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린드비오르 서버의 한 유저, 임종 직전 그림 보내고 하늘로

<린드비오르 서버 노모 유저가 보내 준 마지막 그림>

‘리니지’  린드비오르 서버의 한 유저, 임종 직전 그림 보내고 하늘로

최근 슬픈 소식을 들었다. 온라인게임 ‘리니지’로 알고 지낸 한 분이 투병 끝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소식이었다. 임종 직전까지 통화를 했던 분이었다.

불과 며칠 전이지만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지금도 당장 수화기 너머로 주간 퀘스트를 완료해달라는 부탁과 게임 안에서 일어난 일을 붙잡고 떠들 수 있을 것만 같다. 투병 중 남긴 그의 그림은 마지막 유작이 됐다.

돌이켜보면 꽤 긴 시간이었다. 지난 19년 동안 ‘리니지’를 플레이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밀레니엄까지 겪은 ‘리니지’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상징과도 같은 게임이니까.

누구보다 가깝게 지낸 사람, 어느 순간 적으로 돌변해 누구보다 깊은 악연으로 남은 사람, 다시 함께 웃으며 게임하는 사람 등. 게임에서 돌고 도는 인연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임 안에서 맺어진 ‘피의 약속(Blood pledge)’ 혈맹은 현실 밖에서도 연장된다. 10년 이상 함께한 이들과 현실에서 만날 때, 이제는 거리낌없이 이름과 별칭을 섞어서 부른다. 별칭에는 게임에서 사용한 캐릭터 명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들과 만날 때는 시간이 흐르는 줄 모르고 과거의 추억에 잠긴다.

군림하기 위해 로마의 네로 황제처럼 폭군이 되기도, 때로는 혈맹원에게 한 없이 자비로운 부처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리니지’에서는 내면에 감춰진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단지 게임 콘텐츠만 놓고 본다면 투박하고 짙은 노가다성에, 이미 접어도 몇 번을 접었어야 할 게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리니지’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사람 냄새가 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런 것도 이제 변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시시콜콜 사는 이야기부터 지인의 근황까지 전하는 ‘리니지’ 채팅창은 하나의 온라인 메신저가 되어 버렸다.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진 커뮤니티가 끝까지 게임을 끊지 못하도록 붙잡는다.

‘리니지’는 현실의 군상들을 함축한 모습이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고, 고인을 추모하고, 부조리를 경멸하는 모습들은 현실과 참 많이도 닮았다. 먹먹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키보드와 채팅창을 통해 부음을 전하는 광경 역시 현실과 판박이다.

린드비오르 서버 ‘노모’님이 세상을 떠났을 때, 혈맹 커뮤니티에서는 애도의 글들이 무수히 이어졌다. 투병 중에도 간간히 게임에 접속해 지인들에게 밝은 면만 보여주려 했던 분이기에 더욱 그립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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