로서는 매우 답답한 속도였다.

이후 서비스 기간이 끝나 해지하려 했더니 이메일도 아닌 팩스로 해지 신청을 해달라고 했고, 전화를 해도 계속 다른 부서로 돌리기만 했다. 현지인 친구에게 부탁하여 힘들게 해지했다. 그 이후 다시는 A 통신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 스페인에도 광케이블 시대 시작...갑자기 권유 전화 빗발

드디어 광케이블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B 통신사의 50Mbps 상품에 가입하였다. 무려 50배 정도로 속도가 빨라졌으니 새로운 세상이었다.

첫 해에는 20% 할인까지 해줘서 만족하며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갑자기 수많은 통신사들로부터 가입 권유 전화가 왔다. 개인정보를 도난 당했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연락이 왔는데 알고 보니 의무 유지 기간 1년이 지나고 3년 쯤 다 되어가니 경쟁사들이 이를 알고 연락 한 것이다.

그래서 B 통신사에 3년이나 사용했고 다른 통신사들로부터 연락이 오는데 장기 고객에게 특별한 혜택이 없냐고 물으니 기껏해야 15%의 할인을 제공하고 또 추가 의무 약정기간에 서명해야 한다고 했다. 신규 고객에게는 아주 친절한데 이미 고객이다 보니 그닥 친절하지도 않았다.

그 새 스페인의 광케이블도 속도가 아주 빨라져 600Mbps ~ 1Gbps 상품까지도 나왔다. C 통신사에 가입문의를 했더니 B 통신사에서 C 통신사로 변경할 경우 1년 동안 50% 할인해 주겠다고 했다. 휴대폰 전화 2대 요금제, 영화 유료 채널, 백화점 상품권까지 포함해서 B 통신사와 동일한 금액이었다. 의무 약정 기간도 3개월이니 사용하다가 변경도 금방할 수 있었다.

[큰 길 바로 옆에 있는 통신사 매장. 사진=대니한]

■ 스페인 통신사들의 치열한 제로섬 '물고뜯는' 각축전

기존 A 통신사의 어려웠던 해지 절차와 B 통신사의 충성 고객에 대한 냉대를 떠올리며 바로 C 통신사와 계약했다. 계약을 하고 나니 며칠 지나지 않아 B 통신사에서 다시 연락 와서 기존 상품을 50% 할인해 주겠다고 했다.

거절했더니 며칠 지나서 B 통신사에서 다시 연락 와서 향후 3개월 동안 1유로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후에는 할인된 금액으로 해 주겠다고 했다. 나는 가입이 되어 있을 때는 차갑게 대하더니 왜 떠나고 나서 이제서야 이런 혜택을 주겠다고 계속 연락하냐고 따지고는 전화를 끊었다.

한국의 통신 시장도 매우 치열하지만 스페인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체감하였다. 특히 성장을 계속하는 시장이 아닌 서로 고객을 뺏어야만 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제로섬(Zero sum) 게임이다 보니 서로 물어 뜯으며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여전히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는 차단막. 사진=대니한]

■ 기존 고객을 위한 차별된 경험이 최고의 마케팅

5년 새 인터넷 속도는 600배 이상 성장하는 사이 마케팅과 영업 전략은 그리 발전하지 못했다. 모바일 광고 업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 가장 좋은 마케팅과 영업 전략이 무엇이냐 물으면 항상 ‘제품과 서비스’라고 말을 한다. 더 멋진 말로 설명하자면 고객에게 제공하는 '차별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면 소문내지 말라고 해도 여기 저기 소문을 내고 다니고 이는 순전히 회사의 고객 확대와 수익 증대로 이어진다.

통신사의 신규 고객 유치 비용(CAC : Customer Acquisition Cost)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지 못 하나 아주 클 것으로 예상한다. 통신사뿐만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의 신규 고객 유치 비용이 클 것이다. 기업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비즈니스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리서치, 출장, 미팅 그리고 협상을 해야 하는가!

게임, 커머스, 유틸리티 등의 모바일 광고를 진행하는 앱 업계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한 후 신규 유저 모집(UA : User Acquisition)을 하는 회사들이 있는 반면 어떤 회사들은 기존 고객 서비스가 제대로 준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유저 모집을 위한 모바일 광고 비용만 계속 지출하는 경우가 있다.

구글 또는 애플 앱스토어나 게임 카페의 기존 사용자들의 리뷰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앱이 제대로 작동 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이를 불평하는 유저들에게 올바른 답변 및 대처도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무리 큰 비용들을 지출하며 멋진 광고 모델과 컨셉으로 신규 유저들을 모집했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앱 사용 경험과 서비스가 좋지 않으면 왔다가 금방 떠나게 되어 말짱 도루묵이다.

신규 고객에게 신경쓰는 것의 10분의 1 이라도 기존의 충성고객에게 기본을 다하고 신경 쓴다면 비용은 절감하고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결론은 사랑하는 사람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사업 파트너든, 고객이든 '잡힌 물고기라 생각 말고, 있을 때 잘 하자!'

스페인 = 대니한 dannyhan.net@gmail.com

대니한은?

현) 누리바다 대표 : 스페인 MICE & 프리미엄 여행사
현) 스페인어게인 대표 : 스페인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전) 글로벌 기업 B2B 마케팅, 세일즈, APAC 지사장
졸) 스페인 IE 비즈니스스쿨 MBA 석사, 서강대 경영학 학사

'몰라' 또는 mola는?
스페인어이며, 영어의 cool 즉 멋지다 등의 구어체다. 또 스페인을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알려드린다는 한글의미도 포함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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