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50. 임현호 ‘We Create Worlds’

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50. 임현호 ‘We Create Worlds’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미국의 유명 게임개발사였던 오리진시스템즈(Origin Systems)의 모토는 “We Create Worlds. - 우리가 세상을 만든다”였다. 오리진시스템즈는 자신들의 슬로건에 걸맞은 게임들을 만들어냈는데, ‘울티마(Ultima)’ 시리즈와 ‘울티마온라인(Ultima Online)’ 뿐만 아니라, ‘윙코맨더(Wing Commander)’ 시리즈 등을 선보이며 자신들의 모토를 스스로 증명해내곤 했다.
 
오리진시스템즈의 1994년 로고-We create worlds.
게임 제작자가 게임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만의 세계”라고 하면 거대한 대륙에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적인 자연환경 그리고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마법과 초현실이 존재하는 가상세계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러한 거창한 형태의 세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게임 제작자가 표현하고 싶은 세계는 ‘테트리스’ 같은 단순해 보이는 퍼즐게임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나의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정말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세계는 어떠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졌나? 이 게임이 하나의 라이프사이클로 순환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세계의 구성요소가 필요한가? 이 세계는 궁극적으로 게이머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들에 대해 게임제작자는 게임을 완성할 때까지 자기 스스로 계속 질문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이는 게임의 단순-복잡함의 문제와 관계없이 모든 게임들을 제작할 때 필연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다.
 
시계를 만드는 것도 게임 제작과 비슷하다.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동작하지 않는다.
 
이러한 자기 질문과 답변을 통하여 게임이 나오는 과정은 분명히 고통스러운 부분도 존재한다-무엇보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은 분명 지루하고 그 답이 정답이라는 확신도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난관이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을 찾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낸 결과들이 게이머들의 마음속에 지금까지 ‘명작’으로 남은 게임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디오게임 제작이 산업화되고 고도화되면서 산업에 필요한 것은 명작보다는 베스트셀러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 때문에 게임제작 일선에서는 “세계를 만든다”라는 명제는 예전에 비해서는 그 중요성이 현저하게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정량적 계측이 더 중요해진 요즘의 게임제작 패러다임과, 이로 인해 획일화되고 경직된 게임제작 환경에 대한 게임제작자들의 반발은 이러한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장인들”에 대한 동경에서 시작되는 부분도 분명있다고 생각한다.
 
각종 재무제표와 사용자 통계, 현란한 홍보문구 이전에 내가 표현하고 싶은 세계를 완벽하게 구현하여 사람들과 그 세계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창작의 고난을 거쳐 그것을 이뤄낸 사람들에 대한 동경이 사람들을 이른바 인디게임개발이라는 현장으로 하나둘 이끄는 요인들 중 하나가 아닐까?
 
한경닷컴 게임톡 임현호 객원기자 limhyunho@piedpipersent.com
 
■임현호는?
 
PC 통신 시절 게임 디자인 소모임 팀장, 소규모 게임 개발팀의 팀장, 상업 게임 개발 회사의 게임 디자이너 등을 거치면서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겠다'고 몇 번을 되뇌이다, 정신차리고 보니 현재는 인디 게임 개발팀인 파이드 파이퍼스 엔터테인먼트의 게임 디자이너.
 
현재 PC 게임인 아미 앤 스트레테지: 십자군의 게임 디자인 및, 개발 관련 각종 업무들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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