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JH게임즈 윤장열 대표-김동균 PD, 2년간 개발한 액션 횡스크롤 RPG

인연이 있으면 언제 어디서라도 만나게 되어있다. 이런 ‘랜덤 가챠’같은 인연 때문에 평범한 일상이 새로워지기도 하고, 미래가 한 순간에 확 바뀌기도 한다.

10월 17일, 경기도 성남 판교에 위치한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사옥에서 JH게임즈의 윤장열 대표와 김동균 PD를 만났다. 가벼운 인연으로 시작한 두 사람은 결국 끈끈한 정으로 묶여 10월 21일 ‘오즈헌터 for Kakao(이하 오즈헌터)’를 출시하게 되었다.

게임톡과도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과 출시된 ‘오즈헌터’가 어떤 게임인지에 대한 설명은 물론, 만나자마자 남자 둘이 다정하게(?) 가죽 책상을 고르러 가게 된 에피소드까지 다양하게 이야기해보았다.

■ “모바일 게임 2년 개발은 온라인 MMORPG 5년 개발과 같은 고통”

윤장열 대표의 프로필은 화려하다. 엔씨소프트에서 사업팀장을 맡아 ‘리니지’의 마케팅팀과 운영팀장을 거쳐 ‘리니지2’의 사업팀장을 맡고 PlayNC 사업 총괄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후 게임하이(현 넥슨지티)에서는 사업총괄 이사를 맡아 ‘서든어택’과 ‘데카론’, ‘메탈레이지’를 담당하고 2008년에는 코스닥 전체 영업 이익률(49.1%)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라이언게임즈 대표 이사를 역임하며 MORPG ‘소울워커’를 개발했고, 현재는 JH게임즈의 대표 이사다. 왜 화려한 프로필로 조금 더 편안한(?) 곳에 계시지 않고 창업을 했는지 묻자, “비개발자로 40세가 되었다. 한국에서 비개발자는 포트폴리오가 많아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모바일 게임 붐이 일어나고 있었고, ‘치킨집이나 카페베네를 차리느니 해보자’라는 생각에 헝그리하게 시작했다. 참고로 JH게임즈는 ‘저스트 해피(Just Happy)’의 약자지만, 우스갯소리로 ‘정말 헝그리’의 약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직도 우린 간판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그의 고생길은 다시 시작되었다. 윤 대표는 “모바일 게임을 2년간 만드는 것은 MMORPG에 5년의 미래를 거는 것과 똑같은 크기의 고통이다. 우리가 맞는 길을 가는 것인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제일 컸다. 조금만 더 하면 다이아몬드를 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윤 대표의 고생길이 가시밭만은 아니었다. 창업을 결심하고 시작함과 동시에 든든한 김동균 PD를 만났기 때문이다. 패키지 게임 개발부터 시작한 김 PD는 대표이사로 창업해 힘껏 배고프고, 깔끔하게 망해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는 “윤 대표님을 커피숍에서 만나, 만들고 있던 게임의 짤막한 동영상을 보여드렸고, 이후로 3주만에 모든 것이 끝났다. ‘어어?’하다가 회사가 만들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윤 대표님과 가구를 고르러 가고 있었다. 그 때 가죽 책상이 참 예뻤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윤 대표 마음에 단번에 든 김동균 PD를 가죽 책상으로 포섭(?)한 것. 그는 “팀을 세팅한 이후, 2년동안 PR 한 번도 하지 않고 게임만 만들었다. 당시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게임톡과의 인터뷰도 초반에 한 것. 하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회사가 망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출시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었다.

김동균 PD는 “한국의 게임 개발자들의 슬픈 공통점 중 하나는 게임을 개발부터 출시까지 완결을 본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 10년간 게임을 개발했는데 게임을 출시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JH게임즈는 게임을 완결시키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개발사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우리가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 성공도 중요하지만, 게임을 완결 짓는 것 자체도 자그마한 성공이라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JH게임즈에게 ‘오즈헌터’ 출시는 남다르다. 윤장열 대표에게는 ‘나 아직 살아있어’라고 알릴 수 있는 기회가, 김동균 PD와 JH게임즈 개발자들에게는 게임을 출시부터 완결까지 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 “이미 ‘오즈헌터 2’까지 구상중”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오즈헌터’는 어떤 게임일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JH게임즈의 첫 번째 게임으로, 횡스크롤 액션 RPG이다. 무려 2년의 개발기간에 걸쳐 탄생한 게임으로, 카카오톡 게임하기 플랫폼이 출시되기 전부터 윤장열 대표와 김동균 PD의 선견지명으로 시작되었다. 최초 던전 입장부터 가능한 오토 기능으로 간단한 조작과 더불어 ‘정령 수집’을 할 수 있으며, 메인 콘텐츠는 PVP와 무한 던전이다.

윤장열 대표는 “당시에는 미친 짓이라고 했다. 워낙 캐주얼이 대세였고, 갤럭시 노트1도 안나왔을 때라 RPG를 아무도 만들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에 UX를 가지고 있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우린 액션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처음엔 3명으로 6~7개월 개발하고, 이후 점점 사람이 늘어나 지금은 12명이다. JH게임즈 총 직원수 31명의 3분의 1이 넘는 수다”고 말했다.

김동균 PD는 “캐주얼한 감을 강조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다. 쉬운 조작과 화려한 액션이 만나, 어릴 때 재밌게 즐겼던 게임의 재미를 공감된 형태로 공유해보자는 기획으로 시작됐다. 개인적으로 손이 따라주지 않아서 조작이 어려운 게임은 싫어한다. 유저들이 쉽게 ‘잘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미 ‘오즈헌터2’까지 구상이 끝나있다”고 설명했다.

‘오즈헌터’는 2년전에 개발을 시작한 게임으로는 시대를 앞서간 게임이지만, 현 시점에서는 시대를 딱 맞춘 게임이라 말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조금 늦은 것 일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4:33의 ‘블레이드’ 같은 실사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귀요미 RPG ‘오즈헌터’는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을까?

윤장열 대표는 “비개발자의 입장에서 손맛을 주는 요소는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사운드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가장 중요한 리액션이다. 맞아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 합을 잘 맞출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점프도 넣어보고 스와이프도 해봤다. 그 결과 횡스크롤이 피로감이 적었다. 액션을 1년 반 동안 잡았다. 현재 85점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있게 설명했다.

■ “게임 속 캐릭터 ‘무명’은 김동균 PD를 투영한 것”

‘오즈헌터’에서 자동전투 모드는 쉬운 액션에 한몫을 더해 유저가 개입하고 싶을 때 들어가 즐길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바로 스킬이 나가고 이동도 가능하다. 보는 즐거움도 물론 선사한다. 여기에 일종의 펫이라고 볼 수 있는 ‘정령시스템’은 수집욕을 자극해 코어함을 더한다. 한 번에 4마리까지 전투에 입장 가능하며, 보조적 역할을 한다.

쉬운 여자가 재미없듯, 쉽기 만한 게임도 매력이 없다. ‘오즈헌터’도 너무 쉬워서 매력이 덜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이에 김 PD는 손사래를 치며 “초기 진입이 쉬운 것. 시각적으로 직관성의 끝판왕이다. 하지만 차근차근 플레이를 익혀 플레이하다보면 러닝 커브가 구성되며 난이도가 올라간다. 유저에게 자연스레 ‘내가 잘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장열 대표는 팜플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른 시기에 계약을 한 만큼, 시장에 대한 가이드를 철저하게 해주었다. 팜플은 개발 방향을 이해해주고 기다려줬다. 피드백도 굉장히 많았다”며 칭찬했다. 김동균 PD 역시 “PD로서 감사하다. 보통 게임을 만들다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접으라고 하는데, 아무도 닦달하지 않았다. 편하게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고 덧붙였다.

물론 김동균 PD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하지만 팀원들에게 내색할 수 없는 그는, 게임 안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기도 했다. 바로 캐릭터 ‘무명’을 통해서다. 게임을 하며 이를 눈치 챈 윤 대표는 “아버지에게 쫓겨나 이름을 버려 ‘무명’인 캐릭터와 김 PD가 닮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 설명했다.

김 PD는 약간 쑥스러워하며 “시나리오 상의 주인공이다. 캐릭터 중심의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몸통박치기를 하는 등 개성이 강한 게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둘러댔지만, 비보이 춤을 추는 ‘무명’은 확실히 김동균 PD와 취미까지 닮아있다.

두 남자의 지난 2년을 가득 담은 ‘오즈헌터’의 목표와 포부를 당차게 부탁했다. 윤장열 대표는 “‘오즈헌터’는 대박을 위해 만든 게임이 아니다. 출루율을 높이기 위한 것. 무조건 살아남는 것이 미션이었다. JH게임즈도, 팜플에게도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홈런은 하늘이 주는 것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나올 후속작에서 유저들이 ‘오즈헌터’를 떠올리기 바란다”고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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