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4개월 법정 공방 대법원으로...게임업계 자율 가이드라인 구축 절실

[칼럼3] 2년 4개월 법정 공방 대법원으로...게임업계 자율 가이드라인 구축 절실

킹과 아보카도 간의 2년 4개월의 법적 공방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을 남았다.

킹닷컴 리미티드(이하 ‘킹’이라고 함)는 2014년 9월 18일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이하 ‘아보카도’라고 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아보카도의 모바일 퍼즐게임 ‘포레스트매니아’가 킹의 ‘팜히어로사가’를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저작권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청구를 한 것.

2015년 10월 30일,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합567553)는 배상 판결을 내렸다. 아보카도가 킹의 게임 내용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판단하면서 아보카도에게 ‘포레스트매니아’ 게임의 사용금지와 약 11억 원을 킹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에서는 킹과 아보카도의 게임의 유사성을 인정하여 비록 아보카도가 킹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지만, 아보카도는 ① 킹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팜히어로사가’ 게임을 ②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③ 아보카도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④ 킹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였으므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보충적 일반조항)을 위반한 부정경쟁행위, 즉 위법한 표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위 판결로 인해 게임업계의 표절 논란은 가속화했다. 게임회사 사이의 법적 분쟁이 연이어 수면 위에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게임 표절 관행에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 반전의 반전, ‘표절--->표절 없다’ 다시 대법원으로
하지만 1년여 지난 반전이 이뤄졌다. 1심 판결이 있은 후 1년여 지난 2017년 1월 12일,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2015나2063761)는 아보카도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재판 결과를 뒤집고 킹의 청구를 기각했다. 아보카도의 포레스트매니아가 킹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결국 킹은 2017년 1월 31일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하고자 상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작권법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제한을 가할 수 없다고 판단한 2심 재판부였다.

2심 재판부 또한 1심 재판의 결론과 마찬가지로 게임 아이디어만으로는 저작권으로서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판단하였으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보충적 일반조항)의 적용에 대해서는 1심과 그 의견을 달리했다.

즉, 저작권법에 위배되지 않는 아이디어의 모방 및 이용행위를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보충적 일반조항) 위반을 이유로 제한을 가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가 ‘특별한 사정’의 예로서 열거한 내용으로는, ① 절취 등 부정한 수단에 의하여 타인의 성과나 아이디어를 취득하는 경우, ② 선행자와의 계약상 의무 등에 반하여 모방하는 경우, ③ 의도적으로 경쟁자의 영업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쟁자의 성과물을 이용하는 경우, ④ 타인의 성과를 대부분 그대로 차용하고 모방자의 창작적 요소가 거의 가미되지 않은 직접적 모방의 경우 등이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직접적 모방이 아닌 예속적 모방은 위법하지 않고, 선행 게임을 통한 충분한 이익이 발생되었다면 경쟁자의 자유로운 이용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직접적 모방’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반면, “타인의 성과를 토대로 하여 모방자 자신의 창작적 요소를 가미”하는 이른바 ‘예속적 모방’은 저작권법 등 지식재산권법에 위반되지 않는 한 자유롭게 허용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전제 하에, 2심 재판부는 아보카도가 킹의 게임 인기에 일부 편승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아보카도의 독자적인 아이디어와 함께 추가적인 비용과 노력이 투여되면서 다양한 창작적 요소가 가미되었으므로, 아보카도의 ‘포레스트매니아’는 킹의 ‘팜히어로사가’와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아 위법하지 않다고 하였다.

또한, 2심 재판부는 킹과 같은 선행업체가 게임을 출시한 이후 충분한 이익을 얻었다면 위 게임 창작물은 공공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 경쟁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장경제질서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 그러면서, ‘팜히어로사가’와 같은 모바일 캐주얼 게임의 경우 개발·운영기간이 비교적 단기간이라는 특성 등을 고려할 때 ‘팜히어로사가’ 출시 후 10개월 뒤에 ‘포레스트매니아’가 출시되었다면 킹이 게임을 개발하는데 투하한 자본의 회수에 필요한 시간이 경과되었다 볼 여지가 있고, 실제 킹이 개발비용에 비해 상당한 수익을 얻었으므로 킹의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하였다.

■ 주장 팽팽, 최종 판단 몇 년 걸릴 수도...게임업계 자율 가이드라인 필요

이제 최종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 갔으나 대법원이 쉽게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게임 산업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법적 쟁점인 만큼 대법원은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 이 사건 외에 다른 유사 사건들의 추이를 살펴보고 여러 사례들이 집적된 이후에야 조심스런 판결을 내린 것이라 예상된다.

1심 판결과 2심 판결 내용, 그리고 킹과 아보카도의 주장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의 최종 결론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 ‘팜히어로사가’와 ‘포레스트매니아’(오른쪽)]

어느 정도까지 아이디어 차용이 허용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게임업계는 상당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무질서한 표절들이 난무하게 될 우려 또한 지울 수 없다.

결국 기약 없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기 이전에 게임업계가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을 구성하는 시도를 하고 이러한 내용을 대법원과 국회에 전달함으로서 현장의 생생한 의견이 반영된 합리적인 기준을 형성해 가는 시도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 아닌가 생각해 본다.

<글 박종일 변호사>

박종일 변호사는?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헌법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사법시험에 합격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부정경쟁방지법 관련 사건을 다루면서 게임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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