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게임 개발사 캣랩-608팩토리-레드민스-펀그리 여성 대표 인터뷰

[포커스] 인디게임 개발사 캣랩-608팩토리-레드민스-펀그리 여성 대표 인터뷰

일반적으로 게임은 남성이 즐기는 문화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남성 유저에 맞춰진 게임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여성 유저뿐만 아니라 게임사에 여성 개발자들도 늘어났다.

게임톡은 창간 6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인디게임을 개발하는 여성 대표들을 만나봤다. 조인숙 하티스트 부대표를 비롯해 ‘제작왕 김포지’ 개발사 캣랩의 황은애 대표, ‘자취생 키우기’ 시리즈 개발사 608팩토리 홍윤정 유소라 대표, ‘뮤그(Muug)’를 개발한 레드민스 박민성 대표, ‘롤링 마우스’ 개발사 펀그리 강민주 대표다. 이들은 이른바 인디게임 업계의 ‘여성 개발자 모임’의 멤버들이다.

이들은 과거에 비해서는 여성 개발자들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편견도 존재한다. 컴투스 시절부터 14년차 프로그래머로 일해 온 황은애 대표는 “여성 개발자가 적어서, 저 하나가 못하면 (여자는) 다 못한다가 되버릴까봐 기를 쓰고 열심히 했다”며 “그게 회사를 다닐 때 힘들었던 부분”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장점이라면 일단 프로그래머 명함을 주면 다들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더라”며 웃었다.
    

[캣랩의 제작왕 김포지]

강민주 펀그리 대표는 “보통 여성 개발자라고 하면 더 섬세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것도 편견”이라며 “남성 개발자도 섬세할 수 있다. 그런 편견이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남성들이 하는 일을 여성이 해내면 “대단한데”라는 이야기가 나오다가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역시”라는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좋지 않은 이야기가 쉽게 오가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608팩토리는 ‘자취생 키우기’ 게임을 두고 남자가 만들었을 것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유소라 대표는 “남자가 좋은 게임을 만들면 그냥 좋은 게임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여자가 만들었다고 하면 ‘헐, 이걸 여자가 만들었다고?’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애초에 남자였다면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았을 일”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608팩토리의 자취생키우기2]

조인숙 대표는 “예전보다 유저로서, 창작자로서 여성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여성들이 창업을 해 대표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 기업에서 중간 관리자가 되고 경영자까지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여자가 신입사원으로 들어가서 게임사 대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조인숙 대표는 “아직도 많은 부분들이 남성 중심적”이라며 “이런 노력들을 계속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레드민스 박민성 대표도 “첫 게임의 타깃 층이 여성 게이머들이었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날까봐 겁이나 홍보를 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며 “여성 게이머들을 위한 커뮤니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레드민스의 무그(Muug)]

최근 구글 인디 페스티벌과 BIC 등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모이는 행사들이 부쩍 늘어났다. 그런 자리에서 여성이 보이면 이들은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넨다고 한다. 여성 개발자들이 처한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기술적으로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도와드리려고 한다”며 “업계에 여성 개발자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인디 게임을 위한 자리들도 더 많아졌으면 한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들이 인디게임을 선택한 것은 본인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다. 강민주 대표는 “7년간 게임회사를 다니면서 3종의 게임을 출시했는데, 모두 RPG였다”며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게임 개발자가 되었지만, 현실은 생각과 너무나도 달랐다”고 말했다. 화려한 RPG가 아니면 투자조차 받기 힘들고, 인기 장르가 아니면 게임으로 봐주지도 않는 시선들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펀그리의 롤링 마우스]

강 대표는 “레벨업 노가다에 때리고 파괴하는 것이 주가 아닌, 플레이는 단순하더라도 유저가 게임을 하는 동안 한 두 번쯤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황은애 대표도 “큰 회사는 큰 회사대로 회사 정책에 휘둘려서, 작은 회사는 작은 회사대로 살아남느라 만들고 싶은 게임은 만들 수가 없다”며 “결국 만들고 싶은 게임을 평생 만들고 싶어서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608팩토리의 홍윤정, 유소라 대표도 “처음엔 회사에 조금 더 있으면서 게임 개발을 배워볼까도 생각했지만, 게임회사의 직원이 된다면 게임에 본인의 목소리를 내고 반영시키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했다”며 “저희가 하고 싶은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인디게임 개발의 길을 선택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1인 개발로 게임을 만드는 박민성 대표는 “사실 ‘인디게임’의 정의가 모호하지 않나”라면서도 “결론적으로 정말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려면 내 회사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1인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고 한다. 황은애 대표는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가장 재미있게 하는 일이지만, 또 역설적으로 가장 힘든 게 게임 개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성 대표는 “회사를 다닐 땐 투자사의 요구에 맞춰 게임을 만들어야 했던 게 힘들었고, 지금은 제가 만들고 싶은 게임의 방향과 수익이 상충할 때 딜레마에 빠지는 게 힘들다”고 전했다.

강민주 대표는 “회사원으로 있었던 시절에는 야근이 당연시 되던 분위기가 가장 힘들었는데, 지금은 게임 홍보가 제일 힘들다”며 “홍보가 되지 않으면 유저에게 평가 받을 기회조차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게임 개발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 부분도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는 허들로 작용한다. 홍윤정, 유소라 대표는 “독학으로 공부했기에 구글링과 유니티 관련 서적 몇 권만으로 개발을 배워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또 인맥이 전혀 없어서 정보교환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이들은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이 보내주는 피드백과 긍정적인 반응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박민성 대표는 “첫 게임 ‘뮤그’를 내고 ‘게임으로 위로를 받았다’며 장문의 리뷰를 써주신 분들이 많았다”며 “그 마음이 하나하나 너무 고마워서 리뷰를 읽다 울기도 했다. 아마 제 게임을 만들지 않았다면 절대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홍윤정, 유소라 대표는 “태국의 유저님들이 ‘자취생 키우기’를 활발하게 홍보해주신 덕분에 태국에서 iOS 게임 순위 1위를 한 적이 있다”며 “유저분들과 활발하게 피드백을 주고받은 것이 좋은 결과로 돌아오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디게임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개발자들은 물론 유저들과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민주 대표는 “열심히 만들었더라도 홍보가 되지 않아, 사람들에게 평가 받을 기회조차 없이 게임이 사라지는 경우를 종종 봤다”며 “적어도 유저들에게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만이라도 주어진다면, 많은 개발자들이 더욱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윤정, 유소라 대표도 “개발자와 유저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좋겠다”며 “그렇게 된다면 인디게임이 훨씬 빠른 속도로 활성화되고 게임 시장에서의 비중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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