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모토 요시키, 야스다 아키라, 니시타니 아키라의 활약

[오카모토 요시키. 이미지=https://alchetron.com/Yoshiki-Okamoto#-]

게임별곡 시즌2 [캡콤 3편]

■ ‘스트리트파이터2’를 만든 사람들

전편에서 소개한 ‘스트리트파이터2’의 개발자 오카모토 요시키(1961년 6월 10일, 일본 에히메 현 출생)는 코나미에서 게임 개발 일을 하던 중 상사와 갈등을 빚고 코나미에서 퇴사한 인물이다. 이후 캡콤에 입사하여 ‘1942(1984)’, ‘SonSon(1984)’, ‘Gun Smoke(1985)’, ‘Side Arms(1986)’와 같은 캡콤 초기 인기게임들을 개발했다.  

그의 경력에 날개를 달게 된 때는 캡콤의 캐릭터 디자이너 야스다 아키라(安田 朗)와 함께 하면서부터이다. 홋카이도 출신인 야스다 아키라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일찌감치 진로를 그림과 관련된 쪽으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한 곳이 아니어서 그는 재능에도 불구하고 젊은 시절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고달픈 생활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중에 1985년 캡콤에 아르바이트로 입사하게 되는데, 이것이 야스다 아키라와 오카모토 요시키의 운명을 바꾼 계기가 되었다.

야스다 아키라가 캡콤에 입사하던 당시 오카모토 요시키가 야스다 아키라의 면접을 진행했는데, 야스다가 제출한 그림들을 보고 진작에 그의 재능을 간파했다고 한다. 야스다 아키라는 많은 재능을 가진 사람답게 그 욕망도 굉장히 큰 사람이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점점 그의 재능을 인정받아가면서 점차 더 큰 일과 더 높은 자리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고, 결국 그림 디자인 아르바이트생에서 게임 개발 기획자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그의 대한 세간의 평가를 살펴보면, 그는 성격이 꽤 까탈스럽고 직설적인 거친 입담의 소유자라고 한다. 아마도 그렇게 할말 못할말 가리지 않고 하는 그의 성격이 오카모토 요시키의 눈에 들었을지도 모른다. 오카모토 요시키 역시 코나미 재직시절부터 꽤나 직설적으로 간부들과 마찰을 일으키다 결국 회사를 그만뒀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 어떤 동질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야스다 아키라. 이미지= http://capcom.wikia.com/wiki/File:Akira_Yasuda.png]

하지만 니시타니 아키라의 등장으로 그의 야망의 방향은 바뀌게 된다. 니시타니 아키라는 1986년 캡콤에 입사한 인물로, 입사순번으로는 1985년 캡콤에 입사한 야스다 아키라의 후배지만 천재 기획자로 캡콤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파이널 파이트. 이미지= https://www.youtube.com/watch?v=oJaSN1HAwP4]

야스다 아키라는 니시타니 아키라와 함께 ‘파이널 파이트’의 기획자로 참여하게 된다. 함께 게임을 개발하면서 매일같이 니시타니 아키라를 곁에서 지켜보던 야스다 아키라는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니시타니 아키라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다시 본래의 그래픽 디자이너로 전념하기로 한다. 
‘파이널 파이트’ 엔딩 크레디트를 보면 PLANNER에 이름에 ‘NIN’과 ‘AKIMAN’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여기서 NIN은 니시타니 아키라의 약칭이다. 니시타니 아키라는 ‘Nin-Nin’ 또는 ‘NIN’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그리고 바로 뒤에 AKIMAN은 야스다 아키라의 필명이다(왜 게임 엔딩 크레디트에 본명이 아닌 필명들을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니시타니 아키라=https://jiyunajp.wordpress.com/2017/12/19/]

하지만 니시타니 아키라가 세운 진짜 업적은 따로 있다. ‘스트리트파이터2’의 필살기 커맨드 입력 방식이나 캔슬, 콤보 등의 기술 시스템을 그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들은 그 뒤로 거의 모든 대전격투게임의 표준이 되었다. 야스다 아키라 또한 ‘스트리트파이터2’의 류, 켄, 사가트, 가일, 혼다, 장기에프, 블랑카, 춘리를 모두 혼자서 만들어 낼 정도로 대단했지만, 그런 그도 니시타니 앞에서는 한 수 접고 들어갔다고 한다.

니시타니 아키라는 캡콤 역사 최초로 게임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업무를 전담하였다. 그는 ‘스트리트파이터2’ 하나로 ‘격투게임을 낳은 전설의 남자’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가 만든 게임은 대전 격투 게임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볼 수 있고, 현재까지도 기본적인 시스템은 모두 그가 만든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다. 비단 2D 게임뿐만 아니라 3D 격투 게임인 ‘철권’과 ’버추어파이터’ 역시 니시타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게임들이다. ‘철권’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라다 카츠히로조차 니시타니 아키라를 스승으로 모시고 ‘천재’라 소개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실제로 철권을 개발하던 당시에 주력 개발자들 중에는 ‘스트리트파이터’를 즐겨 했던 사람들이 많았고, 이들은 점심 시간에 ‘스트리트파이터’를 자주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 번 게임을 시작하면 멈출 줄을 몰라서 회사 차원에서 ‘스트리트파이터’ 금지령을 내린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열심히 ‘스트리트파이터’를 즐겼기 때문에 지금의 ‘철권’이 나왔다고 하라다 카츠히로가 고백하기도 했다.

[(좌)하라다 카츠히로 / (우)니시타니 아키라]
(이미지 – https://jiyunajp.wordpress.com/2017/12/19/akira-nishitani-katsuhiro-harada-interview/)
[구글 검색. 이미지= https://www.google.co.kr/search?]

‘스트리트파이터2’를 탄생시킨 주요 인물인 오카모토 요시키, 야스다 아키라, 니시타니 아키라의 공통점은 모두 ‘파이널 파이트’ 개발에 참여했던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공통점 중에 또 하나는 세 사람 모두 어린 시절부터 주위에서 ‘천재’라 불렸다는 점이다. 오카모토 요시키는 ‘록맨’의 이나후네 케이지, ‘바이오 하자드’의 미카미 신지 등과 같은 후진들을 양성하는데도 힘을 기울였고, 야스다 아키라도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재능이 있는 천재로 불렸었다. 니시타니 아키라 역시 주변에서 천재 소리를 듣는 사람이었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고 야스다 아키라를 면접 보고 바로 채용한 것도 오카모토 요시키였다. 

이렇게 세 사람의 천재가 모여 개발한 ‘파이날 파이트’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테크노재팬의 ‘더블 드래곤’을 보고 캡콤에서 비슷한 게임을 만들어 보려고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정작 미국에 ‘파이날 파이트’를 들고 갔을 때 미국에서는 ‘스트리트파이터1’이 흥행 중이었고, 미국에서도 ‘파이날 파이트’보다는 ‘스트리트파이터2’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게 된다. 

타사의 게임을 벤치마킹해가며 고생해서 만든 게임을 들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미국에 갔던 캡콤의 임원들은 생각지도 않은 ‘스트리트파이터1’을 다시 끄집어 내야 했다. 그리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던 터라 결국 비슷한 액션 게임을 개발했던 ‘파이날 파이트’의 핵심 인력들에게 ‘스트리트 파이터2’ 개발을 지시하게 된다. 

[스트리트 파이터 1. 이미지 – http://cdn-static.denofgeek.com/ ]

총괄을 맡은 오카모토 요시키는 기존에 없던 전혀 새로운 게임을 구상해야 하는 업무를 떠안게 됐다. 그리고 고민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스트리트 파이터1을 계승하되 가져올 것과 버릴 것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었다. 계승하는 것은 1 vs 1 대전하는 방식과 스토리 라인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류와 켄이라는 캐릭터였다. 나머지 캐릭터들은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버릴 것은 조악하고 힘든 기술 발동 시스템이었다. 

새롭게 만들어질 ‘스트리트파이터2’의 캐릭터 디자인을 총괄할 사람으로는 야스다 아키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 시스템을 만들 사람은 천재 기획자 니시타니 아키라로 결정되었다. 이렇게 세 사람은 각자의 역할에 맞춰 새로운 대전 액션 게임 개발을 시작하게 된다.

[스트리트 파이터 2]
(이미지 – http://shoryuken.com/2017/09/01/red-bull-celebrates-the-30th-anniversary-of-street-fighter-by-crowning-the-best-street-fighter-youtuber-in-this-poll/)

하지만 당시만 해도 캡콤의 자금 사정은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스트리트파이터2’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음성은 전부 캡콤 사원들의 것이 되었다. 류, 켄의 음성은 오가타라는 직원이 녹음했고 춘리의 음성은 혼다를 디자인한 캐릭터 디자이너가 맡았다. 사운드 외주 비용까지 마련하기 쉽지 않아서 당시에 캡콤 사내에서 오디션을 해서 뽑았다고 한다.
(다음편에 ‘스트리트 파이터2’ 마지막 편이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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