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현대원 전 VR산업협회장 인터뷰…VR은 VR로 끝나지 않는다

인터뷰 ①에서 계속

[인터뷰②] 현대원 전 VR산업협회장 인터뷰…VR은 VR로 끝나지 않는다

VR은 새로운 기술이기에 용어와 관련된 논쟁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VR과 360도 영상의 구분이다. 360도 영상으로 찍은 것이라면 모두 VR에 포함시켜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실제 유튜브 등에는 수많은 360도 영상이 VR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와 있다. 이러한 것들도 VR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붙곤 한다.

VR과 360도 영상, 그리고 VR 영화의 미래

이 논쟁에 대해 현대원 교수는 “버추얼(Virtual)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인데, 사실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넓게 보면 360도 영상도 VR에 속하지만, 좁게 보면 둘의 개념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360도 영상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시야를 확장시켜 주는 것이다. 이 역시 버추얼이라 할 수 있고, 향후 VR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 전망했다. 생산성과 접근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360도 영상을 VR의 본류라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추구하는 VR의 본류란 완벽한 몰입감과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을 말한다”며 “학자이자 판단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둘은 분명 다르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VR 기술의 방향은 AI(인공지능)와 클라우드가 결합돼 진정한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훗날 360도 영상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그때는 상황이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VR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거대 영화사들이 VR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고, VR 전용 영화관이 대중화되는 것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기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 시리즈를 연출한 에릭 다넬 감독은 “VR 영화 제작이 언젠가는 표준이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현대원 교수는 “현재 미국 할리우드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매우 뛰어나다”며 “인간을 3D 모델링으로 정확하게 만들어내고, 실제 배우 옆에 세워놔도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버추얼 휴먼’으로 불리는 이러한 배우들은 향후에 VR 영화 안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된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우리는 실사 영화라고 보지만, 사실은 모두가 CG(컴퓨터 그래픽)일 수 있다”며 “VR 세계에서 소비자의 경험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VR 영화가 영화의 문법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는 견해도 내놨다. 실제 올해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VR이 기존 영화감독들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 교수도 스필버그 감독의 시각에 동의했다. 그는 “감독들이 가지고 있던 연출 권리가 관객으로 넘어가는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에는 관객들이 감독의 시각을 통해 영화를 해석했다. 하지만 VR에서는 관객이 자신들만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게 된다. 스토리에 따라 감독이 공간을 던져놓으면, 어느 쪽을 볼 것인지는 관객이 정하는 것이다. 시각이 변하면 패러다임이 달라진다. 미술도 결국 화가의 시각이다. VR로 인해 앞으로는 미학 교과서가 새롭게 쓰여질 것이다.”

VR다운 콘텐츠 아직 못봐...부작용엔 자율규제로 대응해야

VR은 현재 게임 분야에서 활발하게 개발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은 기술이 발전하는 과도기다. 그는 아직까지 진정한 VR다운 게임을 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다만 “가끔 1인 개발자들이 만든 게임이나 ‘룸즈’ 같은 게임들을 보면 많은 가능성을 본다”며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제작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VR의 장점은 다른 영상 콘텐츠와 달리 반복적인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대원 교수는 아마존 다큐멘터리를 예로 들었다. 똑같은 아마존 다큐멘터리를 3번 이상 반복해서 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VR로 만든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울하거나 심심할 때마다 아마존 정글 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VR 콘텐츠는 반복 소비가 가능하다. 원래 VR은 반복 소비를 전제로 한 콘텐츠니까. 즉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잘만 만든다면 지속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그는 “VR은 VR만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VR의 뒤에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AI가 있고, 그 기술들이 합쳐지면 소비자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끽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VR에서도 정부의 규제가 있지는 않을까. 현대원 교수는 “어지럼증이나 과몰입에 따른 부작용은 고민을 해 봐야할 문제”라며 “인터넷이나 게임에서 벌어진 과몰입과 관련된 이슈들이 VR에도 재현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VR이 가져올 부작용들에 대해 업계가 선제적으로 대처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규제로 가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업계가 스스로 VR 콘텐츠로 인한 사회적 우려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VR산업협회는 올 가을 VR 엑스포를 야심차게 준비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VR 생태계 조성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가을에 열릴 VR 엑스포는 한국이 VR 핵심 국가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며 “중국 등 해외의 많은 업체들에게 한국의 콘텐츠 역량을 보여주려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현대원 교수는 “내년부터는 VR 관련 중소업체들이 실감할 수 있는 지원책들을 내놓으려 하고, 정부 정책도 그렇게 가야만 한다”며 “정부가 그런 정책을 잘 수립할 수 있도록 돕고, 집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VR산업협회장은 8일부로 공석이 됐다. 이제 그는 정부에서 미래를 위한 정책을 끌고가는 선장을 맡았다. VR 업계가 거는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협회는 신임 협회장을 물색 중이다.

◆ 현대원 대통령 비서실 미래전략수석 약력
△1964년 출생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동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석사
△미국 템플대학교 대학원 텔레커뮤니케이션정책학 박사
△정보통신부 신성장동력추진위원회 위원
△한국 영상자료원 이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위원
△미래창조과학부 디지털콘텐츠 산업포럼 의장
△KT사외이사
△한국VR산업협회 초대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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