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인사들, 게임빌의 컴투스 인수 소식에 “어안이 벙벙”

“오늘...버스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컴투스 박지영 사장께서 EXIT하게 되었다는 것을.. 참으로.....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부분 중 하나다. 4일 오후 발표된 게임빌(대표 송병준)의 컴투스 인수 소식이 게임업계 큰 충격파를 던졌다. 특히 ‘게임업계 잔다르크’로 불린 박지영 사장을 떠올린 이들은 더욱이 안타까워 했다.

■ 세계 최초 자바게임 만든 ‘박 잔다르크’
1997년 고려대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박지영 사장은 이듬해 컴투스를 창업했다. 이후 척박한 모바일게임 시장을 개척했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궈냈다.

최 교수는 “대학 졸업하고 창업한 이후에.. 몇 번의 실패를 맞본 후~ 세계 최초의 자바게임을 만들었던 분... 어떠한 변화와 어려움 속에서도 이겨냈는데.. 스마트폰의 변화에 잘 적응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갔었는데... 무척이나 힘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CEO라기 보다 아주 편한 친구 같던 분...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컴투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느낌이 무거운 밤입니다”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오랫동안 절친 관계를 유지한 김종인 미디어웹 대표는 “15여년 전 보문동 하꾸방 시절을 떠올리며, 엊그제 막걸리잔 기울이며 보여줬던 그 열정, 여튼 오늘 얘기나눴듯이 ‘축하’합니다! 약속대로 술 한잔은 빨리 사세요”라며 “근데 왜 내가 잠이 안오지?”라고 했다.

또한 박 사장의 곧은 품성에 대해 “다들 입 다물고 있었을 때 입바른 소리를 했던” 기억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최종신 전 바른손크리에이티브 대표는 “저도 패널로 참석했던 MB정권 인수위 게임업계 간담회에서 당시 이통사에 의해 장악된 모바일 업계의 문제점과 망개방에 대해 일갈하셨던 모습이 기억난다. 다들 입 다물고 있었을 때인데 말이죠”라고 말했다.

라이벌 회사이었던 넥슨모바일에서 근무했던 김용석 드래곤스톤 대표도 “게임업계 잔다르크를 추억하며~모두가 비겁했을 때 혼자 입바른 소리했던 것을 기억한다~”라고 동의했다.

■ “냉정한 시선으로 한국 모바일게임 경쟁력 돌아봐야”
물론 냉정한 시선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는 이도 많다. 시너지가 없는 합병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오너 대표 EXIT에 불어 닥칠 구조조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제 게임빌은 누가 살까” 등이 예측도 쏟아졌다.

김세중 젤리버스 대표는 “게임빌과 컴투스 합병은 의외가 아닌 절벽 위 한 수다. 안타깝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새 냉정하게 조금은 바라봐야 할 한국 모바일 게임 회사의 경쟁력은 미지수”라며 “카톡이 품어대던 새장 속에서 정신 차리고 하루 빨리 많은 회사들이 글로벌 전투를 하기를 기원”한다고 주문했다.

색다른 평가를 한 의견도 나왔다. 박종현씨는 “박지영 사장이 최후의 승자 아닐까 싶다. 추락하는 회사끼리 부둥켜안은 것 같다. 시가총액 3000억짜리 회사 21% 지분이면 시가로만 해도 630억인데 경영권 프리미엄이 고작 70억인 것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주장을 했다.

컴투스는 초기 카카오톡을 활용하지 못했다. 그리고 모바일 게임 개척자의 위상도 흔들렸다. 실제로 지난해 ‘애니팡’이 매출 최고를 찍을 무렵 한국 모바일게임 1, 2위인 게임빌-컴투스 두 회사의 주식은 떨어지기 시작해 아직도 반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컴투스쪽의 사업 의지가 없나보네요. 빠른 GG 느낌”(김성헌)는 의견과 “카카오로 대변되는 신유저의 마음을 사는 것이 너무나 어렵고도 혼란스러운 현실”(박시진)이라는 말도 나왔다.

■ 한국 게임업계 한 획 남기고 은퇴?
한국 게임계에 한 획을 그은 박지영 사장. 그는 하필 모바일 업계의 선두로 피처폰 시절부터 오랜 세월을 라이벌로 자리매김했던 게임빌에 회사를 넘겼다. 그것도 샌드위치 데이 휴무에다가 장이 마감된 금요일 오후에야 발표해 더욱 놀라게 했다.

박 사장은 자신과 특수 관계인이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해 당장 회사에서 손을 떼는 모양새다. 이처럼 은퇴 수순을 보이자 게임업계서는 “꽤나 충격적이다”는 반응 속에서 “스마트폰 게임에 대응을 대처하지 못하고 너무 지쳤다”는 동정론도 있다.

은퇴해서 ‘엄마의 귀환’하거나 또 다른 출발을 하든지 그의 또 다른 선택은 너무나 많다. 게임빌의 컴투스 인수는 두 회사가 절벽에서 마지막 반전 승부수일까. 모바일게임 공룡의 등장으로 ‘시너지효과’로 이어질지, 그야말로 탈출구가 막힌 절벽일지도 두고볼 일이다.

다만 적어도 이것만은 게임사에서 두고두고 기억할 것 같다. 박지영 이름 셋 글자는 모바일 명가 컴투스를 키운 ‘한국 모바일 게임의 프론티어, 잔다르크’로 영원히 남을 것 같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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