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라이트’ 한진 가이아모바일 해외퍼블리싱총괄 인터뷰

바야흐로 모바일 MMORPG 콘텐츠 평준화 시대다. 각기 게임명은 다르지만 내용물은 빼다박은 것처럼 비슷하다. 자동사냥(오토)를 돌려놓은 후 몇시간 뒤에 전리품을 수거하고, 이 전리품을 모아 아이템을 반복해서 강화하는 게 이들이 강조하는 핵심 재미다.

여기에 투기장이나 전장 등 PvP 콘텐츠를 몇 개 추가하고 커뮤니티 시스템을 곁들이면 영락없는 요즘 모바일 MMORPG다. 콘텐츠가 대동소이하다보니 시장 주도권은 누가 더 그래픽을 예쁘게 뽑는가와 누가 더 화려한 액션을 구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고착화된 트렌드에 반기를 든 게임이 있다. 넷이즈가 개발하고 가이아모바일코리아가 서비스를 맡은 ‘이터널 라이트’다. 이 게임 또한 모바일 MMORPG지만, 편리함과 번듯한 외양에 가치를 두었던 기존 게임들과는 다른 노선을 추구한다. 던전과 레이드 콘텐츠가 이 게임의 핵심 재미로,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마치 십수년 전 PC 온라인게임을 플레이할 때처럼 합이 맞는 파티플레이와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 모바일게임처럼 오토에 의존해 던전을 돌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와우)’와 닮았다고 하여 ‘와우 모바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와우’에서 느꼈던 재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터널 라이트’에는 블리자드 ‘디아블로’ 개발진 일부가 고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터널 라이트’는 ‘와우’ 붐이 일었던 중국과 대만에 먼저 출시되어 높은 인기를 끌었다. 마찬가지로 ‘와우’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많은 한국에서도 흥행 조짐이 일고 있다. 게임이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북미 유럽 버전을 먼저 플레이해본 한국 유저들도 상당수 있을 정도다.

서비스를 맡은 가이아모바일코리아가 게임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이터널 라이트’의 한국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한진 가이아모바일 해외퍼블리싱 총괄을 만나 소감을 들어봤다.

■ ‘와우 닮았다는 평가, 우리에겐 영광

한진 총괄은 가이아모바일이 중국에서 퍼블리싱했던 게임을 한국, 홍콩, 대만, 마카오, 일본, 유럽 등 글로벌로 가져가 론칭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번 ‘이터널 라이트’의 한국 출시 건도 그의 손을 거쳤다. 한국은 국산 MMORPG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보수적인 시장이지만 웰메이드 중국게임들도 선전하고 있는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이터널 라이트는 음악을 비롯한 전반적인 콘텐츠에서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는 게임”이라며 “먼저 출시된 중국에서도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이 정도 완성도라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해 한국으로 가져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국 유저들은 와우 레이드보스의 WFK(월드 퍼스트 킬) 기록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런 스타일의 게임에 익숙할 것”이라며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 버전인 ‘이터널 라이트’는 중국 버전 ‘광명대륙(光明大陸)’과 북미 버전 ‘크루세이더즈 오브 라이트(Crusaders of Light)’의 장점만 합친 버전이다. 볼륨만 따지고 보면 중국 출시 당시의 오픈스펙과 비슷하지만,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했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유저들의 콘텐츠 소모 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출발은 늦었지만 언젠가는 한국 버전이 중국 버전의 볼륨을 따라잡을 날이 올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와우’와 비슷하다는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져봤다. 그는 “개발사의 의도를 우리가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와우의 핵심 콘텐츠와 비슷한 콘텐츠가 있고, 그래픽 분위기도 유사해서 많이들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와우와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영광”이라며 “그만큼 퀄리티가 높다는 평가를 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터널 라이트’의 핵심 콘텐츠인 레이드는 ‘와우’가 자랑하는 레이드 못지 않게 탄탄한 구성을 갖고 있다. 탱커 역할을 맡은 유저는 몬스터의 전방 공격이 파티원에게 쏟아지지 않도록 몬스터의 머리를 돌려야 한다. 또 딜러와 힐러는 바닥에 간헐적으로 깔리는 불길을 피해야 한다. 장비만 좋으면 알아서 클리어되는 다른 게임과는 달리, ‘이터널 라이트’에서는 공략법을 모르면 전멸도 감수해야 한다. 단순히 반사 신경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왕년에 ‘와우’를 즐겼던 중장년층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다른 게임에서는 손이 느리다며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이들이 ‘이터널 라이트’에서는 젊은 세대들의 선생님이 된다. 요새 보기 드문 광경이다.

한진 총괄은 “이터널 라이트의 타깃층은 20~40살”이라며 “게임 자체가 공략 공부를 필요로 하는 게임이라,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30~40대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이끌어주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스타일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을 위해서 유튜브 방송이나 공식카페를 통해 공략법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확률형 아이템 주력 BM 아냐, 거래소로 선순환 구조 만들 것

가이아모바일코리아는 ‘이터널 라이트’ 한국 출시를 앞두고 최근 CBT(클로즈베타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 때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 중 하나는 게임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현지화 과정에서 김밥, 된장찌개, 삼계탕 등의 한국음식이 추가됐는데 일각에서는 너무 과도한(?) 현지화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그동안 판타지 세계관의 게임에서 송편이나 떡국 등의 명절음식이 등장한 적은 있어도 된장찌개처럼 가정식이 등장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한진 총괄은 “해당 음식들은 원래는 중국음식”이라며 “아이콘에서 중국색이 지나치게 강하게 느껴져서 고민 끝에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종의 재미 요소로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부 유저들은 BM(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우려를 털어놓기도 한다. 그동안 과금을 지나치게 유도하는 중국게임을 많이 봐온 탓이다. 특히 돈을 많이 쓸수록 혜택이 커지는 중국 특유의 ‘VIP 시스템’은 한국 유저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다. 공식카페에는 “게임은 참 좋은데 BM이 걱정된다”는 글이 종종 올라오곤 한다.

이에 한진 총괄은 “VIP 시스템은 절대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모두가 노력한만큼 재화를 획득해야 하고, 돈으로 쉽게 강해지는 게임을 만들지 않겠다는 게 개발사의 철학이다. 가이아모바일은 이러한 개발사의 철학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은 존재한다. 룰렛을 돌려서 각종 소모품과 장비 일부를 얻는 방식이다. 대신 이를 통해서 캐릭터가 강해지는 것은 최대한 지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진 총괄은 “룰렛을 돌릴 때 필요한 화폐는 게임에서 획득할 수 있는 재화”라며 “물론 유료 재화로 이 재화를 바꿀 수는 있지만, 이 룰렛이 우리의 주력 BM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터널 라이트’의 주력 BM은 거래소, 탈것, 장비 업그레이드다. 유저간 거래소는 인게임 재화로 운영되는데, 주머니가 여유로운 구매자는 유료 재화를 인게임 재화로 바꾸어 아이템을 살 수 있다. 게임사는 유료 재화를 판매해 수익을 얻고, 구매자는 아이템을 얻으며, 판매자는 인게임 재화를 얻는 선순환 구조인 셈이다.

■ 사전예약 100만명 돌파…흥행 청신호

유저 반응 중에는 ‘이터널 라이트’의 그래픽 퀄리티가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 게임의 화려함에 비해 살짝 기대에 못미친다는 것. 하지만 이는 디바이스 성능에 따라 상당 부분 향상시킬 수 있는 문제다. 그래픽 설정은 4단계로 나뉘는데, ‘최상’으로 올리면 기대한 것보다 훌륭한 그래픽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가이아모바일코리아는 ‘이터널 라이트’의 한국 연착륙을 위해 배우 정우성을 홍보모델로 발탁하는 등 출시 전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사전예약 이벤트에는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가이아모바일코리아는 CBT를 통해 콘텐츠 검증을 마친 만큼 마무리 작업이 끝나는대로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한진 총괄은 “이터널 라이트에 대해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더 많은 유저들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고, 우리 게임을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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