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54. 하상석 ‘마케팅보다 게임성, 북미 시장’

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54. 하상석 ‘마케팅보다 게임성, 북미 시장’

최근 한국 인디 게임 개발 열풍이 거세다. 긍정적 측면에서 보자면 인디 게임 자체에 관심이 증가한 것과 어느 정도 성과를 낸 인디 게임들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고, 부정적 측면에서 보자면 게임업계가 힘들어져 취업이 힘들어지자 창업이나 인디 개발팀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디의 길을 걷기 시작한 개발자의 미래는 찬란할까?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꽤나 험난한 여정이 기다린다. 물론 성공한 개발자들도 있다. 하지만 성공 확률은 높은 편이 아니다. 성공한다 하더라도 메이저 게임들의 매출과 비교했을 때 그리 큰 성공이라 부르긴 힘들다. 지금도 수많은 인디 개발자들은 통장의 잔고를 계산해가며 힘든 생존 경쟁을 하고 있다.

너무 광범위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복잡해지니 지금부턴 대부분의 인디 개발자들이 주 목표로 삼고 있는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써 보겠다.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작은 편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매출액으로만 따지자면 해외 유명 개발사들도 침을 흘리는 손에 꼽히는 큰 시장이다. 그런데 왜 한국의 인디 개발자들은 배가 고플까? 그 이유는 한국 게임 시장은 크지만 한국의 인디 게임 시장은 크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미 매출 20위까지 3D 게임 5개 미만
한국 모바일 시장이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카카오게임이 큰 역할을 했다. SNS라는 특징을 살려 게이머가 아닌 모바일 유저가 게임을 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 유저들을 아주 오래 잡아 두진 못했다. 다만 유저수가 늘어남에 따라 대기업들이 한국 모바일 시장에 전력으로 뛰어들게 만들었다. 대기업들은 뛰어난(또는 독한) 과금 체계를 구성하여 헤비 유저로부터 말도 안되게 큰 금액을 과금하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한국은 손에 꼽히는 규모의 시장이 되었다.

하지만 라이트 유저들은 인디 게임에 관심이 없고 헤비유저 역시 인디 게임에 큰 과금을 하지 않는다. 결국 한국에서 인디 게임이 가질 수 있는 성공의 규모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인구가 적은 한국에 인디 게임을 좋아하는 소수의 마니아를 겨냥한 틈새 시장에서의 성공은 규모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작은 시장에서 어떻게든 상위권까지 올라가서 크지 않은 성공을 계속 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경쟁에 승리한 소수만이 살아남을 뿐이지 실패한 대부분의 인디는 생존이 힘들어질 것이다.

최상위권만 살아남을 수 있는 한국의 인디 시장 규모에 비해 인디 개발자들이 너무 많아진 상태인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한국 인디 시장 규모가 작다면 인디 시장 규모가 큰 해외로 눈을 돌리면 된다(물론 한국 메이저 시장을 노리고 게임을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이미 경쟁이 너무 심하고 대기업을 상대로 소규모의 인디 팀이 맞서기엔 어려움이 너무 많다).

누구나 생각하기 쉬운 답이지만 실제 해외를 타겟으로 개발하는 인디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왜일까? 몇가지 문제가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그 문제들 중심에 있는 것이 언어다. 게임의 로컬라이징부터 쉽지가 않고 개발이 완료됐다고 하더라도 외국어로 홍보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게다가 해외 유저들이 어떤 게임을 좋아할지도 모르며 해외에서 온 메일 한통 답장 하는 것도 규모 적은 인디팀에게는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일들을 감수하고라도 해외를 노려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 이 칼럼을 쓴다. 인디에게 글로벌 시장만큼 잘 맞는 시장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제부터가 이 글의 본론이다. 인디가 글로벌 게임 시장(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북미시장 중심)을 노려야만 하는 이유를 적어 보겠다.

첫째. 글로벌 인디 시장은 규모가 크다.
한국에서 성공한 인디 게임들은 많아도 1억 전후의 수익을 얻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인디는 100억 이상의 매출을 낸 게임도 상당히 많다.

둘째, 한국은 하이 스펙의 게임을 선호하지만 글로벌, 특히 가장 큰 규모인 북미 시장의 경우 대부분의 개발자나 게이머들의 생각과는 달리 적은 인원이 개발 가능한 2D 게임이 훨씬 많다. 작은 인디가 개발한 게임이 상위권까지 올라가기 쉬운 시장이란 이야기다.

셋째, 글로벌 시장은 한국 시장에 비해 유료 마케팅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 돈을 써도 생각만큼의 효과를 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한국에서는 엄청나게 마케팅을 하는 대기업의 게임과 경쟁이 쉽지 않지만 비교적 마케팅 효과가 작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게임성으로 평가 받기 쉽다. 효과가 적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업체도 적은 편이다.

넷째, 글로벌 상위권까지 올라갈 경우 별다른 관리 없이도 지속적인 매출이 발생한다. 한국의 경우 유저층이 적다보니 상위권에 올라가더라도 오랫동안 버티기 힘들지만 북미의 경우 별다른 마케팅 없이 상위권에 올라갈 경우 순위가 잘 내려오지 않는다. 지속적인 매출관리를 위한 라이브 팀이 따로 없는 인디에게 이런 환경은 후속작이나 다음 게임을 만들기 좋은 환경이다.
직접 서비스 했던 두개의 게임 중 2010년 상위권까지 갔던 인펙트 뎀 올과 2013년 중위권까지 갔던 바코드 킹덤을 기준으로 비교해보자면

인펙트 뎀 올
북미 전체 유료 18위/RPG1위 / 1년이 지난시점 RPG 50위 수준으로 하락
출시 첫주 일 다운로드 4000~5000건 출시 1년차 다운로드 일 250~500건

바코드 킹 덤
북미 전체 유료 250위/RPG6위 / 1년이 지난시점 RPG 500위 수준으로 하락
출시 첫주 일 다운로드 1000~1500건 출시 1년차 다운로드 일 10~30건

정도를 기록했다.

상위권에 갔던 인펙트 뎀올은 첫달 매출 1억 2000만을 넘기고 2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월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했다 그에 반해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적당한 순위에 머물렀던 바코드 킹덤은 월 매출 50만원 이하가 되는데 6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 인펙트 뎀올의 경우 인앱 매출도 없던 시기였기 때문에 현재 저 정도의 순위를 기록한다면 수익은 2~4배 정도 많이 나올거라 예상된다.

적당한 순위에 위치해서 해외시장도 크지 않다고 느꼈던 개발자라면 상위권에 갈수록 시장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거라 확신한다.

인펙트 뎀올과 바코드 킹덤의 출시 1년간 북미 순위 그래프
다섯째, 다양한 장르, 새로운 시도 등에 관대한 시장이다. 인디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색을 드러낸 많은 게임들이 많은 실적을 내고 있는 시장이다. 물론 한국 역시 신선한 게임이 성공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런 성공 숫자와 규모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여섯째, 한국 시장에서는 순위에 따른 매출이 급락하는 편이지만 북미 시장의 경우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쉽게 말하자면 한국에선 상위권이 아니면 이익이 나기 힘들지만 북미 시장의 경우 중상위권만 하더라도 이익이 꽤 된다는 이야기다. 한국에서 유료 전체 1위를 한 바코드 킹덤의 경우 일 다운로드가 700건 정도였고 북미 유료 전체 350등 정도를 기록했던 ‘쿵푸점푸’가 일 다운로드 500건 정도로 순위에 비해 다운로드 차는 얼마 되지 않았다. 물론 6개월 정도의 시기적 불일치가 있긴 하지만 국가별 매출 차이를 가늠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이 정도가 필자가 느끼고 경험한 해외 시장이다.

2010년 초 오픈마켓 초창기 시절, 한국 시장이 커지기 전에 많은 개발자들이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쓴 고배를 마시던 그 시장에서 당당히 성공하는 많은 인디 개발자들이 있었다.

최근 한국 시장 포화로 다들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중이다. 글로벌 시장이라면 오히려 조금은 작아 보이는 인디 게임대기업의 블록 버스터급 게임을 누르고 충분히 정상을 노려볼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의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여. 한국 시장에서 서로 경쟁만 할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보지 않겠나?

한경닷컴 게임톡 하상석 객원기자 deadatom@empas.com

■ 하상석은?
온라인 게임으로 창업하여 서비스 중 2009년 사기로 인해 회사가 힘들어진 것을 계기로 스마트폰 개발사로 전환했다. 인펙트 뎀올 시리즈, 핑거샷RPG 독특한 아이디어로 중심으로 한 다양한 게임들을 만들어 수많은 히트작을 배출했다. 한국보단 북미 시장에서 더 유명하다.

'행복한 개발자가 좋은 게임을 만든다'는 모토 아래 적은 근무시간, 파격적 인센티브 제도, 회사내 인디유닛형 개발방식 등을 도입하여 적은 인원에도 불구 많은 개발작을 내고 있는 매직큐브의 메인 기획자 겸 CEO를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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