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승 넥슨 프로그래밍 동호회 네코동 회장...20명 회원 소규모 컨퍼런스도

[하재승 동호회장(왼쪽)과 고민정 총무(오른쪽)]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이다. 직장에서 즐거워야 삶이 즐겁다. 좋은 직장은 놀 수 있는 문화가 마련된 곳이고, 놀 수 있는 문화를 보려면 사내 동호회를 보면 된다. 사내 동호회가 활발한 곳은 좋은 직장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대표 게임사 중 하나인 넥슨에서는 수십개의 동호회가 활발히 활동중이다. 대부분은 판교의 다른 회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동호회들이지만, 그 중에는 흔하게 볼 수 없는 이색 동호회들도 있다. 게임톡 창간 6주년을 맞아 넥슨의 이색 동호회 몇 개를 소개해본다.

넥슨의 이색 동호회 프로그래밍 동호회 네코동

넥슨 사내 동호회 네코동의 이름은 꽤 귀엽다. ‘네코(ねこ)’가 일본어로 고양이를 뜻하는 말이니까 애묘인 모임의 이름으로 제격이다. 동호회방 한켠에는 캣타워와 고양이 모래가 갖춰져 있고, 페르시안 고양이 두 마리가 집사들의 시중을 받으며 낮잠을 청하고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네코동은 고양이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 실제로는 ‘넥슨 코딩 동호회’의 줄임말로,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사내 컴퓨터실을 빌려서 각자 평소 하고 싶었던 코딩을 하기도 하고, 다른 프로그래머들과 정보를 주고받기도 한다. 물론 친목을 다지기 위한 회식과 노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는 넥슨이 출시한 모바일게임 ‘야생의땅: 듀랑고’로 한참 이야기꽃을 피웠다. 과연 게임회사 넥슨에 걸맞은 동호회가 아닐 수 없다.

회원 수는 약 20명. 넥슨에서 코딩을 업으로 삼는 프로그래머들이 상당수 속해 있다. 모임을 이끄는 하재승 동호회장과 고민정 총무 또한 프로그래머다. 코딩이 직업이자 취미인 셈이다. 코딩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코딩으로 푼다니, 코딩을 잘 모르는 ‘코알못’ 입장에서는 이게 가능한 일일까 싶기도 하다.

“그림 그리는 사람도 그림을 그리며 논다. 음악을 하는 사람도 음악을 들으며 쉰다. 마찬가지로 프로그래머 중에는 취미삼아 코딩을 하는 사람도 있다.”

넥슨 사옥에서 만난 하재승씨는 코딩이 ‘덕업일치’가 될 수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모를 때는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알면 재미있는 게 코딩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코딩이야말로 현대의 마법”이라며 “논리적으로 구성된 코딩을 배우고 나면 컴퓨터를 사용해 각종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수강신청이나 콘서트 티케팅이 그렇다. 일일이 새로고침을 눌러가며 몇시간을 ‘광클’에 매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크로(하나의 키 입력으로 여러 개의 명령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 하나로 대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우리는 그렇지 않지만, 가끔 정도가 지나쳐 매크로를 판매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며 “매크로를 쓰는 자와 매크로를 막으려는 자의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웃었다.

하지만 네코동 회원 모두가 ‘고위 마법사’는 아니다. 3분의 1 가량은 코딩을 잘 모르는 비개발자다.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코딩 바람을 증명이라도 하듯, 넥슨에 근무하는 ‘코알못’들도 코딩을 배우기 위해 동호회 문을 두드리곤 한다. 이 ‘새싹반’을 가르치는 선생님 역할은 동호회장인 하재승씨의 몫이다.

그는 “코딩을 전혀 몰라도 상관없다”며 “네코동은 지식 레벨을 올리기 위한 스터디 모임이 아니라 친목을 다지는 동호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딩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환영한다”고 전했다.

네코동의 주요 활동은 코딩에 그치지 않는다. 분기별로 소규모 컨퍼런스인 N3C(네코동 3분 컨퍼런스)도 주최한다. 이 컨퍼런스는 누구나 편한 주제로 부담 없이 발표할 수 있는 자리로 기획됐다. 각 발표 시간은 3분이고 최대 10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 만일 10분이 넘으면 징이 울리고 강제로(?) 퇴장당한다.

하재승씨는 “NDC(넥슨개발자컨퍼런스)와 같은 대규모 컨퍼런스는 아무래도 준비를 많이 해야 해서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N3C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주제도 자유로운 편인데, 그 중에는 NDC를 준비하는 과정을 주제로 발표한 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초중고등학교 코딩 교육 의무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혹자는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들처럼 코딩을 포기하는 ‘코포자’가 대량으로 발생할 것이라 예견한다. 코딩이 직업이자 취미인 이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하재승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교육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라고 답했다. 넥슨의 청소년 코딩 대회인 ‘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에 출제위원으로 참석하기도 했던 그는 “코딩을 시험의 형태로 평가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코딩 교육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존의 주입식 교육과 비슷한 형태로 진행된다면 코포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학과 마찬가지로 코딩도 벼락치기가 불가능한 분야”라며 “어릴 때부터 기초를 차근차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무를 맡고 있는 고민정씨도 비슷한 의견이다. 게임을 좋아해서 코딩을 공부하게 됐다는 그녀는 “좋은 교육도 중요하지만, 학생에게도 분명한 동기부여가 있다면 코딩을 포기하지 않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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