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서버 이전 제한으로 발생한 것과 다르게, 유저 감소로 인한 시세 폭락

엔씨소프트의 장수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상징적인 아이템 ‘진명황의 집행검’ 가격이 3000만원 아래로 폭락하면서 유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과거 2차례의 가격 하락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2007년 ‘리니지’ 시드랏슈 서버에서 최초 등장한 집행검은 밸런스 파괴적인 성능 덕분에 2010년 3000만원을 돌파 이래, 7년간 지속적으로 현실재화 대비 가치를 보전한 게임 내 유일한 아이템이다.

하지만 집행검도 지난 2014년과 2015년도에 폭락을 겪으면서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엔씨소프트의 부가서비스 ‘캐릭터 서버 이전’을 잠시 중단하면서 보유한 유저들에게 ‘팔지 못할 것’이라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집행검 가격 폭락은 과거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현재 ‘리니지’는 56~60레벨 캐릭터를 대상으로 상시적으로 서버 이전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서버 간 아이템 매매를 위한 통로로 사용된다. 서버 이전이 가능함에도 집행검 가격이 3000만원 아래까지 내려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한때 3700만원까지 근접했던 집행검은 최근 2700만원대까지 주저 앉았다.

우선 생각해 볼 문제는 ‘리니지’의 트래픽 감소다. 27일 14시 기준 ‘리니지’ 라이브 서버는 평균 1300~1400명 동시접속자를 기록하고 있다. 49개의 라이브 서버 전체에서 약 7만~8만 명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엔씨소프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2월 최고 동시접속자는 22만명이었다. 당시와 비교하면 1/3 수준이다.

더불어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캐시 아이템으로 ‘리니지’ 유저 생태계에서 중간 계층이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간 계층 이탈로 인해 최상위에 위치한 집행검을 보유한 유저들까지 불안한 심리가 작용했고, 쏟아지는 매물에 구매자는 없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물론 과거 싸울아비 장검, 무관의 양손검, 파멸의 대검 등이 대체 아이템 등장으로 폭락을 맞은 것처럼 집행검도 비슷한 과정을 걷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번 가격 하락은 집행검의 성능에 버금가는 ‘드래곤 슬레이어’의 등장과 무관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지난해 말 신규 에피소드 ‘화룡 발라카스’로 ‘리니지’에 전격 출시한 신규 아이템 ‘드래곤 슬레이어’는 최소 ‘+5 이상’ 강화를 해야만 집행검과 버금가는 성능을 갖는다. 그런데 드래곤 슬레이어의 기본 아이템 제작 재료만 1500만원 이상 필요하고, ‘확률적 강화’ 비용은 1회에 200만원을 초과한다. 집행검과 동일한 성능을 내기 위한 비용은 최소 2500만원이며, 강화가 실패할 경우에는 얼마가 더 들어갈지 모른다. 이 때문에 ‘리니지’ 유저들은 오히려 집행검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희소성에서도 마찬가지다. 잊혀진 섬 리뉴얼 이후 집행검은 사실상 제작이 불가능한 아이템으로 변경됐다. 집행검은 특정한 시간에만 입장이 가능한 잊혀진 섬에서 ‘배신자 플로렌스’에게만 ‘봉인된 역사서’를 얻을 수 있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재료 수집조차 불가능하다. 간간히 엔씨소프트가 판매하는 ‘랜덤박스’에서 낮은 확률로 완전한 제품이 등장할 뿐이다.

‘리니지’ 아이템 거래를 전문적으로 하는 한 유저는 “리니지는 2015년부터 캐시 아이템 남발 때문에 중간 계층 유저들의 지속적인 이탈이 발생했다”며 “이로인해 중저가 아이템이 시장에 매물로 쏟아져 나왔고, 가격 하락으로 곧바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집행검을 보유해도 유저가 줄어들어 게임의 흥미를 잃게 만들었고, 매물이 쏟아지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이번 집행검 폭락은 과거와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