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레벨파이브 제작...극장판 애니 467억,게임-만화-애니-완구 '사회현상'

지난 한 해, 한국의 아빠 엄마들은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의 유례 없는 품절사태로 '티라노 킹'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사재기 때문에 치솟은 가격으로 해외직구까지 해야 했다. 같은 시기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아빠 엄마들이 장난감 가게 앞에서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이 모든 것은 요괴 탓이었다.

올해 한국에서 '제2의 티라노 킹'이 될 것으로 보이는 '요괴워치'는 일본에서 지금까지 총 700만 장 이상의 게임 소프트가 판매되었다. 손목시계형 완구는 반다이의 상품 중 '건담' 다음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개봉 첫날 14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였다. 이는 그 전까지 1위였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기록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개봉 16일 만에 50억 엔(한화 467억1150만 원)의 흥행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한 요괴워치 극장판 '요괴워치 탄생의 비밀이다냥' 포스터

■ 2등만 하던 레벨 파이브, 드라마 같은 '요괴워치' 초대박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은 후 한국에 알려졌기 때문에 최근의 언론 보도를 보면 '요괴워치'의 성공은 치밀하게 준비된 미디어믹스 전략에 의한, 예견된 성공으로 보인다. 그러나 '요괴워치'는 이런 유명세와 달리 론칭 초반 예상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했다.

또한 '요괴워치'를 만든 게임회사 레벨 파이브의 당시 상황 역시 좋지 못했다. 기존의 인기 프랜차이즈인 '썬더 일레븐', '골판지 전사' 시리즈의 수명이 다해 가던 시기였다. 본래의 주력 부분인 게임 측면에서도 성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닌텐도 DS의 인기 게임 '레이튼 교수' 시리즈는 닌텐도3DS 버전부터 판매량이 1/3 수준으로 하락했다. 애니메이션의 명가 지브리 스튜디오와 연계하여 PS3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니노쿠니'는 기대와 달리 20만 장을 겨우 넘기는 정도에 그쳐 새로운 프랜차이즈로 자리잡는 데에 실패했다.

모바일로 출시한 후 PS4나 PS VITA 등의 모든 게임 플랫폼에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던 '원더플릭'은 많은 기대를 받으며 일본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 출시되었으나 초반에 상위권을 기록한 후 1개월여 만에 100위 권에서 이탈한 바 있다. 레벨 파이브는 이미 치열해질 대로 치열해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기존 콘솔 플랫폼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출시 당시의 공언과 달리 지금까지도 다른 플랫폼의 발매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요괴워치'의 엄청난 성공으로 레벨 파이브는 이 모든 부진을 한 번에 털어냈을 뿐만 아니라, 게임 부문을 넘어 포켓몬 컴퍼니의 자리를 위협하는 콘텐츠 부문의 강자로 우뚝 올라섰다. 기존 프랜차이즈 역시 전방위 미디어믹스를 성공시키며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 '포켓 몬스터'와 비교하기에는 부족했던 던 데에 반해, '요괴워치'는 사회현상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을 정도로 히트했기 때문이다.

'요괴워치'의 성공은 처음부터 계속 승승장구해 온 챔피언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은 매번 2등만 하던 선수가 절치부심하여 일구어 낸 승리에 가깝다. 이번 일본겜톡에서는 그 과정을 함께 되돌아보고자 한다.

■ 요괴 모티브 '포켓몬 스타일' 초기 지지부진 침통

출처 = 레벨파이브 요괴워치 공식 사이트(http://www.youkai-watch.jp/)

'요괴워치'의 첫 게임은 2013년 7월 닌텐도 3DS으로 발매되었다. 발매 전 공개된 프로모션 영상은 이미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을 만큼 높은 퀄리티를 자랑했다. 레벨 파이브가 오랜만에 내놓는 신규 프랜차이즈라 기대가 모았다. 취향을 완전히 저격당한 필자 역시 발매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구매해서 플레이를 시작했다.

전형적인 스포츠 소년만화였던 '이나즈마 일레븐'(한국명 썬더 일레븐)이나 프라모델과 함께 발매된 '골판지 전기'(한국명 골판지 전사)보다 더 낮은 연령대의 유아층까지 공략할 수 있는 '요괴'를 모티브로 삼았다. 요괴워치를 사용하여 마을 곳곳에 숨어있는 요괴를 찾아내고 요괴와 친구가 되어 함께 싸운다는 컨셉은 '포켓 몬스터'의 요괴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요괴의 능력에 따라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했다.

기본적인 게임의 만듦새는 레벨 파이브의 노하우가 제대로 나타나 있다. 전투에서는 요괴들이 애니메이션과 같은 연출의 필살기를 보여주고, 퀘스트 수행의 가이드가 잘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다. 기존 게임들처럼 시나리오를 이어가는 메인 퀘스트 외에도 다양한 서브 퀘스트가 준비되어 있어 플레이의 밀도가 높으며, 친구와 협력하여 패스워드를 완성하는 등 닌텐도 3DS의 통신 기능을 이용한 참신한 콘텐츠도 마련되어 있다. 이 많은 콘텐츠들은 콘텐츠는 스토리의 진행에 따라 적절한 타이밍에 하나씩 개방된다.

요괴 6마리를 상황에 따라 교체해가며 싸우는 전투 시스템

그러나 레벨 파이브가 공을 들인 신규 프랜차이즈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RPG로서의 재미는 부족했다. '포켓몬스터'가 어렸을 때 즐겼던 게임을 넘어 성인층에게도 어필하고 있는 것은 오랜 기간 다듬어 온 턴제 전투 시스템의 깊이와 진화로 대표되는 포켓몬 성장의 재미 때문이다. 그러나 요괴워치의 전투 시스템은 거의 자동에 가까우며, 필살기 사용 시의 조작 기믹 때문에 그저 바쁘게 터치하거나 긋다 보면 이내 전투가 끝나버리곤 했다. '이나즈마 일레븐'의 독창적인 전투 시스템과 동료 스카우트 시스템을 생각했던 필자는 너무 아이들용으로만 만들어졌다는 감상이었다.

이런 필자의 우려대로, '요괴워치'는 발매 초기 대규모의 프로모션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첫 주 5만장밖에 팔리지 않았다. 3주째가 되어서야 10만장의 판매고를 달성했다. 초반 몇 주의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콘솔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이는 굉장히 큰 적신호로, 2개월이 되어서도 20만장을 달성하지 못하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이후에도 주당 1만장의 판매를 꾸준히 유지했다는 점이다. '마리오 카트'시리즈처럼 게임기를 구입하면서 함께 구입하는 정도의 게임이 아니면 아무리 인기있는 게임이라도 싱글플레이 게임인 이상 일정 기간이 지나면 판매가 사실상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요괴워치는 이례적으로 꾸준히 팔려나갔고, 중고 가격도 거의 떨어지지 않아서 '이 게임은 할 만하다.'라는 인상을 계속 주었다.

■ 발매 반년 지나 시트콤 형식 애니물로...어른들도 할리우드 영화 '패러디' 환호

게임이 발매된 후 거의 반 년이 지난 2014년 1월 8일, 애니메이션의 방영이 시작되었다. 게임이 꾸준히 판매되긴 했지만 30만장을 넘기지 못한 상태였다. 게임이 폭발적으로 히트한 것이 아니기에 애니메이션 방영은 그저 정해진 수순으로 생각되었고, 기존 작품들만큼의 인기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이미 발매된 게임의 흐름을 생각할 때 애니메이션 역시 요괴를 얻고 전투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모험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첫 화에서 주인공 민호가 요괴 집사 '위스퍼'를 만나는 장면에서 게임에서 사용된 애니메이션 작화가 그대로 사용되어 그 생각을 더욱 굳혀주었다. 주인공 요괴 '지바냥'을 만나는 에피소드와 '나불할멈'과 전투하는 것 모두 게임 그대로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야기의 흐름은 시트콤과 같은 형태로 변모한다. 요괴워치를 사용하여 요괴와 친구가 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요괴를 소환하는 기본 바탕은 동일하지만, 매 화마다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보여주면서 새로 등장하는 요괴가 그 열쇠가 되며, 요괴의 능력을 살린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보여준 후 친구가 되며 끝난다.

게임의 스토리가 애니메이션 풍이긴 하지만 모험과 사건 해결이 이야기의 중심인 것과 달리 애니메이션은 거의 완벽한 개그물로, 이야기의 큰 맥락을 알지 못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또한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관계없는 서브 에피소드가 함께 진행되는데, 이 에피소드들이 본편 이상의 재미를 주기 시작한다. 메인 에피소드에서는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었던 요괴 '인면견'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 뒤(개이기에 어쩔 수 없는)노상방뇨로 감옥에 갇히면서 이야기로 끝나지만, 그 다음 화에서 인면견만의 독자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또한 주인공들과 만난 적도 없는 시골요괴 '백멍이'의 상경기와 회사 생활은 본편보다 더 기다려질 정도로 재미있다. 초반에 그저 웃음만 주던 이야기들이 점점 우리 삶에 와닿아 있는 것들로 바뀌면서, 아이들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게 된 부모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의 진짜 백미는 바로 패러디. 우선 '지바냥'의 사이보그 요괴인 '로봇냥'이 미래에서 날아오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등장 장면이 영락없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그것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인면견'의 독자 에피소드에서 탈출을 시도하는데, 주변 인물이나 이야기의 흐름이 20년 전의 명화 '쇼생크 탈출'이다. 결국에는 탈출에 실패하는 인면견은 다음 에피소드에서 아예 팀을 짜서 탈출을 시도하는데, 이번엔 서브 타이틀부터 대놓고 1963년의 할리우드 영화 '대탈주'를 사용한다. 원작의 흐름대로 가다가 결국 탈출에 실패하는 개그성 결말도 잊지 않는다.

인면견 에피소드 2 '대탈주'는 이 영화의 패러디다
이외에도 유명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패러디가 곳곳에 숨어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기동전사 건담'의 대사 '아버지에게도 맞은 적 없는데!'가 등장하기도 하고, 지바냥이 '북두의 권'의 주인공 '켄시로'의 모습을 하고 필살기를 시전한 뒤 '넌 이미 죽어있다''를 날려주기도 한다. 애초에 지바냥의 필살기 '육구백렬권'이 '북두백렬권'의 패러디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예능 프로의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친숙한 대사들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매우 크다.

단순한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넘어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는 매력을 가진 '요괴워치' 애니메이션은 급속도로 인지도를 높혀갔고, 엔딩곡 '요괴 체조'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 인기는 곧 완구 판매로 이어지게 된다.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얻을 즈음 판매가 시작된 엔딩곡 앨범

■  요괴메달 히트 품절로 '1인 1개 제한',  '요괴워치 현상' 방아쇠

애니메이션의 방영 개시와 함께 반다이에서는 완구 'DX 요괴워치'의 판매를 시작했다. 손목시계형 완구는 '파워레인저' 시리즈에서 종종 쓰였고 칩을 교체하는 형태는 '록맨 에그제'등의 애니메이션에서도 활용된 바 있으나, 아무래도 로봇이나 무기 등의 장난감에 비해서는 활용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요괴워치'는 조금 다른 방식의 판매형태를 선보였다. 그것은 바로 '요괴 메달'이다.

요괴워치에 메달을 넣어 소환하는 원작의 컨셉에 맞게 3200엔(한화 약 3만원)의 손목시계 완구를 구입하면 2개의 메달이 제공된다. 손목시계에 메달을 넣으면 해당 요괴의 음성이 재생되는 간단한 기능이지만 새로운 요괴를 소환하려면 내용물이 랜덤하게 들어 있는 메달 팩을 구입해야 하므로, 요괴 메달은 장난감인 동시에 수집욕을 자극하는 '트레이딩 카드'와 같은 비즈니스 형태를 띠게 된다. 요괴워치 장난감에서도 수익이 발생하지만 진짜 수익은 요괴 메달의 판매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2개의 메달이 들어있는 메달 팩은 1팩에 190엔(한화 약 2000원)의 가격에 판매되며, 장으로 구분된 시리즈마다 노멀 메달 20종, 키 메달 8종, 스페셜 메달 2종이 구비되어 있다. 시리즈가 더해질수록 시크릿 메달 등의 더욱 희귀한 메달이 추가되며, 이렇게 모은 메달을 별도로 판매하는 '요괴 대사전'에 수집하며 놀 수 있다. 물론 원작에서도 주인공이 매일 1 ~ 2종의 메달을 사전에 끼워넣기 때문에 대사전의 구매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절정에 다다른 애니메이션의 인기와 함께 90년대 반다이의 대히트 상품 '다마고치'와 비견될 정도로 완구의 붐이 거세게 일자, 곳곳에서 품절 사태가 일어나 입고가 된 매장마다 구매 행렬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수요가 폭증하고 공급이 부족하니 자연스럽게 거래 사이트에서 고가의 판매품이 올라오기 시작해서 한때 본래 가격의 3배를 넘는 1만엔에 거래되기도 했다. '요괴워치 현상'의 시작이었다.

필자가 일본을 찾은 2014년 12월 시점에서는 품귀현상은 잦아든 상태로, 'DX 요괴워치' 역시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1명 당 1개씩으로 제한적인 판매를 실시하고 있었다.

▲ 1명 당 1개씩만 구매가 가능하다는 완구점 안내문구

아날로그 식으로 메달을 대사전에 보관하는 것 외에도 메달 뒷면의 QR코드를 통해 게임과 연동하거나 웹사이트 및 스마트폰 앱에 수집한 메달을 등록하는 것도 가능하다. 역으로 게임이나 참여형 이벤트 등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한정 메달이 발매되기도 하는데, 이후 메달을 얻기 위해서 게임을 사는 구매 패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요괴 메달이 거의 다 발매되어 요괴워치 완구에 미리 내장된 음성 데이터가 소진될 즈음 후속 완구 '요괴워치 영식'과 그에 해당하는 신규 요괴메달들이 발매되고, 그 요괴들이 등장하는 속편 게임 '요괴 워치 2'가 발표되었다. 두 상품이 발매될 즈음 애니메이션에서도 주인공 케이타(한국명 민호) '요괴워치 영식'을 장착한다. 신제품의 발매 전 상점 앞에 늘어선 부모들의 행렬이 보도되며 미디어에서 '요괴워치의 사회현상'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오는 4월 작중의 여성 캐릭터인 '세라' 전용 워치가 발매 예정에 있다. 지난 1월에는 극중 위스퍼가 요괴의 정보를 찾아주는 '요괴 패드'까지 발매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발매된 모든 요괴메달에 연동되며, 요괴 메달을 연동시키면 패드 내에 내장된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기기다. 같은 메달로 또다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기가 생긴 셈이다. 이 역시 작중에서 '위스퍼'가 항상 사용하는 친숙한 아이템이기 때문에 어린이 시청자들의 필수 아이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요괴워치 관련 상품들. 그러나 주 수익원은 요괴 워치와 메달이다.

■ 애니메이션 방영 이후 역대급 게임차트 역주행과 속편 빅히트

앞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요괴 워치'게임 1편은 애니메이션 방영 이후로 폭발적으로 판매가 늘어 주당 판매량이 첫 주 판매량을 뛰어넘으며 결국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 최종적으로는 132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는 레벨 파이브의 일본 내수버전 게임 중 3번째 밀리언셀러이자, 그때까지의 레벨 파이브 게임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이기도 했다. 콘솔 게임 비즈니스에서 게임이 발매된지 6개월이 지난 뒤부터 급격하게 판매된 예는 없었다.

'요괴워치' 발매 시 함께 출시했던 스마트폰용 홍보 앱 '요괴 체조' 또한 본편의 인기에 힘입어 다운로드 수가 증가했다. 앱 자체는 3매치 퍼즐 게임으로 별다른 특징이 없었지만, 앱 내에 TV판 엔딩으로 사용된 '요괴 체조'의 재생 기능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뽀통령'이나 '핑크퐁'이 그렇듯, 이 앱도 한번 재생하면 5분 간 아이들을 그 자리에 정지시켜 놓는 놀라운 효과를 가지고 있다.

앱애니(App Annie)의 데이터를 보면 1300위 가량으로 떨어졌던 다운로드 순위가 애니메이션 방영과 함께 증가하여 6개월 이상 게임 카테고리 50위 이내를 유지했다. 이 정도면 역대급 차트 역주행이다.

게임과 함께 차트 역주행을 기록한 요괴체조 앱.
1편의 역주행이 완료될 즈음 '요괴워치2'가 발매되었다. 도입부에서 요괴 워치와 기억을 동시에 잃었다는 설정으로 요괴워치를 다시 얻고 동료를 만나면서 기억을 되찾는 줄거리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새로이 요괴워치를 시작한 유저를 위해서인지 1편에서 했던 것들을 거의 그대로 반복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1편과 거의 동일한 게임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그러나 1편과 달리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을 수록했고, 중요한 대사 등은 애니메이션처럼 음성이 재생되어 진정한 미디어믹스의 시작을 보여준다. 콘텐츠의 볼륨 역시 매우 방대해져 1편은 맛보기로 내놓은 체험판이었고, 이제서야 완성된 게임을 내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요괴워치'의 수석 프로듀서이기도 한 레벨 파이브의 히노 아키히로 대표 역시 '어린이용 오픈월드 RPG'가 목표였으나 1편은 조금 부족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요괴워치2'는 '원조' 버전과 '본가' 버전으로 나뉘어 발매되었다. 등장 몬스터를 약간씩 달리하여 2가지 버전을 내고, 각 버전 연동으로 추가 몬스터를 얻는 것은 휴대용 게임기 비즈니스에서는 거의 일반화된 모델이지만, 게임 안에 한정 요괴메달을 포함시킴으로서 그 효과를 극대화했다.

출처 = 레벨파이브 공식 사이트(http://www.youkai-watch.jp/

반년 간 고전했던 1편과 달리 '요괴워치2'는 무서운 기세로 판매되었고, 겨우 4일 만에 전작의 판매량을 뛰어넘은 뒤 6개월 간 310만장이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달성했다. 이는 동일한 닌텐도 3DS 플랫폼에서 430만장을 판매한 포켓몬스터 X/Y'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같은 해 발매되어 실질적인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 '포켓몬스터 오메가 루비/알파 사파이어'의 270만장을 압도하는 수치이다.

뿐만 아니라 불과 4개월 뒤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개봉에 맞춰 극장판의 내용에 해당하는 추가 퀘스트와 신규 요괴가 추가된 '진타'버전을 내놓아 2개월 만에 268만장의 판매고를 달성했다. 반 년의 기간동안 일본에서만 578만 장을 팔아치운 것이다. '요괴워치 현상'은 현재 진행형으로, 지금도 매주 '진타'버전은 1만장, '원조/본가' 버전은 2000~3000장 단위로 판매되고 있다.

극장 개봉 일주일 전에 맞추어 발매된 '진타' 버전의 홍보물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완구의 판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요괴 워치'는 단순한 성공을 넘어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되었다. 기존에는 반다이가 애니메이션의 스폰서를 하면서 완구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일방적인 흐름이었다면, '요괴워치'는 레벨 파이브와의 합작에 의해 연결된 모든 컨텐츠가 서로의 판매를 촉진하는 흐름이 되었다.

■게임-만화-애니-완구 '사회현상'...한국도 이미 열풍 시작!

한국에서는 2014년 10월 28일부터 투니버스에서 시즌 1 방영을 시작하여 최고 시청률 1.43%로 케이블 채널 중 시청률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2월 말부터 방영된 시즌 2 역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IPTV의 VOD 메뉴에서도 '명탐정 코난'이나 '짱구' 등이 보이는 인기 코너 항목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마트를 중심으로 메달뽑기, 요괴체조 배우기 등의 행사 역시 활발해서, 한국에서도 급격히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다만 게임의 정식발매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한국판의 인기는 원작 콘텐츠가 좋았던 것도 있지만, 최고의 로컬라이징이 바탕이 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우선 요괴라는 설정부터가 왜색이 짙은 편이고, 몬스터 이름들 역시 겉모습과 능력을 일본어 특유의 조어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라, 그 재미를 한국에 전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원작의 히키코우모리를 틀어박쥐로 번역하는 등 모든 요괴의 이름에 원작의 뉘앙스가 잘 살아있고, 인면견의 "미안하다!!!!!!" 같은 대사는 원작을 뛰어넘은 초월번역이라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을 것 같다. 성우들의 연기 역시 탁월한데, 특히 '백멍이'의 사투리 연기는 가히 일품이다.

이런 인기 때문인지 요괴워치는 '차기 다이노킹'의 위치를 점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그 이상의 품귀 현상이 시작되고 있다. 공식 판매처의 반다이몰의 관련 상품은 품절된 지 오래이고, 각종 온라인 마켓에서 'DX 요괴워치'는 정가의 2배 이상, '요괴 대사전 동봉 세트'는 본래 가격의 3배로 판매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정가와 유사하게 올라오는 최저가는 모두 일본판의 해외직구 업체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요괴워치 현상'은 시작되었다.

해외직구가 가능하긴 음성이 일본어인 점에 유의해야 한다.출처 = 반다이몰(http://www.bandaimall.co.kr/)

'포켓몬스터'의 위치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요괴워치' 이지만 아직 이 수치들은 일본에 한정된 것이다. 요괴라는 소재가 일본적이기도 하지만 재미를 느끼려면 일본 특유의 '네타'(개그 소재를 뜻함)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멋진 로컬라이징으로 성공 사례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대만이나 홍콩 등 일본 문화에 익숙한 국가 역시 비슷한 흐름이 될 수는 있겠지만, 과연 서양권까지 그 인기가 이어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일본 RPG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파이널 판타지'시리즈가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는 데에 비해 일본에서는 '파이널 판타지'보다 판매량에서 앞서고 20여년 전 '사회현상'을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는 인지도가 매우 낮은 '드래곤 퀘스트'라는 게임이 있다. 게임성도 훌륭하지만 일본 대중문화에 등장할 법한 일본어를 살린 '찰진 대사'가 핵심 재미이기 때문에, 세계관은 판타지이지만 일본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요괴워치' 역시 이와 같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2014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요괴워치'는 2015년 연말 2번째 극장판의 상영을 이미 확정했다. 히노 아키히로 레벨 파이브 대표와 반다이 측 모두 요괴워치를 장수하는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 나올 시리즈는 레벨 파이브의 모든 내공을 실어 '포켓몬스터'에 필적하는 대작으로 나올 것이 분명하다.

올 한해 주머니 속의 몬스터들과 시계 속의 요괴들이 어린이들의 동심을 두고 싸우는 동안 부모들의 지갑은 쉴새없이 털릴 전망이다.

한경닷컴 게임톡 김창선 객원기자 william.kimcs@gmail.com

■ 김창선은?
‘스파이크 걸즈’의 게임 기획자로 게임업계에 입문했고, ‘다이스 어드벤처’의 디렉터를 담당했다. 모본, 엔씨소프트와 일본계 게임사를 거쳐 현재는 알트플러스(AltPlus) 코리아에서 디렉터로 근무 중이다.

일본 게임의 안팎에 정통하고, 특히 발빠르게 일본 게임 시장의 트렌드와 핫 이슈를 콕 집어주는 내공으로 주목을 받았다. 게임톡은 2주 또는 월1회 그의 ‘일본 게임 읽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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