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분쟁 혼란 방지하기 위해 규제 방안과 적극적 실행 필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확률형 아이템 때문에 속 터져서 게임 접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일부 게임 공식카페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문제로 난장판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확률형 아이템에 현혹되어 허비한 돈과 시간이 아깝고 게임회사가 괘씸해서 어떻게든 법적 대응을 하고 싶다는 주변의 하소연도 상당하다.

확률형 아이템 때문에 마음을 다친 이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판례를 검색해봐도, 세간에 사실관계가 잘못 알려진 ‘삼국용팝’ 게임 관련 판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2. 2. 선고 2014가단5238600 판결) 외에는 선례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잠깐 부연설명을 하자면, 모든 게임관련 기사에서는 ‘삼국용팝’ 소송을 “확률형 아이템 구매를 위해 1000만원을 넘게 투자한 게임이용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기각된 사건”처럼 소개하고 있으나, ‘삼국용팝’ 사건의 쟁점은 “게임회사가 신규 고급 장수 캐릭터 출시 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 채무불이행에 해당하여, 신규 고급 장수 캐릭터를 구매할 수 없게 된 게임이용자가 그동안 지출한 아이템 구매비용을 반환받을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었다(단지 구입한 아이템 또는 신규 아이템 중에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되어 있었을 뿐이다).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피해 구제를 위한 법적 대응 방안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처럼 관련 판례는 발견되지 않지만 확률형 아이템 구입을 위해 거액을 지출을 하고도 아무런 성과가 없던 게임이용자들이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은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우선 민사소송으로 사기를 이유로 한 확률형 아이템 거래 취소(민법 제110조 제1항) 내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민법 제750조 또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의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러한 소송에서 소기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게임회사의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이 0%라는 사실 또는 실제 확률이 공지된 확률에 미치지 못하다는 점 등을 소송진행 과정에서 입증해야 하는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음으로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 게임회사를 사기죄(형법 제347조 제1항)로 고소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또한 게임회사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0%로 또는 실제 알려진 확률에 미치지 못하는 확률로 게임을 운영하면서 게임이용자를 기망했다는 등의 범죄 혐의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정황이 있어야 하고, 수사기관에서 압수절차 등을 통한 적극적인 수사가 뒷받침되어야만 형사처벌이 가능할 것이다(표시·광고의 공정화의 관한 법률 제17조 제1호에 따른 형사처벌 또한 가능하다).

이상과 같이 확률형 아이템에 한이 맺힌 게임이용자들을 위한 기본적인 법적 대응방안을 간단히 살펴보았으나, 이러한 소송 등을 통해 게임회사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 이상으로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은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확률이 0%가 아닌 이상 확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는 모든 법적 책임을 묻는데 한계가 있고, 현재 확률을 공개하는 그나마 양심적인 게임회사가 확률을 무리하게 조작할 가능성은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입법 vs. 자율 규제

그렇기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으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받고 있는 게임이용자들의 권리 구제를 위한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확률 공개를 법적 의무화하는 논의가 매우 활발히 진행된 것이기도 하다(현재 국회에서는 노웅래 의원, 이원욱 의원, 정우택 의원이 각각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지금까지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운용해 온 관행과 게임이용자들의 체감한 확률의 정도로 추측하건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당장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게임이용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확률을 상향 조정한다면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고, 이로 인한 게임이용자들의 또다른 불만과 예상치 못한 운영상의 변수가 생길 수 있어 게임회사에 상당한 위험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에 게임업계에서는 절충안으로 자율 규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의 운용 실태를 개선해 나가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이를 대안으로 삼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게임업계가 2015년부터 시행한 자율규제는 게임회사들을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었고 게임이용자들로부터 신뢰를 쌓지 못하면서 전반적인 여론은 법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울어갔다.

결국 게임업계는 지난 2월 15일 강화된 자율 규제 방안을 발표(2017년 7월 1일부터 적용)하면서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는 절박한 요청을 하고 있다(게임톡, “게임업계 ‘확률형 아이템, 구체적 수치도 공개’ 자율규제 강화”, 2017. 2. 14.자 기사 참조).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 정착의 마지막 기회

게임업계가 주장한 자율규제 방안이 힘을 얻지 못한 채 수세적인 모습을 띄고 있는 와중에 갑작스런 변수가 발생했다. 조기 대선 국면이 그것이고, 이로 인해 현재 계류 중인 법률 개정안이 당장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리라는 예상 또한 가능해졌다.

한창 수세에 몰렸던 게임업계가 외부적인 사건으로 인해 한 숨 돌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게임업계가 또다시 양치기 소년이 되어 지탄이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새롭게 제시된 자율 규제 방안에 대한 게임회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게임업계는 게임이용자를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관행에서 탈피해 확률형 아이템의 발전적인 운영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게임업계가 이와 같은 자정 노력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는다면 결국 법률 개정을 통한 강제적인 규제만이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분쟁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글 박종일 변호사>

박종일 변호사는?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헌법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사법시험에 합격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부정경쟁방지법 관련 사건을 다루면서 게임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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