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시리즈-푸른 삼국지-슬링샷 등 4분기 1500억 원 매출 ‘히트제조기’

한경닷컴 게임톡이 양띠해를 맞아 [김창선 일본겜톡] 코너를 마련했다. 콘솔, 온라인게임, 모바일 게임 등 일본 게임 이야기를 들려줄 칼럼리스트는 김창선씨다. 2주 또는 월 1회 김창선씨의 내공 깊은 칼럼을 통해 ‘일본 게임 읽기’를 권한다. 세번째는 ‘일본 모바일 게임의 기린아, 코로프라의 게임들’이다. [편집자 주]

필자가 일본 모바일 게임의 리서치를 시작하고 나서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상당한 히트작을 내는 회사들을 몇 곳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드래곤퀘스트 몬스터즈 수퍼라이트’의 사이게임즈(Cygames), ‘러브라이브! 스쿨아이돌 페스티벌’의 케이랩(KLab), ‘전국염무 -KIZNA-’의 섬잽, ‘퀴즈 RPG 마법사와 검은고양이 위즈’의 코로프라 등이었다.

이중 필자의 이목을 가장 크게 끈 것은 코로프라다. 다른 회사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세가의 ‘삼국지대전’을 모바일 환경에 맞게 재구성한 ‘푸른 삼국지’를 개발한 회사였기 때문이다. 이후 필자는 코로프라의 게임들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며 플레이해 오고 있다.

코로프라는 케이랩에서 근무하던 바바 나루아츠(馬場功淳)씨가 2003년부터 개인 사이트에서 서비스한 위치기반 게임 ‘콜로니적인 생활’이 많은 인기를 모아 5년간 운영하다가 직접 설립한 회사다. 다소 특이한 사명은 ‘콜로니적인 생활’의 ‘콜로’와 게임에서 쓰이는 가상화폐 ‘프라’의 합성어다.

▲ 바바 나루아츠 씨가 직접 개발한 콜로니적인 생활 출처 = http://colopl.co.jp

창립 후에는 ‘콜로니적인 생활’을 철도회사와 연계한 기획 티켓을 발매하거나 지역 여행상품과 연계한 ‘코로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를 다방면으로 확대하는 한편, 2011년부터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의 개발을 시작하여 캐주얼 게임 브랜드 ‘구마 더 베어(Kuma the Bear)’를 런칭, 1년도 되지 않아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였다.

2013년 이후에는 3D 기반의 대작 게임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크게 성장하여, 지난 1월 결산설명회에서는 2014년 4분기에 매출 164억엔(한화 약 1500억 원), 영업이익 71억엔(한화 약 65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일본겜톡에서는 코로프라의 성장을 이끌어 온 게임들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코로프라 본사는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타워에 있다. 에비스 역에서 볼 수 있는 홍보 간판.
■ 퀴즈 RPG 마법사와 검은고양이 위즈
‘퍼즐 앤 드래곤’의 일본 앱스토어 독주가 굳히기에 들어간 2013년 초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게임화면을 얼핏 보면 당시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던 ‘퍼즐 앤 드래곤’의 유사품 중 하나로 보이지만 퀴즈와 RPG를 융합한 참신한 전투방식이 차별점이다.

사실 퀴즈 게임은 콘솔이나 아케이드 시절부터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퀴즈라는 특성 상 메이저가 되지는 못했던 장르였다. 그런데 ‘퀴즈 RPG 마법사와 검은고양이 위즈’(이하 위즈)는 퀴즈가 메이저 장르인 RPG와 훌륭하게 결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0개월 간 일본 앱스토어 매출 랭킹에서 5위권 이내를 유지했다.

매 턴마다 물, 불, 바람의 속성이 할당된 카테고리를 골라 문제를 맞히면 해당 속성의 유닛이 공격을 하는 것이 기본 플레이다. 보통은 정답률 80~90%의 쉬운 문제가 나오지만 2종 또는 3종의 속성이 동시에 걸린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정답률이 급격히 낮은 어려운 문제가 출제된다.

출제되는 문제의 난이도와 전투 템포의 밸런스가 절묘해서 파티 구성과 플레이어가 강한 분야가 무엇인지에 따라 전투 상황이 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필자의 경우에는 애니메이션, 게임 카테고리에서는 자신있게 2속성 이상을 선택했지만 문외한인 스포츠 분야에서는 1속성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강력한 보스와의 전투에서 단 1턴이 남은 위기의 상황에서 3속성의 극악 난이도 문제를 맞이할 때의 긴장감, 자포자기로 넷 중에 하나를 찍었다. 정답이 나와 보스를 물리칠 때의 쾌감은 학창시절 시험 때 가끔 맛보던 그 쾌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퍼즐 앤 드래곤’에서 퍼즐 대신 다른 것을 끼워 넣은 게임 중 유일하게 톱클래스 반열에 오른 게임이 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일본 RPG의 매력인 스토리와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점에 있다.

이야기는 플레이어의 독백 형식으로 전개되며, 실질적인 주인공 마법사 ‘위즈’를 2인칭으로 바라보는 시점에서 서술된다. ‘위즈’ 역시 단순한 내비게이션 캐릭터를 넘어 제멋대로인 장난꾸러기로 보이지만 실은 엄청난 힘을 가진 존재로서 상당히 매력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다. ‘퀴즈 RPG’의 RPG는 단순히 경험치를 얻어 성장하는 시스템이 아닌 JRPG였던 것이다.

'위즈'는 초반의 극적 전개 이후 인상적인 캐릭터로 다가온다.
자칫 1회성에 그칠 수 있는 던전에 대한 크고 작은 목표를 두어 추가 보상을 지급하는 ‘서브 퀘스트 시스템’ 역시 던전의 반복 플레이를 지루하지 않게 해 주며, 이는 이후 출시된 코로프라의 게임들에도 적극 도입되었다.

동사의 인기작 하얀고양이 프로젝트 외에는 인상적인 콜라보가 없었던 위즈는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1월에는 위즈와 동일하게 하얀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가 등장하는 ‘세일러 문’ 콜라보를 선보였고 종료와 동시에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의 콜라보레이션을 시작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결산 발표에서의 내용대로 ARPPU(과금유저 1인당 결제 금액)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필자가 획득한 ‘사랑과 정의의 세일러문’ 카드.

한국에는 2013년 8월 일본판과 5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퀴즈 게임인 만큼 거의 재창조에 가까운 현지화 수준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연일 TV광고를 실시하는 일본과 달리 소극적인 홍보로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원작의 좋은 게임성을 바탕으로 나름의 팬 층이 형성되는 정도에 그쳤다.

■ 군세 RPG ‘푸른 삼국지’
2013년 가을 또다른 장르에 RPG를 더한 컨셉으로 등장했다. 게임 시스템은 영락없이 세가의 ‘삼국지대전’을 답습하고 있으나, 모바일 환경을 생각하면 상당히 높은 완성도로 재현되어 있다. 원작의 하드한 게임 플레이는 모바일 환경에 맞게 튜닝되어 있으며, 성장 시스템 역시 플레이 시간이 길수록 파티가 절대적으로 강력해지는 카드배틀 RPG의 그것을 따르고 있다.

▲ 아이패드 버전이 플레이하기 훨씬 수월하다.

처음 이 게임을 플레이했던 필자의 감상은 삼국지대전의 ‘카피캣 게임’이라는 것이었다. 더구나 매번 덱을 고민하며 치열한 승부를 벌일 수 있었던 원작과 달리 좋은 카드만 있으면 무장 카드 1장으로도 적진을 도륙낼 수 있는 게임성 역시 많은 실망을 느끼게 했다. 원작의 가장 큰 재미였던 실시간 전투도 불가능하고, 상대 유닛과의 AI대전만 가능했다.

그러나 플레이를 계속하여 일정 레벨을 달성한 후 그러한 필자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푸른 삼국지’는 애초에 삼국지대전의 재현을 목표로 만든 게임이 아니라 그 전투방식만을 차용한 RPG였다. 모바일 게임에서 필요로 하는 긴 호흡의 플레이시간과 동기화 대전이 불가능한 웹서버 환경을 전제하고 만들어진 게임이었다.

시나리오 대전은 긴장도 높은 대전을 즐기기보다는 자신의 군대를 성장시키기 위한 반복 플레이로, 비대칭적인 전력을 허용하는 룰이기 때문에 다양한 조건 하의 전투를 체험할 수 있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적들을 레어카드 무장 하나로 싹쓸이하는 플레이는 공정한 룰을 지향하는 삼국지대전에서는 느낌 수 없는 것이었다.

공격 덱과 방어 덱이 분리된 비동기식 PvP대전은 전혀 다른 게임성을 창출했다. 시간 내에 상대의 성을 제압하지 못하면 패배가 되기 때문에, 방어 측은 상대가 예측하지 못한 식으로 부대를 배치하여 교묘하게 승리할 수 있도록 했다. 공격해 온 상대에게 바로 복수하는 등 ‘클래시 오브 클랜’처럼 즐기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 결국 네트워크 동기화 대전을 지원하여 긴장감 넘치는 대전 역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플레이의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또 하나의 콘텐츠는 바로 성 건설 시스템. 건물을 지을 곳이 정해져 있는 시스템은 팜류 게임에 익숙한 한국 유저에게는 너무 단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투 위주의 게임을 원하는 유저에게는 군더더기 없이 전투를 보조하는 역할에만 충실한 시스템으로 받아들여진다. 유저의 반응이 좋았는지 이 시스템은 이후 ‘하얀고양이 프로젝트’에 더욱 진화한 형태로 등장하게 된다.

심플하고 직관적인 각 건물의 성능.

한국에는 2014년 6월 넷마블게임즈에 의해 원작 그대로의 제목 ‘푸른 삼국지’로 티스토어에 출시된 바 있다. 원작을 잘 알고 있던 필자로서는 일본에서 6개월 이상 매출랭킹 20위권을 유지한 게임이 왜 티스토어 한정으로 출시되는지 의문이 들었고, 예상대로 게임은 출시된 후 곧 잊혀지고 말았다.

그리고 한동안 잊혀져 있던 이 게임은 지난 1월 22일 ‘액션삼국지 for Kakao’(이하 ‘액션삼국지’)로 재출시되었다. 코로프라의 게임이 카카오 플랫폼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필자도 그 성과에 대해 주목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하얀고양이 프로젝트’조차 진입한 적 없는 매출랭킹 20위권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한국에 런칭한 코로프라의 게임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플레이해 보니 역시 이유가 있었다. 우선 일본판에도 없는 자동전투 모드가 세미오토로 탑재되어 있다. 다양한 유닛을 컨트롤해야 하는 게임인 만큼 자동전투가 없으면 피곤해져 게임을 그만두게 되기 쉬운 점을 개선한 것이다. 어지간한 스테이지는 클리어 가능한 수준의 AI가 적용되어 있었다. 게임의 플레이 감각을 해치지 않도록 오토모드 중에도 자유롭게 유닛을 컨트롤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시나리오 전투는자동전투로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초반부터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다양한 과금모델로 플레이어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게임 ‘도탑전기’로 트렌드가 된 월정액 과금 모델까지 선보이고 있었다. 다양한 장수의 음성을 모두 한국어로 녹음한 성실한 로컬라이징은 기본이었다. 이 정도라면 일본 버전을 즐기는 필자도 한국 버전으로 옮겨오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액션삼국지’는 충실한 게임성을 가진 게임에 마켓 특성에 공들인 로컬라이징이 적용된다면 생경한 장르의 게임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었다. 의도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티스토어 버전이 훌륭한 테스트베드의 역할을 한 셈이 됐다.

■ 다른 게임 손놓을 정도로 손맛 짜릿, ‘슬링샷 브레이브즈’

필자가 일본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난해 봄 무렵 막 론칭하여 연일 TV광고를 하던 게임이 바로 ‘슬링샷 브레이브즈’(이하 슬링샷)였다. 당시는 이미 ‘몬스터 스트라이크’(이하 몬스)가 론칭한 후 파죽지세의 성장을 계속하여 ‘퍼즐 앤 드래곤’의 아성을 위협하기 시작할 시기였다. ‘슬링샷’으로서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슬링샷’의 서비스 시작 일주일 후에는 일본의 유명 IP기반 게임 ‘죠죠의 기묘한 모험 스타더스트 슈터즈’(이하 ‘죠죠’)도 엄청난 프로모션과 함께 서비스를 개시했다. 다양한 게임을 리서치하던 필자도 ‘몬스’와 ‘죠죠’를 플레이하느라 ‘슬링샷’을 플레이해볼 시간이 없었다.

이후 ‘슬링샷’에 대한 기억은 ‘푸른 삼국지’와 엇비슷한 성과를 냈다는 정도로,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이번회 칼럼을 위해 ‘슬링샷 브레이브즈’를 처음 플레이해 보았다. 그리고 게임을 해 보지 않고 어떻다고 단정짓는 것이 위험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다른 게임의 플레이를 모두 중단시킬 정도로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이 손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전술한 2개 게임과 함께 생각해보면 ‘몬스’는 당구, ‘죠죠’는 알까기, ‘슬링샷’은 핀볼과 같은 느낌으로 생각할 수 있다.

처음 플레이할 때는 그저 검을 든 캐릭터는 몬스터와 부딪히면 튕겨나가고 랜스를 든 캐릭터는 몬스터를 관통한다는 물리법칙이 이 있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걸로도 무리없이 플레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약간 더 플레이한 후 깨달은 것은 두 무기에 전혀 다른 전략이 요구된다는 사실이었다.

검을 사용할 때의 플레이 방식은 영락없는 4구 당구의 그것이다. 플레이어는 늘어갈수록 첫 몬스터를 맞힌 뒤 쿠션을 사용하여 얼마나 많은 몬스터에 접촉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 된다.

왼쪽처럼 하면 1회만 공격하지만 오른쪽처럼 하면 공격-> 쿠션-> 공격으로 한번 더 공격할 수 있다
당구에서는 수구가 적구나 쿠션에 충돌하면 힘이 점점 약해지지만 ‘슬링샷’에서는 다시 힘을 받아 추가로 이동이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2회 이상의 쿠션 바운드를 이용해서 추가공격을 하는 것도 가능하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추가 바운드에 의해 공격이 나가는 경우가 많다.

마치 핀볼 게임을 하는 듯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 랜스는 짧은 이동거리에 적을 관통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적-> 쿠션-> 적 정도로만 플레이를 하게 되는데, 종종 이동이 멈춰 적과 겹칠 때 충돌처리에 의해 추가로 1회 더 공격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1회만 공격 가능한 적이라도 마치 컬링 경기를 하듯 적과 최대한 가깝게 멈추도록 하면 추가 공격이 가능한 것이다. 이외에도 지팡이와 해머가 있는데 각각 규칙이 달라서 각 무기마다 완전히 다른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성장 시스템 측면에서는 기존의 카드합성 형태를 벗어나 장비를 갖추는 형식이 되었다. 전투에서 얻는 재료들을 합성하여 장비를 강화하고, MAX레벨이 되면 진화시킨 후 다시 1레벨부터 키우는 방식은 동일하다.

세트를 맞춰 장비할 경우 추가로 능력치가 오르기 때문에 세트 효과를 위해 강화 장비를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소켓에 엘리먼트를 장착하여 추가로 능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MMORPG를 즐기던 유저들에게는 친숙할 시스템이지만 일본 모바일 게임에서는 보기드문 깊이였고, 이 시스템은 이후 ‘하얀고양이 프로젝트’에 계승된다.

재료를 저울에 달면 차곡차곡 쌓이는 연출도 아기자기하다

‘몬스’도 처음 플레이했을 때 재미있어서 꽤 놀랐던 기억이 있지만, ‘슬링샷’은 그보다도 더 진화한 형태였다. 성장시키느라 짬날 때마다 플레이하기보다 그 손맛을 다시금 느끼고 싶어서 플레이한 모바일 게임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3D 게임 앱인데도 가로와 세로화면에 모두 대응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슬링샷 브레이브즈’는 1월 21일 구미코리아(gumi Korea)에서 사전등록을 시작하여, 한국에서도 곧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하얀고양이 프로젝트

2014년 4월, ‘하얀고양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코로프라의 신작이 발표되었다. 코로프라의 가장 큰 게임인 ‘퀴즈 RPG 마법사와 검은 고양이 위즈’의 속편이라는 것과 그에 상응할 정도의 대작 프로젝트일 것이라는 정도가 예측할 수 있는 정보였다. 그 밖에는 아무런 정보도 공개되지 않았다.

왕도 게임(전형적인 대작을 의미)을 표방했던 티저 사이트 이미지http://i2.gamebiz.jp

그리고 여름이 되어 베일을 벗은 ‘하얀 고양이 프로젝트’(이하 하얀고양이)는 액션 RPG였다. ‘ 하얀고양이’는 프로젝트명이 아닌 게임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얀고양이’는 론칭과 동시에 엄청난 기세로 다운로드가 누적되어, 초반에는 누적 설치 수가 일주일에 100만 명씩 증가할 정도였다. 현재는 28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였는데, 이는 ‘퍼즐 앤 드래곤’이 3년, ‘몬스터 스트라이크’가 1년 이상에 걸쳐 달성한 수치이다.

필자가 처음 ‘하얀고양이’를 플레이했을 때의 감상은 한마디로 ‘코로프라 기술력과 콘텐츠의 총아’였다. 대작 게임에 걸맞은 스토리와 볼륨, 원하는대로 공격하고 피하는 액션이 가능한 프니콘 인터페이스, 퍼즐이 포함된 던전과 행동력 게이지가 없는 게임 구성은 이제서야 비로소 콘솔 게임의 게임성을 모바일에서도 느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거대 보스를 농락하는 손맛을 드디어 모바일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콘솔 게임의 한 자락만을 떼어와서 멋지게 재구성하는 코로프라의 노하우가 이번에는 캐릭터 성장 시스템에 반영되었다. 던전을 클리어하면 재료나 캐릭터 대신 ‘소울’을 얻을 수 있고, 이를 사용하여 ‘소울 보드’의 힘을 개방할 수 있다. 캐릭터마다 정해져 있는 성장 트리에 따라 마법의 힘이 깃든 보드가 완성되어 가는 구조로, ‘파이널 판타지 X’에서 유명했던 ‘스피어 반 시스템’을 떠올리게 한다.

보는 순간 필자를 설레게 했던 소울 보드 시스템
기존의 캐릭터 뽑기 시스템은 캐릭터 잠금해제로 변경되어 과금을 지나치게 유도하지 않게 느껴지고, 그 부분을 ‘슬링샷’에서 계승된 장비뽑기 시스템을 매칭하여 보완하고 있다.

‘위즈’부터 계승되어 온 서브퀘스트 시스템은 이제 모든 도전과제에 다이아를 1개씩 줄 정도로 파격적이 되었다. 던전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고 행동력의 제한은 없으니 그저 열심히 게임만 즐기라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푸른 삼국지’의 성 시스템은 더욱 발전하여, 이제는 원하는 위치에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고, 플레이어가 강화하고자 하는 클래스의 무기가 건물 위에 크게 달려있을 정도로 더욱 친절해졌다.

파티에 참가한 캐릭터들은 마을을 활보하며 캐릭터를 터치하여 호감도를 올릴 수도 있고 때때로 대화 이벤트가 발생하기도 한다. 공중을 떠다니는 부유요새라는 컨셉은 시나리오의 흐름과 맞물려 모험하는 느낌을 배가해준다.

'걷기' 메뉴를 통해 플레이어가 직접 활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존의 구조를 뒤엎으며 진일보한 모바일 게임을 보여준 ‘하얀고양이’는, 오큘러스 VR 대응 버전이라는 또다른 시도를 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을 컨트롤러로 사용하는 ‘코로패드’도 함께 선보였다.

코로프라를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불러도 될 듯할 만한 행보 https://share.oculus.com

하얀고양이는 이례적으로 3개월 만에 한국 버전을 론칭하였다. 론칭 시기가 빨랐던 만큼 음성은 일본어지만 번역이나 폰트 등 전반적인 로컬라이징 수준은 높았다고 볼 수 있다.

‘위즈’보다는 훨씬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전까지의 정책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하지 않아 즐기는 팬층만 즐기는 게임인 상태로 남아있다. ‘위즈’만큼의 상징성이 있는 만큼, 액션삼국지와 같이 Kakao 버전으로 재런칭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 합체RPG ‘마녀 니나와 진흙덩이 전사’

비록 위의 게임들만큼 시장에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코로프라의 색깔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게임을 하나 더 소개한다. 바로 ‘하얀고양이’ 론칭 뒤 일주일만에 ‘합체 RPG’를 표방하며 론칭한 ‘합체 RPG 마녀 니나와 진흙덩이 전사’(이하 니나)이다.

‘니나’는 지난 칼럼에 소개했던 스퀘어 에닉스의 아케이드용 전략 게임 ‘로드 오브 버밀리온’의 코로프라식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게임의 컨셉이나 외형은 완전한 오리지널로, 밭에서 자라는 진흙골렘들을 수확하여 성장시키고 그 골렘들로 5:5의 거점 쟁탈전을 벌인다는 특이한 컨셉을 보여주고 있다.

‘하얀고양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전략 게임인가!’ 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게임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었다. 여러 유닛이 난전을 벌이는 전략 게임을 처음부터 개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로드 오브 버밀리온’ 또한 시행착오와 지속적인 버전 업을 거듭하며 거점 쟁탈 기반의 팀 대전게임을 완성한 만큼, 이 게임 역시 ‘푸른 삼국지’를 개발하며 얻은 노하우가 결집되어 있다.

하얀고양이 만큼이나 코로프라 기술력의 결정체라 볼 수 있는 게임
베이스가 된 원작이 매우 하드한 것과 달리, ‘니나’는 2분 이내에 전투가 끝나는 심플한 게임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거점 크리스탈을 빼앗는 공방전이 잘 살아있다. 유닛 컨트롤 역시 터치 인터페이스에서는 최선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조작에 대한 반응성이 좋았다. 다만 맵의 여러 거점을 계속해서 돌아야 하는 게임의 특성 상, 굉장히 많은 조작이 필요해서 피곤한 면이 없지 않았다.

‘진흙덩이 골렘’이라는 컨셉이 게임의 큰 축으로, 이전까지의 마을과 달리 이번에는 ‘밭’을 소재로 했다. 시간이 흐른 뒤마다 와 보면 쑥쑥 자라있는 골렘들은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버섯 캐릭터 ‘나메코’를 보는 듯한데, 이 골렘들을 사용하여 각 클래스의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기본적으로 밭을 일구는 게임이라는 느낌을 주며, 종종 레어한 골렘을 수확해야만 더 강력한 능력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물 외에도 레어 골렘이 나오는 영양제를 줄 필요가 있다. 가끔씩 골렘 자리를 차지하여 수확을 방해하는 두더지를 퇴치하기 위해 선풍기 같은 아이템을 사용하기도 한다.

골렘들은 수확하는 조작은 나름의 타격감이 있다.

전투 시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는 합체 시스템은 본래 ‘로드 오브 버밀리온’에 있던 빙의 시스템을 간략화한 것으로, 주인공과 소환수의 개념이 없는 ‘니나’에서는 파티원 모두의 힘을 합치는 ‘합체’ 개념이 되었다. 5명의 파티원이 어떤 골렘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조합이 바뀌고, 그에 따라 다양한 완성체의 패턴이 발생한다.

합체 시 어지간한 로봇 애니메이션 뺨치는 수준의 연출을 보여준다.

골렘이라는 컨셉에는 또다른 이면이 숨어있는데, 바로 개발 리소스의 절약이다. 전투 시에 사용하는 모든 캐릭터를 몇 종류의 골렘으로 한정하고, 플레이어가 획득한 캐릭터는 그 위에 얼굴만 표시되는 방식이다. 컨셉으로 개발의 품을 줄인 좋은 전략이지만, 좋은 유닛을 획득해도 전투에서는 골렘만 보인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또한 적-아군 골렘으로의 통일로 전장에서 피아식별이 용이해진 점은 좋았지만, 아군 유닛 사이의 구별이 매우 어려워져서 게임을 하는 내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는 위에서 지적한 조작의 피곤함에 더해져 전체적으로 ‘각 잡고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의 모습이 되었다.

‘니나’는 100위권에서 나름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올 1월부터는 거의 서비스의 의미가 없는 수준까지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하얀고양이에 모든 시선이 집중될 타이밍에 나왔다는 것부터 판단 미스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2주간 다운로드 랭킹 20위 이내를 유지할 정도로 부스팅을 받았던 점을 생각하면 역시 게임의 지속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겠다.

■ 코로프라만의 색깔 ‘콘솔 게임의 유전자’
코로프라는 네이티브 앱 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한 회사다. 피처폰 시절부터 시장을 석권한 회사들과 비교하면 아직은 성장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3D 게임을 개발해 온 덕에 기술력에서 앞서 있으며, 가차 연출에서도 3D를 활용한 다양한 연출과 인터랙션을 함께 제공하며 코로프라만의 색깔을 표현하고 있어, 그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다.

앱의 품질 역시 높아서, 대부분의 앱이 데이터 다운로드 후의 250메가 전후의 용량이면서도 대부분 분산 다운로드를 지원하고, 앱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일부 기능만 미지원하고 원활하게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비교적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타사와 차별되는 기술력과 함께, 어딘가 새로운 컨셉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점에서 10년 전 콘솔 게임시장에 혜성같이 등장했던 레벨 파이브의 모습과 비슷하다. 히트한 게임의 장점이 신작에서 더욱 발전해서 반영된다는 점에서 내부의 개발 프로세스 또한 역동적임을 엿볼 수 있다.

코로프라의 게임들에서 콘솔 게임의 게임성과 모바일 플랫폼이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를 본 필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또다른 생각은 2000년대 중반 한국 온라인 게임업계에서 꿈꾸었던 ‘캐주얼 온라인게임의 로망’이었다.

당시 MMORPG가 성숙기에 접어들고 이제부터는 캐주얼 게임의 흐름이 온다는 분석과 함께 수많은 캐주얼 게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퍼블리싱 계약 액수가 뉴스가 되기도 했다. 그 흐름과 함께 게임업계에 들어오게 된 필자 역시 리서치를 위해 신작 캐주얼 게임은 거의 빼놓지 않고 플레이하곤 했다.

전부는 아니지만 당시 플레이했던 많은 게임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온라인 개발기술이 앞서 있으니 콘솔 게임의 게임성을 옮겨오기만 하면 히트할 것이다’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대상이 된 게임의 대부분은 액션이나 스포츠 게임으로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캐주얼 게임 개발사들이 P2P네트워크와 힘겨운 싸움을 반복했고, 그 과정에서 좌초된 프로젝트도 많았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있는 것처럼, 캐주얼 시장을 연 ‘카트라이더’ 이후 성공한 캐주얼 게임은 거의 없었다. 잘 만든 수작 게임은 종종 있었지만 시장에 안착한 게임은 한 줌도 되지 않았다. 개발 노하우나 기술적인 문제도 원인이지만, 필자는 플랫폼에 대한 이해 부족이 더 큰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장르 게임들을 PC 온라인이라는 새 플랫폼에 완벽하게 옮긴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캐주얼 게임’이라는 PC 온라인게임 시장의 조류는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시장은 다시 MMORPG위주로 회귀하여 다양한 게임이 나올 가능성은 사라졌고, 그 자리는 대형 외산게임이 차지하고 말았다. 당시 흐름의 한 축에 있었던 개발자로서 이 사실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코로프라는 모바일 웹게임, 콘솔 게임, 온라인 게임 등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회사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일본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콘솔 게임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게임들로 대기업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유전자를 이어받아 RPG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한국 시장에도 이와 같이 색다른 유전자를 가진 개발사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경닷컴 게임톡 김창선 객원기자 william.kimcs@gmail.com

■ 김창선은?
‘스파이크 걸즈’의 게임 기획자로 게임업계에 입문했고, ‘다이스 어드벤처’의 디렉터를 담당했다. 모본, 엔씨소프트와 일본계 게임사를 거쳐 현재는 알트플러스(AltPlus) 코리아에서 디렉터로 근무 중이다.

일본 게임의 안팎에 정통하고, 특히 발빠르게 일본 게임 시장의 트렌드와 핫 이슈를 콕 집어주는 내공으로 주목을 받았다. 게임톡은 2주 또는 월1회 그의 ‘일본 게임 읽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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