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현대원 전 VR산업협회장 인터뷰…한국 콘텐츠 산업 잠재력 확신

[인터뷰①] 현대원 전 VR산업협회장 인터뷰…한국 콘텐츠 산업 잠재력 확신

VR(가상현실) 기술은 향후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과 맞먹는 파괴력을 발휘할 것으로 점쳐진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앞다퉈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할리우드에서는 VR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제작 중이고, 중국에서는 10여개의 VR 기기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도 VR 산업에 뛰어들며 미래를 대비하는 중이다. 과연 VR은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한국이 그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게임톡은 현대원 서강대 교수 겸 한국VR산업협회장이 8일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으로 임명되기 직전인 6월 초에 그와 인터뷰를 가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깜짝 인사 단행이었던 만큼, 인터뷰 당시에는 임명 사실을 기자와 취재원 모두 몰랐던 상황이다. 청와대 수석으로 임명되면 교수직은 물론 VR산업협회 협회장 등의 자리도 모두 내려놓게 된다.

아래는 현대원 교수가 청와대의 부름을 받기 전 마지막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그는 전 세계 VR 산업의 흐름과 한국의 현주소, 그리고 한국 콘텐츠 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거침없는 답변을 이어갔다. 민감한 질문에도 피하지 않고 분명한 소신을 밝혔다.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이 된 만큼, 이 시점에서 그의 생각을 들여다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

청와대의 신임 미래전략수석 이전 그는 한국디지털컨텐츠전문가협회 회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 위원, 미래부 디지털콘텐츠 산업포럼 의장 등을 역임한 디지털 콘텐츠 미디어 전문가다. 그가 제시한 ‘한국 미래 먹거리’인 VR에 대한 통찰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소 긴 내용이라 2회로 나눠 소개한다.

한국 VR 산업, 2년 정도 늦어…잠재력은 충분

“한국의 VR 산업은 외국보다 2년 정도 뒤처져 있다. 그러나 시작이 늦었을 뿐, 잠재력은 충분하다.”

현대원 교수의 목표는 컸다. VR산업협회는 처음부터 VR 생태계를 모두 아우르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출범했다. VR은 좁게 보면 오큘러스 등의 VR기기나 게임으로 한정 지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VR은 게임뿐만 아니라 교육, 국방, 관광, 스포츠, 전시, 엔터테인먼트 등 활용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협회에는 출범 당시부터 삼성전자, LG전자는 물론 KT, KBS, MBC, SBS 등 100여개 기업이 회원사로 가입했다. 대기업이 전면에 나선 모양새지만, 실제 회원사의 95%는 10인 이내의 작은 벤처 기업이다. 그는 협회가 중소기업과 벤처 회사들이 성장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은 정부의 지원 없이도 스스로의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을 맞춰주고, 정부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게 만드는 것이 협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VR이 중요한 이유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한국은 국가적, 산업적 돌파구가 필요한 시기”라며 “VR은 분명 미래 성장 동력의 가능성이 충분하고 비전도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한국 콘텐츠 산업의 위상에 대해서는 매우 객관적으로 바라봤다. 외화내빈(外華內貧). “한류 드라마와 K-POP 등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회사들은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콘텐츠 산업을 지탱해주던 게임도 성장이 지체되는 상황이다. VR 관련 업체들 역시 대부분 중소 벤처들이다. 현직 교수인 그가 직접 산업계의 협회장을 맡게 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있다.

그는 “사실 협회장을 맡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도 “VR이 가진 많은 가능성과 비전을 산업 주체들에게 알리고, 그것을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VR, 초기엔 하드웨어가 선도...중요한 건 콘텐츠

VR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계적인 하드웨어 제조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콘텐츠가 없다면 기기를 구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원 교수는 “VR은 하드웨어가 견인하는 시장은 맞지만, 하드웨어가 주역인 시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HD 시장이라고 할 때 HD 모니터만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러나 초기 시장은 가전회사들이 끌고 갔다”며 “VR도 지금은 초창기라 하드웨어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1~2년 정도 지나면 콘텐츠가 시장을 끌고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VR 하드웨어 기기 보급이 가장 활발한 시장은 중국이다. 이제는 중국의 큰 극장마다 VR을 체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가 설치된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만 해도 폭풍마경을 비롯해 스리글래시스(3Glasses) 등 10여개가 쏟아져 나왔다.

그는 “중국은 VR 하드웨어가 대중들과 만나는 접점은 있으나, 아쉬운 것이 콘텐츠”라며 “벌써부터 중국 자본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이 가진 콘텐츠 제작 능력은 중국 업체들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시기일수록 한국 업체들이 현명하게 판단해 양국이 함께 성장하는 길로 나가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현 교수에 따르면 VR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기술력은 미국 등에 비하면 2년 정도 뒤처져 있고, 시장규모와 하드웨어에서도 중국에 밀린다. VR 시장은 처음부터 글로벌 경쟁으로 맞붙어야 한다. 어려운 상황은 맞다.

하지만 그는 “한국은 게임,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분야가 강점인데 이러한 분야는 다른나라가 따라오려 해도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며 “콘텐츠 개발 능력이 있기에 VR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희망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기업 중 VR에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기업을 묻자 KT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른 대기업들도 맏형인 입장에서 조금 더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짐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