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종신 전 바른손크리에이티브 대표 "최대 수혜자는 아마존"

[칼럼] 최종신 전 바른손크리에이티브 대표 “갈라파고스 끝내자”

공인인증서의 폐지가 하루 아침에 매우 ‘드라마틱’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가 집중적으로 거론되었고, 대통령도 이에 관심을 가졌다.

그 과정이야 어쨌든 공인인증서는 한국 인터넷 환경에서 전자상거래 국제기준과도 동떨어지고 불편해 접근성 떨어지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제 글로벌 스탠더드 규제 ‘갈라파고스’ 상징으로 지목된 공인인증서는 폐지라는 결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 공인인증서 보도=SBS 방송 캡처

공인인증서는 인터넷 상에서 개개인의 인감도장과 같은 오프라인 인증 체계의 1:1 대안품으로 고안되어 현재까지 전자상거래 등에 의무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 공인인증서는 철저한 내국인 중심이라 발급도 제한되어 있고, 액티브X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작동되는 맹점이 있어 폐지 논의가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자상거래 금액의 대외 수지 역조 현상에 큰 기여를 했다. 2013년 한 해 한국 국민이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한 금액은 1조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외국인이 한국 온라인에서 구매한 금액은 20% 정도에 그쳤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액티브X가 가지고 있는 보안의 취약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1996년에 이를 개발한 MS조차도 인식을 같이 하고 있어 이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미 시장에서는 해킹 기법의 발달로 액티브X가 더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경우 30만 원 이상의 온라인 구매는 모두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한다. 은행, 증권사 간 거래는 금액과 상관없이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은 뒤에도 구매하고 결제할 때마다 추가 보안프로그램을 계속 설치해야 한다.

오죽하면 "아마존은 결제에 '1초'인데 공인인증서로 결제하는 한국 쇼핑몰에서는 10분"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공인인증서 없는 아마존 같은 해외 전자상거래 1조원
MS도 인정한 보안에 취약한 액티브X ‘대외 수지 역조’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의 세계최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을 살펴보자. 일종의 전자 지갑이라 할 수 있는 미국 '페이팰' 계정에 신용카드 정보를 한 번만 입력해두면 아이디와 패스워드와 매칭하여 간편한 결제를 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나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 없이 국제적으로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다. 중국 '알리페이'도 이런 간편한 결제 시스템을 제공해 중국 온라인 결제시장을 석권했다.

특히 아마존은 프리미엄 유료 서비스인 '아마존프라임'은 연회비를 낸 고객에게 무료·익일 배송을 보장하고 동영상 스트리밍과 e북 콘텐츠를 공짜로 제공하는 회원제 서비스다. 약 2000만 명의 거대한 사용자 풀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유통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아마존프라임은 연회비를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79달러를 고수래 오다가 최근에 최대 120달러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유저의 이탈률이 거의 없을 만큼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아마존은 이 강력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한 기기인 '아마존 킨들` 을 성공적으로 출시하기도 하는 등 사업 확장의 단단한 초석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아마존의 한국 직진출이 예상되어 있는 가운데, 걸림돌로 예상되어 온 공인인증서가 폐기된다면 아마존은 자사의 결재시스템과 아마존프라임 회원제를 원형 그대로 국내에도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공인인증서의 폐기에 따른 최대수혜자는 국내 시장에 때 맞춰 진출하는 아마존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이제 바야흐로 갈라파고스와 같던 국내의 특수한 IT 환경이 전세계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룰과 동기화되며 새로운 무한 경쟁과 사업기회 확대라는 양날의 검을 쥐게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최종신 전 바른손크리에이티브 대표 blog.naver.com/choigoda]

갈라파고스는?
남아메리카 동태평양에 있는 섬으로 오랜 기간 고립된 채 진화해 외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생물들이 서식했다. 이를 비유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규제는 통칭 ‘갈라파고스 규제’로 불린다. 산업 생태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폐쇄적인 정책을 펴면서 고립을 자초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최종신 대표는?

바른손크리에이티브(구 스튜디오나인) 대표이사 (2004~2012)
바른손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세중게임박스 마케팅 팀장 (마이크로소프트 Xbox)
삼성물산 해외사업팀, 신규사업기획팀 외
문화관광부 발간 게임백서 집필위원 (2010~ 2013)
문화융성위원회 콘텐츠 진흥 전략 추진단(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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