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문화재단, 발달장애인 의사소통 돕는 무료앱 '나의 ACC' 공개

쌀밥이 담긴 밥그릇 모양의 그림을 터치하자 ‘밥’이라는 음성이 들린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화면 아래쪽에는 ‘주세요’, ‘어디 있어요?’, ‘먹었어요’ 등 밥과 관련된 그림이 자동으로 나열된다. 이 중 손바닥을 내밀고 있는 그림의 ‘주세요’를 터치하자 ‘밥 주세요’라는 문장이 음성으로 흘러나온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만으로 충분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2012년부터 추진해온 AAC(보완대체의사소통) 소프트웨어 ‘나의 AAC’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엔씨소프트재단은 24일 판교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나의 AAC’의 특징 및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나의 AAC’는 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이다.

‘나의 AAC’는 중증장애인부터 상대적으로 증상이 가벼운 사람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나의 AAC 기초’, ‘나의 AAC 아동’, ‘나의 AAC 일반’ 3가지 버전으로 구성된다. ‘기초’ 버전은 “좋아요”, “싫어요”와 같은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지원하며, ‘아동’ 버전은 300여 개의 상징을 조합해 문장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반’ 버전은 950여 개의 상징과 메시지 예측 기능까지 제공한다.

‘나의 AAC’ 시리즈는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모두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으며, 애플 앱스토어에는 11월 중으로 등록될 예정이다.

엔씨, 알아주는 사람 없어도 ACC 지원활동 계속할 것

이재성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전무는 “의사소통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며 “편의점에 가고 싶어요, 물을 주세요 등의 기본적인 이야기조차 못하는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AAC 관련 CSR(사회공헌)활동은 엔씨소프트문화재단과 같은 비영리공익재단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나 대기업들도 AAC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우선순위를 따졌을 때 다른 CSR에 밀린다는 설명이다. AAC를 필요로 하는 발달장애인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의하면 2014년 기준 대한민국 발달장애인 수는 20만3879명으로, 전체 장애인의 8.2%를 차지했다.

이 전무는 “정부나 대기업들의 여력이 닿지 않는 일에 뛰어드는 것이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의 임무”라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내년에도 하고, 내후년에도 계속 할 것이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다른 비영리공익재단들도 동참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날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황보정희 성남시립 한마음어린이집 원장이 참석하여 ‘나의 AAC’의 효용성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황보 원장은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너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발달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만큼이나 스마트폰에 친숙하다”며 “어느 정도 인지능력이 있는 경우 인터넷검색이나 게임 같은 것은 아주 잘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AAC는 사인을 보낸다거나 카드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지만, 앞으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AAC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이라고 본다”며 “나의 AAC의 경우 난이도가 단계별로 구분되어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나의 AAC' 개발에 맞춰 AAC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하는 AAC 종합정보사이트(www.myaac.co.kr)를 개설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또한 AAC를 필요로 하는 현장, 학계, 지방자치단체, 정부 등과 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대 및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한편 ‘나의 AAC’ 시리즈는 국제보조공학장애인컨퍼런스(International Technology and Persons with Disabilities Conference)의 사전 심사를 최근 통과해, 내년 3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국제 컨퍼런스에서도 정식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이 전무는 “전세계에 AAC 소프트웨어 개발 노하우를 공유하고, 한국어 이외의 다른 언어권에서도 관련 활동이 활성화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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