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SSI 다운 전략게임, ‘제너럴’ 시리즈의 조상

■ SSI라는 회사 이름에 걸맞은 게임들

전편에 소개한 것처럼 SSI라는 회사 이름은 ‘STRATEGIC SIMULATIONS INC.’의 줄임말이다. 별 다른 의미 없이 그냥 자신들이 하는 일을 그대로 풀어 썼다. 말 그대로 전략 시뮬레이션게임을 만드는 회사라는 뜻이다.

[SSI – 출시 게임들 #1]
(이미지 – https://www.google.com/search?ssigames)

보드게임 중 워 게임(War Game)의 마니아였던 창업자 조엘 빌링즈(Joel Billings)가 의도한 대로, SSI는 첫 작품 ‘컴퓨터 비스마르크(Computer Bismarck)’라는 게임부터 시작해서 많은 명작 전략 시뮬레이션게임들을 개발했다. SSI의 게임들은 크게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SSI라는 이름 본연의 취지에 맞게 전략 시뮬레이션게임들이 있고, 의외인 것 같지만 ‘던전앤드래곤즈(Dungeons & Dragons)’ 라이선스의 RPG들이 또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사실 전략게임이든 RPG든 보여지는 부분이나 게임 진행 형식만 다를 뿐, 내부적인 수치 계산에 필요한 부분은 일맥상통 하는 부분이 있다. 때문에 두 장르가 별개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할 수도 있다. 아군과 적군 측의 공격과 방어에 따른 체력 소모나 데미지 처리 등을 계산하는 부분이 비슷하고, 그 외에도 레벨 업 개념이나 다른 많은 로직 처리 부분들에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과 RPG의 공통점이 많다. 그래서 SSI도 두 장르에 집중해서 게임들을 개발했던 것 같다. 

한 때 일본에서 SRPG(Simulation Role Playing Game)장르가 유행한 적도 있었던 것을 보면, 전략 시뮬레이션게임과 RPG는 공통적인 부분을 만들어 내기 쉽다. 이 때문에 SSI가 RPG를 개발한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SSI – 출시 게임들 #2]
(이미지 – https://www.google.com/search?ssigames)

SSI가 출시한 전략 시뮬레이션게임과 RPG들만 해도 100여 개가 넘기 때문에 모든 게임을 다 소개하기는 어렵다. 그 중에서 유명한 시리즈들을 소개하자면 ‘팬저 제네럴(Panzer General)’ 시리즈, ‘사일런트 헌터’ 시리즈, ‘임페리얼리즘(Imperialism)’ 시리즈, ‘주시자의 눈(Eye of the Beholder)’ 시리즈, 기타 D&D, AD&D에 따른 RPG들이 있다. 그 밖에도 다양한 명작 게임들이 많이 있는데 이 게임들 모두를 SSI 혼자 다 개발한 것은 아니고, 주요 작품들은 퍼블리셔로 참여한 게임들이다.

[SSI – 출시 게임들 #3]
(이미지 – https://www.google.com/search?ssigames)

그 중 가장 SSI다운 게임을 꼽으라면 1994년 출시한 ‘팬저 제네럴’시리즈가 있다. ‘팬저 제네럴’은 제2차 세계대전을 묘사한 전략 게임이다. 기본적인 게임의 룰은 워 게임(보드 게임)의 틀을 따르고 있다.

특이하게도 독일군의 입장에서 게임을 진행할 경우 역사의 수순을 따를 수도 있고, 실제 역사와는 다른 평행 우주론과 같은 개념의 또 다른 역사가 일어나게 할 수도 있다. 각 스테이지마다 대승을 연속해서 거두게 되면 독일군이 최종 보스 격인 미국에 진출하게 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미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게 되면 제2차 세계 대전은 막을 내리고, 동맹국인 일본과의 결전을 남겨두게 된다.

[SSI – Panzer General]
(이미지 – https://www.freegameempire.com/games/Panzer-General)

제2차 세계대전은 전 세계적인 재앙이지만, 희생과 증오와 분노와 같은 감정을 배제하고(배제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콘텐츠로만 본다면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한 소재다. 일단 참전한 국가의 수와 참전한 군인의 수 자체가 기존의 어떤 역사적인 전쟁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고, 그만큼 많은 이야기들과 드라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해마다 어김없이 영화, TV드라마, 게임, 만화 등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는 소재다. 

특히 미국은 연합군 중에서도 가장 큰 지원과 그만큼의 희생을 치른 나라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을 대하는 자세나 태도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고, 자신들이 참여한 전장을 다룬 게임들은 늘 인기를 차지해왔다. 

이 게임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이라면 비록 미군이나 독일군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눈에 띄게 편파적으로 독일군이 강하게 나온다는 점이다. 게임 이름부터가 ‘팬저 제네럴’이다. ‘팬저(Panzer)’라는 말은 독일어 ‘Panzer’에서 유래한 말로 탱크(전차), 갑옷, 철갑 등을 의미한다. 게임 이름 자체가 독일군의 것이기 때문에 게임 내용 또한 독일군에 집중되어 있다. 만일 이것이 싫어 미군 쪽에서 유리하게 게임을 진행하고 싶다면 자매 게임인 ‘얼라이드 제너럴(Allied General)’게임을 하면 된다.

[SSI – Panzer General]
(이미지 – https://www.freegameempire.com/games/Panzer-General)

이 게임은 일본의 대전략 시리즈와 같이 전략 시뮬레이션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은 게임이다. 일단 육각형 모양의 헥사 타일이 그렇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전략 시뮬레이션게임의 맵은 헥사 타일이 기본이 되었다. 초기에는 사각형 모양의 타일맵 게임들도 많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이 육각형 모양의 헥사 타일로 만들어지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일단 실제와 같은 부대 운용(이동)을 위함이었다.

육각형의 경우 각 변의 부분들이 이웃한 맵 타일들과 맞닿아 있고, 중심점을 기준으로 6방향 전 방위로 이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부대 운용의 묘미를 살린 전술적 게임 진행이 가능해진다. 이미 기존의 게임들이 사용하던 방식이라 참신함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SSI는 굳이 억지로 자신들만의 것을 채우려 하기보다는, 영리하게 기존에 있던 익숙함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드는데 집중했다. 

기존의 전략 게임들이 일반들이 쉽게 접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는데, 게임 진행을 위해서 등장하는 유닛(병기)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 일차적인 문제였다. 

예를 들어 전차의 경우 겉모습은 비슷해도 실제로는 전차 간의 성능 차이가 월등하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둘 다 그냥 대포 달린 전차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전략 게임에는 이렇게 한두 개도 아니고 수십 종류 이상의 병기가 등장한다. 이들에게 게임을 하기 전에 각 병기의 스펙부터 공부하고 성능 차이에 따른 전술 운용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한 동안 워 게임이니 전략 게임이니 하는 것들은 그들만의 리그였다. 누구나 쉽고 편하게 게임을 접할 수 있게 만든다는 명제는 애초에 전략 게임 개발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려되지 않은 사항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SSI – Panzer General II]
(이미지 – https://www.freegameempire.com/games/Panzer-General)

하지만 ‘펜저 제네럴’을 만든 SSI는 달랐다. 이 게임이 처음 만든 게임도 아니고, 회사의 대표도 워 게임의 열렬한 마니아였다. 조엘 빌링즈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남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기를 바랬고, 가능하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그런 그에게 밀리터리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거나 전략 게임을 처음 접하는 일반인들에게 진입장벽이 존재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SSI – Panzer General III]
(이미지 –http://www.old-games.com/screenshot/6589-7-panzer-general-3-scorched-earth.jpg)

‘팬저 제네럴’은 그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고민했고 전 세계인들이 즐겨 하던 가장 오래되고 익숙한 소재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바로 동양의 장기와 서양의 체스였다. 게임 진행을 가능한 단순하고 쉽게 할 수 있도록 전투 준비에 필요한 과정을 대폭 삭제했고, 바로 이동이 가능한 상태로 시작할 수 있게 했다. 출동시키기도 전에 차량 세팅부터 포탄의 종류나 장갑의 장착 여부 등 온갖 사실적인 준비 과정이 필요한 기존의 전략 게임에 질려 버린 유저들에게는, 미리 출동 가능한 상태로 준비돼 있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끌만한 요소였다. 

이 게임은 아군의 병기와 적군이 병기가 충돌이 일어나면 공격과 방어가 진행되는 형태를 띤다. 일반인들도 장기 알 놓듯이 움직이다 보면 자연히 병기간의 차이를 몸소 체험할 수 있으며, 비교적 어렵지 않게 게임에 빠져들 수 있다. 처음부터 무조건 센 병기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보병 위주의 전투가 일어나고, 그 위에 대포나 장갑차 등 조금씩 센 병기들이 등장하면서 전체적인 난이도 조절을 했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로 완성된 기본 시스템은 이후 바다로 우주로까지 진출하게 되는데, ‘퍼시픽 제네럴’이나 ‘스페이스 제네럴’ 등이 그것이다. 

이 모든 시리즈의 시작은 누구나 보다 쉽게 자신이 즐겨 하는 워 게임의 매력에 빠져들고 다 같이 재미있게 즐기기를 바라는 SSI 대표의 생각에서부터 출발했다. 조엘 빌링즈의 이런 마음이 없었다면 ‘제네럴’ 시리즈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만, 여기서 완성된 시스템이 이후에 출시되는 워낙 많은 게임에 쓰이다 보니 다소 식상해진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유저를 못살게 굴고 어렵게 꼬아놓기만 한 게임보다는 그래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즐거움을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 더 게임의 본 목적에 가깝지 않나 싶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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