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52. 김도형 ‘온라인 인디 씨말리는 심의괴물'

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52. 김도형 ‘인디 씨말리는 게임위 심의괴물'

세계적으로 보면 인디 게임의 주축은 PC 게임이다. 해외 인디 게임 공모전 중에 가장 유명한 IGF(http://www.igf.com )나 Indiecade(http://www.indiecade.com )만 보더라도 PC가 그 중심이다. 그런데 왜 한국만 유독 모바일이 중심이 되었을까?

한국 인디 게임 개발자들은 PC로 인디 게임을 만들 실력이 안돼서일까? 아니면 모바일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 더 쉬워서일까? 둘 모두 아니다. 사실 한국에서 인디 게임의 대부분이 모바일로 나오는 그 진짜 이유는 내부적인 요인이 아닌 외부적인 요인에 있다.

그렇다면 외부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게임 심의다. 현재 한국에서 PC 게임을 만들고 유통시키려면 법적으로 등급 분류 심의를 반드시 받아야만 한다. 심의를 받기 위해서는 게임 제작업 등록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또 게임 제작업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개인 사업자 또는 법인이어야만 한다.

즉, PC 기반의 인디 게임을 만들고 판매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개인 자격으로는 만들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심의 수수료 또한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네트워크 기능이 들어간 RPG 게임을 심의한다고 해보면 그 가격은 자그마치 216만원이다. 쉽게 말해 취미로 PC 게임을 만들어서 내 블로그에 올려 사람들이 다운받게 하려고 한다면 개인사업자를 내고 216만원을 들여 심의를 받아야만 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인데 누가 쉽게 PC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게임물관리위원회- http://www.grac.or.kr

이에 비해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같은 오픈 마켓은 18금을 제외하면 자율 심의로 게임을 유통할 수 있게 되어있다. 개인 자격으로도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고 심의 없이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같은 오픈마켓에서 판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PC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진입장벽이 낮은 셈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에서의 인디 게임은 모바일이 주축이 되고 있다. 모바일 주축이 되는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런 환경이 문제라고 본다. 이런 갖은 제약 속에서 어떻게 창작열이 피어오를 수 있고, 어떻게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의 경우에는 이미 10년도 전부터 자율 심의를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해외에는 이런 제약이 없기 때문인지 개인이 게임을 만들고 올려서 서로 평가하고 토론하는 포럼도 활성화되어 있다.

인디 게임 중에 최고의 가치인 2조 6000억원에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회사 ‘모장’에서 만든 ‘마인크래프트’도 시작은 저런 포럼(TIGSourceForum)에 게임을 올리고서부터였다. 처음 버전이 올라오고 사람들이 그 게임을 해본 후 다양한 의견을 주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마인크래프트’이다. 만약에 한국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디선가 불법이라고 게임 내리라고 연락오지 않았을까?

실제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아마추어들이 RPG 쯔꾸르라는 RPG 게임을 만드는 툴로 게임을 만들고 서로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사이트가 있었는데 이런 게임들에 대해서도 심의를 요구하는 바람에 한동안 게임 공유 게시판을 폐쇄한적이 있다. (http://nioting.com/xe/notice/183142 ) 현재는 비영리 게임의 경우 심의를 면제한다는 조항이 생겨서 공유 게시판이 활성화 되어있긴 하다.

또 다른 사례로는 탐정뎐이라는 동인 게임 신고 사건이 있다.PC 게임으로 발매가 되었었는데 누군가가 신고를 하여 당시 게임등급위원회에서 단속이 들어왔고 결국 배포가 중단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많은 동인 게임 및 인디 게임팀이 개발중인 게임을 엎거나 보류하면 파장이 커진 사건이다.탐정뎐이라는 게임은 이 사건으로 인해 결국 모바일로 이식해서 나왔다.

심의로 인한 폐해는 이뿐이 아니다.심의 문제 때문에 현재 페이스북 게임은 차단되어 우리나라에서는 페이스북 게임을 할 수 없으며 스팀 게임의 경우 한국어 지원을 할 경우에는 심의를 받아야만 하기 때문에 많은 해외 개발사가 우리나라는 지역제한을 하거나 한국어 지원을 빼는 경우가 많아졌다.개발자뿐만 아니라 게이머에게 까지 피해가 간 경우다.

사실 이미 비슷한 취지의 글인 [취미로 만들어도 불법!무서운 게임심의]라는 기사가 올라간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 개인적으로 현재 한국 게임 심의는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 다시 이런 글을 쓴다. 한국 인디게임을 위한 미래를 위해 한두 번이 아니라 백번이라도 고쳐야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필자는 위대함은 제약이 아닌 자유로부터 온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빨리 제약을 걷어내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해 받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경닷컴 게임톡 김도형 객원기자 iliyard@buffstudio.com

■ 김도형은?

초등학교 4학년때 컴퓨터 게임을 처음 접한 후 게임 개발자를 꿈꾸었고 1998년에 게임 개발자가 되었다. 프로그래머로 4년을 일하다가 기획으로 전직하여 11년 정도를 일했으며 지금은 인디 개발자로 독립하여 현재는 양쪽을 다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용사는 진행중’이 있으며 특정 플랫폼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기작 ‘용사는 진행중’ 후속작을 준비 중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