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연극동호회 인터미션 이용정회장 "3호 '맹진사댁 경사' 4월말 무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이다. 직장에서 즐거워야 삶이 즐겁다. 좋은 직장은 놀 수 있는 문화가 마련된 곳이고, 놀 수 있는 문화를 보려면 사내 동호회를 보면 된다. 사내 동호회가 활발한 곳은 좋은 직장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대표 게임사 중 하나인 넥슨에서는 수십개의 동호회가 활발히 활동중이다. 대부분은 판교의 다른 회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동호회들이지만, 그 중에는 흔하게 볼 수 없는 이색 동호회들도 있다. 게임톡 창간 6주년을 맞이하여 넥슨의 이색 동호회 몇 개를 소개해본다.
넥슨의 이색 동호회 ② 연극 동호회 인터미션
“아내가 남편을 향해 부르는 법식이 있지 않소. 보통 뭐라고 부르던가. 여보, 그렇게들 부르더군. 자, 어서 여보라고 불러 보시오.”
“아이!”
“어서, 어서.”
“여, 여, 여보!”
이쁜이는 말이 떨어지기 전에 치마폭에 얼굴을 파묻는다. 미언은 이쁜이를 안아 일으켜 패물과 활옷을 벗겨 주며 촛불을 꺼버린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희극 ‘맹진사댁 경사’에서 이쁜이와 미언이 첫날밤을 보내는 장면이다. 1942년에 쓰여진 이 시나리오는 양반 가문의식과 결혼제도의 허실을 풍자한 작품으로, 한국에서 보기 드문 정통 희극으로 꼽힌다. 수많은 연극 무대에 올랐고 영화와 뮤지컬로도 여러 번 제작된 바 있는 고전 작품이다.
이 ‘맹진사댁 경사’가 넥슨의 사내 연극 동호회 인터미션에 의해 다시 한번 무대 위에 오른다. 연극이 초연됐을 당시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넥슨의 젊은 직장인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인터미션의 세번째 연극인 ‘맹진사댁 경사’는 4월말께 막을 올린다. 그 때까지 인터미션 동호회원들은 때아닌 ‘크런치 모드’에 돌입했다. 시대극이니만큼 의상도 만들어야 하고 대사도 외워야 하는 등 할일이 태산이다. 거의 매일 만나서 연기를 맞춰 보느라 바쁘다는 인터미션의 동호회장 이용정씨를 넥슨 사옥에서 만났다.
인터미션은 영화나 연극에서 공연 중 잠깐의 휴식 시간을 말한다.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일탈을, 관람객들에게는 편안한 휴식을 드리겠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2015년에 결성되어 햇수로 4년을 맞은 고참 동호회다. 2주에 한번 연기학원에서 강사를 초빙해 레슨을 받고, 레슨이 없는 주에는 동호회원들끼리 연습한다. 회원수는 10~12명 가량이다.
훤칠한 외모의 이용정씨는 2대 동호회장이다. 이번 연극에서는 맹진사 역할을 맡았다. 회장의 권한으로 주연을 따낸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각자 어울리는 역할을 지망해서 연기 테스트를 받았고, 투표로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그는 “인터미션 전원이 주연”이라고 강조하며 “물론 내가 대사가 많은 편이긴 하다”고 웃었다.
연극은 1년에 한번 꼴로 공연한다. 첫 공연은 ‘도덕적 도둑’, 두번째 공연은 ‘8시 반(원작 리투아니아)’이었다. 세번째 공연으로 선택한 작품이 바로 ‘맹진사댁 경사’다. 인터미션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시대극이라 각오가 남다르다.
직장인이다보니 연습 기간이 길다. 작품 고르는 것만 두달은 족히 걸린다. 이용정씨는 “보통 투표로 결정하지만, 강사님이 추천해주는 작품을 하기도 한다”며 “공연 하나 하는데 반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작품이 결정되면 동호회원 전부가 연출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낸다. 가끔은 게임회사 직원들의 재능을 강제 기부(?)받기도 한다. 이용정씨는 “동호회원 중에 국문과 출신의 게임 기획자가 있다”며 “대본 각색이 필요할 때는 그분이 맡아서 해주신다”고 말했다.
동호회원 일부는 대학에서 연극동아리에서 활동하며 공연 경험을 쌓아온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인터미션에서 처음 연극을 접한 초보들이다. 이 중에는 연극에 출연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자신감을 높이거나 발성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공연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고 연습한다. 이용정씨도 1년을 꼬박 배운 후에야 첫 공연에 출연할 수 있었다.
공연은 넥슨 사옥 1층의 1994홀에서 열린다. 이용정씨는 관객들이 생각보다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넥슨의 각 팀마다 팀원들의 열연을 보러 찾아오고, 부모님과 가족들도 객석에 앉아 응원을 보낸다. 공연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을 때가 인터미션 동호회원들에게 가장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시간이다.
지금까지 진행한 공연에 대해 자평을 부탁했다. 이용정씨는 100점 만점에 80~90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무대에서 실수는 늘 있는 일이고, 실제로 우리도 실수를 많이 했다”며 “하지만 동호회원들이 다들 임기응변으로 잘 대처해온 것 같다”고 높은 점수를 준 이유를 밝혔다.
인터미션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이용정씨는 “특별한 자격요건은 없다”며 “외모를 보지도 않고 연기력을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넥슨 직원이 아니라도 입회가 가능하니 판교 직장인이라면 적극적으로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