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파이터2’의 전세계적 열풍, 무수한 시리즈 등장

게임별곡 시즌2 [캡콤 4편]

■ 세계 속의 스트리트 파이터

아마도 많은 분들이 ‘기네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동으로 ‘기네스 북’이라는 말을 떠올릴 것이다. 좀 더 자세히는 ‘기네스 북에 올라 있는 어떤 기록’을 떠올릴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록을 모아 놓은 기네스북은 맥주 회사 기네스가 발행하고 있는데, 이 책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도 실로 엉뚱하기 그지 없다. 

1954년 기네스의 휴 비버(Hugh Beaver) 전무 이사는 사냥 중에 같이 사냥을 나갔던 동료와 어떤 새가 제일 빠른지에 대해 격렬한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이 때 휴 비버 전무 이사는 흥미 위주의 내용으로 세계 최고의 기록들만 모아놓은 책을 만들면 술 자리에서 할 얘기들이 많아지고, 이것은 곧 맥주 판매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기네스북은 이 지극히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기네스북 홈페이지]
(이미지 – http://guinnessworldrecords.com/#)

이렇게 시작된 기네스북에는 술자리에서 안주 삼을만한 흥미 있는 내용들이 엄청 많이 있다. 기네스북 홈페이지에 가면 여러 가지 재미있는 기록들이 아직도 새롭게 갱신되고 있는데, 아쉽게도 일본어, 중국어 다 지원하면서 한국어는 지원하지 않는다(아니 우리나라가 기네스 얼마나 많이 마시는 줄 아나?). 

그 중에는 당연히 ‘스트리트파이터2’도 있다. 이 책에서는 지금까지 출시됐던 게임들 가운데 최고의 게임 50개를 선정한 세계 게임 특집을 공개한 적이 있었다. 이 기록에서 영예의 1위를 차지한 게임은 닌텐도의 ‘슈퍼 마리오 카트’ 시리즈다. ‘마리오 카트’ 시리즈는 무려 116개의 타이틀 수를 자랑한다고 한다.

2위로 올라 있는 ‘테트리스’ 시리즈는 현재까지 무려 59개의 게임 플랫폼으로 이식되는 기록을 세웠다. 또 3위에 올라 있는 ‘GTA’는 게임 역사 전체로 볼 때는 최신 게임에 속함에도 불구, 3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전체 기록 중 당당히 9위에 ‘스트리트파이터2’가 올라와 있다. 1위부터 3위 게임들은 시리즈를 모두 기록에 더한 것이지만 전체 기록 9위인 ‘스트리트파이터2’는 단편인 ‘2’ 편으로 올라와 있어 그 위엄이 남다르다.

[스트리트 파이터 2 애니]
(이미지 – https://www.mycomicshop.com/search?TID=155531)

하나의 게임이 만화,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각종 팬시 상품 등으로 끝없이 확장해 나간 예는 많지만, 그것의 시초는 아마도 ‘스트리트파이터2’가 아니었다 싶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이 게임의 시리즈는 생명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직도 전 세계에서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는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 또는 영화의 소재로 계속 활용되고 있으며 게임 시리즈도 계속해서 출시중이다. 아마도 당분간 이 시리즈가 멈출 일은 없을 듯 보이며, AR/VR의 세계로도 그 내용이 전해지고 있으니 22세기까지 살아남을 게임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슈팅 게임 일색이던 1980년대 오락실에 1987년 등장한 ‘스트리트파이터1’만 해도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큰 일이 될 줄 몰랐다. 하지만 불과 4년 뒤 1991년 출시된 ‘스트리트파이터2’는 출시한 년도에만 전 세계 기준 업소용 기판만 3만장 이상을 판매하며 게임 역사는 물론 세계사에 많은 기록을 남겼다. 

2편은 3편이 나오기 전까지 ‘스트리트파이터2’, ‘스트리트파이터2 대쉬’, ‘스트리트파이터2 대쉬 터보’, ‘슈퍼 스트리트파이터2’, ‘슈퍼 스트리트파이터2X’, ‘하이퍼 스트리트파이터2’,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2’ 등 많은 버전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다고 너무 심한 우려먹기가 아닌가 하는 질타도 있었지만,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를 높이 사는 팬들도 있었다. 

모든 시리즈에 가장 많이 선택된 캐릭터는 당연 ‘류’와 ‘켄’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동네마다 달랐겠지만 필자의 동네 오락실에서는 ‘류(켄)’, ‘가일’, ‘춘리’, ‘달심’, ‘장기에프’ 순으로 인기가 있었다. ‘혼다’를 선택하는 친구는 뭔가 눈치를 좀 봐야 했던 분위기였다. 그 당시에는 ‘현실에서 류와 켄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참으로 유치하고 허황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참고로 당시에는 ‘켄’이 이기는 것으로 결론 났었다. 캐릭터 선택 화면에서 ‘켄’은 눈에 힘을 주고 노려 보지만, ‘류’는 살짝 눈을 피하는 모양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버전 따라 달라진다. 이런 세간의 이야기를 신경 썼는지 캐릭터 선택 화면에서 어느 순간 ‘류’도 째려보는 모양이 되어 있었다.

■ 스트리트 파이터를 집에서도 즐기자

‘스트리트파이터2’는 원래 업소용 게임이었지만, 폭풍같은 인기를 등에 업고 각종 기기로 이식되기 시작했다. 하다못해 닌텐도 게임보이(GB)용으로도 나왔을 정도이니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트리트파이터2’를 하고자 하는 열망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닌텐도 게임보이 버전]
(이미지 – https://www.youtube.com/watch?v=OjZJhMDtt5k)

게임보이용 버전은 게임기 하드웨어의 성능 제약으로 몇몇 캐릭터나 스테이지가 생략되어 출시 되었다. 또한 게임기 자체 버튼이 2개 밖에 안 되는 관계로 커맨드(기술)에도 제약을 받았다. 하지만 이 정도라도 감지덕지하며 즐기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왠지 중국에서 만들었을 것 같은 각종 해적판도 상당수 있었는데, 다마고치 게임기 모양에 덜렁 켄과 류만 등장하는 주먹만한 휴대용 ‘스트리트파이터2’ 게임기도 있었다. 물론 이름은 달랐지만 누가 봐도 켄과 류라고 알아 볼 수 있고, 기술도 장풍과 승룡권 하나만으로도 이미 ‘스트리트파이터2’ 복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정식적인 라이선스 문제는 있지만 국내에서도 PC버전으로 ‘스트리트파이터2’를 즐기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바로 ‘PC통신 버전’이다.

[PC통신 버전]
(이미지 – http://blog.hardcoregaming101.net/2010/11/lets-play-street-fighter-2.html)

동네 오락실에서만 즐기던 게임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 무척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었지만, 결국 제대로 된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오락실에 가야 했다. PC통신 버전은 실제에 가깝게 구현되어 있었고 그렇게 구현하기까지 눈물겨운 노력(캡쳐보드 사용)이 있었지만, 집에서 하는 ‘스트리트파이터2’ 버전은 단지 기술 연마용이나 감을 익히기 위해 사용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기면 동네 오락실에 가서 연마한 기술을 사용해 보곤 했다.

[PC통신 버전]
(이미지 – http://blog.hardcoregaming101.net/2010/11/lets-play-street-fighter-2.html)

서두에 소개한 것처럼 전 세계 게임 중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을 꼽으라면 기네스북 1위에 올라 있는 닌텐도의 ‘마리오 카트’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콘솔 게임기에 ‘마리오 카트’ 시리즈가 있다면 아케이드 센터(오락실)에는 ‘스트리트파이터2’가 있다. 전 세계의 게임 역사는 ‘스트리트파이터2’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게임이 우리에게 던진 여파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그 당시 엄청난 사회적 현상으로 한국의 TV 뉴스에서도 다뤄질 정도였다. 당연히 좋은 쪽으로는 아니고 폭력성과 선정성(춘리 하나 밖에 없었는데)이 청소년들에게 문제가 된다는 내용으로 특집 뉴스로 다뤄졌다.
 
■ 본격 현실 대전 액션 게임

‘스트리트파이터2’가 남긴 또 하나의 현상은 게임의 인기가 전국(일본)적인 것을 뛰어넘어 전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왔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실 세계로까지 급속하게 퍼져나갔다는 점이다. 특히 오락실에서 게임의 승패 여부에 따라 실제로 상대방(주로 형)과 주먹질이 오고 가기도 했다. 아마 발길질 당해 본 기억도 한 두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3 세계 대회]
(이미지 – https://www.youtube.com/watch?v=aW_P5xBPRCA)

‘스트리트파이터2’가 나오기 전 까지는 어떤 게임도 승패 여부에 따라 현실 세계에서까지 주먹 다짐을 불러 온 적은 거의 없었다. ‘보글보글’에서 녹색공룡(1P) 하는 사람이 파란공룡(2P)이 먹어야 될 알파벳을 먹었을 때도 그렇게 크게 분노하지는 않았고, ‘이까리’에서 F와 B를 다 먹은 상태에서 잘못 던진 아군 수류탄에 맞아 죽어도 그렇게 분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트리트파이터2’는 격투 캐릭터와 혼연일체 되는 경향을 보이며 실제 현실 속의 상대방이 자신보다 나이나 학력 지위나 그 밖에 어떤 것이라도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되면 바로 응징이 발생했다. 물론 그것이 정당화되거나 올바른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이 정당화 되고 올바르게 되기 위해 그쯤부터 ‘스트리트파이터’는 ‘대회’라는 형식으로 세상의 수 많은 무도가들의 도전을 불러 일으켰다.

[(좌)우메하라 다이고(梅原 大吾)]
(이미지 – http://tanserot.blogspot.com/2012/03/porque-daigo-umehara-e-conhecido-como.html)

그 뒤로 지금까지 수많은 격투 대회가 열렸고 수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특히 2004년에 있었던 ‘스트리트파이터3’ 서드 대회의 경우 우메하라 다이고(梅原 大吾)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며(사실 이미 유명했음) ‘스트리트파이터’의 블로킹 시스템이 회자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우메하라 다이고가 이 대회에서 켄으로 사용한 기술은 ‘점프 중K -> 앉아 중K -> 중 승룡권(슈퍼 캔슬) -> 질풍신뢰각이다. 다 죽어가던 켄이 극적으로 반격에 성공하고 역전승하는 이 영상은 당시 관객들의 환호성만 보아도 열광적인 반응을 뛰어넘어 전 세계 격투게이머들에게 충격을 던져 주었다.

그리고 이 역전극은 곧 대전격투게임의 상징이 되었고, 각본 없는 드라마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도전과 투지는 두고두고 회자됐다. 이 대회의 영상처럼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는 중간에 어려움도 많이 겪으면서 성장했다. 한때 ‘킹오파’ 시리즈나 ‘아랑전설’ 등 대작들의 도전을 받아 침체기도 겪었지만, 결국은 현재까지 살아남아 대전액션 격투게임의 1인자로서 철권 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Alive 게임이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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