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게임 개발사 RTS로 ‘미소녀 캐릭터’...코믹 발랄 게이머 열광

한때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용어가 잘 쓰이다가 최근에는 잘 쓰이지 않는 용어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다시 실시간인가 턴방식인가에 따라 나뉘고 간혹 전기-가솔린 하이브리드 카처럼 두 장르의 중간쯤에 위치한 게임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은하영웅전설’과 같은 게임은 턴 방식의 기본을 두고 있지만, 턴이 종료되는 순간 상대편도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기존의 형님 한번 아우 한번 하는 식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턴 방식의 게임과는 또 다른 차이가 있었다.

‘RTS’라 분류되기도 하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보다는 최근에는 ‘AOS’ 장르라는 말이 더 보편적으로 쓰이는 듯하다. 하지만, 이 역시도 정확한 장르의 명칭을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 있는 것이 ‘AOS’라는 말 자체가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유즈맵 ‘Aeon Of Strife’에서 유래된 말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게임의 장르 명칭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이다.

이런 비슷한 류의 게임을 두고 업체마다 다른 명칭을 사용하고 있기도 한데, 최근 필자의 인생에서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만들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는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라 부르길 원하고 있다.

또한 ‘카운터스트라이크’ 시리즈로 유명한 밸브에서는 ‘ARTS(Action Real Time Strategy)’라 부르고 있는 등 전체적으로 통일된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위촉오 삼국시대의 군웅할거를 연상시키는 형국이다.

하지만, 대세는 AOS로 통일되어 가는 분위기로 보인다. 비슷한 류의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들뿐만 아니라 국내 대형 포털에서 게임 분류도 거의 AOS라는 명칭을 장르 구분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 RTS는 오프라인 느낌-AOS는 온라인 느낌
굳이 이런 상황에서 다시 새롭게 장르 명칭을 작명할 고민을 하기에도 그렇고 그것을 대중에게 인식(이해)시키려는 노력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소모되기도 할 뿐 더러 이미 AOS라 부르는 사람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또 다른 용어를 들고 나와 깃발을 올려 봤자 자칫 황건적의 난처럼 일시에 제압당할 것이 눈앞에 뻔하다.

어쨌든 장르 명칭의 군웅할거(群雄割據)시대의 상황에서 필자의 주변 인물들에 국한되어 통계상 신빙성에 오차 범위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지만, 그 누구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하면서 MOBA라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필자 역시 예전에 게임 홈페이지 어딘가에서 한 번 봤을 뿐이다. 거의 대부분 롤(LOL)이라고 하던가, 장르명칭을 써야 하는 상황이면 AOS라 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니면 아예 장르 명칭이 뭐든 간에 신경 안 쓰거나..

기존의 RTS 장르가 오프라인의 느낌이었다면 AOS는 온라인의 느낌이 강하다. RTS 분류 중에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필자의 대학교 시절 1년을 허비하게 만든 ‘C&C(Command & Conquer)’ 같은 게임이 있다.

[인생에 1년을 날려버리게 만든 게임 : C&C 레드얼럿]
핵미사일 날리는 재미도 쏠쏠했고, 맘모스 탱크로 맵을 도배하는 허세도 부리고 구축함 뽑아서 순회하면 웬만한 것들은 다 날려 버릴 수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PC방이 막 생기기 이전이라 네트워크 플레이는 패러럴포트(프린터 케이블)를 쓴다든가 하는 식이었다. 기숙사와 자취방에 ‘C&C’ 게임이 하나 둘 깔리기 시작하면서 학교에 나오지 않고 실종된 학우들이 점점 늘어 갔던 기억이 난다. 어느날 걱정돼서 실종자들을 찾으러 온 친구가 본 풍경은..

며칠은 감지 않은 떡진 머리에 바닥에 나뒹구는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위한 먹이 활동의 잔해들과 방안 가득 차 있는 담배 연기. 그리고 재떨이로 쓴 음료수 PT병 옆구리가 뻥뻥 뚫려 있어서 물이 줄줄 새고 있고 퀭한 눈으로 영혼 없는 육체마냥 의자에 놓여 있는 우리들의 몰골을 본 친구는 그 이전에도 물론 그 뒤로도 절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그 당시 우리들의 몰골에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절대 저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물론 C&C 이전에 ‘듄(DUNE)’이라는 RTS의 선조격인 게임이 있었지만, 1편은 그렇게 큰 재미를 못 보고 2편에서 흥했던 기억이 난다(영화도 나왔지만, 역시 영화는..). 그 이후로 ‘워크래프트’의 등장으로 게임 시장은 다시 RTS의 전성기로 접어든다.. 라고 하면 조금 억지 같고, 기존의 턴 방식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점차 사라지고 RTS 게임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국내 게임 시장을 기준으로 ‘삼국지’(KOEI) 시리즈만이 턴 방식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꿋꿋하게 계속해서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렇게 RTS 시장이 호황기를 맞기 이전에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진 명작 게임이 하나 있었는데, 그 이름이 ‘천사의 제국’이다. 많은 분들이 해봤을 것이라 추측된다. 물론 비슷한 이름의 ‘천사의 오후’를 생각하고 게임을 시작했던 필자는 다소 이상한 전개 방식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필자가 ‘천사의 오후’에 빠져 살았다든가 그런 류의 게임만 즐겼다던가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

‘코브라미션’ 같은 게임이나, ‘하원기가 일족’ ‘노노무라’ ‘연희’ ‘동급생’ ‘실락원’‘유작’ ‘취작’ ‘애자매’ 등등.. 지금 생각해도 참 혼자서만 즐길 수 있는 고독한 게임들이다(닌텐도 Wii 의 ‘가족과 함께’ 같은 캐치 프레이즈와는 정반대 극과 극의 위치해 있는 게임들이라 보면 된다). 또한, 보통 이런 게임들은 게임 진행(스토리)의 뛰어난 연출력이나 진행 방식에 시간을 쓰기 보다는 따로 게임 내 이미지만 볼 수 있게 만든 툴들이 유용하게 쓰이기도 했다. 그 한 장의 이미지를 보기 위해 나는 그토록 일어(日語) 해독에 매달렸던가.

[천사들의 오후3 : 번외편]
■ 대만 게임으로 4대 고전 전략시뮬레이션 우뚝
아무튼 이런 잡설 끝에 드디어 소개하는 이번 게임은 ‘천사의 제국’ 시리즈 이다. 3편까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이후 시리즈는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필자는 1편, 2편을 꽤 오랫동안 하고 또 하고 하드가 닳도록 했었다.

[천사의 제국2]
그래픽이야 지금 수준에서 보면 그림판으로 그린 듯한 수준의 퀄리티지만, 게임의 재미만큼은 한 번 해보면 “4대 중독 고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중에 하나로 넣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누구나 빠져들 만큼 중독성이 심했다.

지금이야 대만의 게임들이 별로 보이지 않지만, 80~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게임 시장에서 대만 게임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지금 소개하는 ‘천사의 제국’ 게임도 대만의 게임 개발사 중에 하나인 소프트 스타(Soft Star)의 작품이다.

그 당시에는 SRPG라는 장르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시뮬레이션(Simulation)’ + ‘RPG’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시뮬레이션(전략 시뮬레이션)적인 요소와 캐릭터의 성장 등의 RPG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그렇게 불렀지만, 게임의 진행 방식을 기준으로 큰 틀에서 보자면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천사의 제국3]
3편까지 발매 이후 4편이 출시됐는지 소식이 없기 때문에 정식 시리즈는 사실 3편이 마지막이라 볼 수 있다(번외편 출시 소식이 있긴 했었다). 3편에 이르러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에 눈에 띄는 변화는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래픽 품질의 향상이다. 1, 2편에 비해 월등하게 높아진 그래픽 퀄리티는 지금 즐겨도 큰 위화감이 없을 만큼 잘 만들어져 있다. 물론 굳이 평가하자면 PC 기준으로는 해상도가 높기 때문에 세묘의 퀄리티는 별외로 친다면 그래픽의 느낌은 SFC(슈퍼패미컴)과 PS1 중간 쯤에 위치하는 그래픽 정도라고 할까나..

오프닝만 보자면 ‘성검전설’이나 ‘테일즈 오브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그래픽이다. 아직 한글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게임을 진행하는데 언어의 장벽이 있는 분들에게는 다소 접하기 어려운 게임이긴 하지만, 전작의 경우에는 한글화가 되어 있었다.

[천사의 제국3 : 왜 파워돌 같은 느낌이 나지?]
대만 게임들이 한때 국내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여 많은 분들이 한두 개 정도는 대만 게임을 해봤을 것이다. 장르도 제법 다양하여 액션, 슈팅부터 RPG에 전략 시뮬레이션까지 거의 모든 장르에 걸쳐 게임을 출시하며 국내 게임 시장을 위협하기도 하였으나, 최근에는 대만 게임의 두드러진 약진이 예전만큼 못 한 것이 사실이다.

그 당시에는 대만 게임이라는 인식도 생소했고,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일본 어느 회사의 게임이겠거니 하고 대충 넘어갔던 시절이기도 했다. 게임이라고는 일본 게임이 거의 전부였고 간혹 괴기스러운 북미 게임과 이제 막 살아 보고자 몸부림치던 국산 게임들이 몇 종류 출시 된 것이 전부인 세상이었다.

[쾌타지존]
그 누구도 ‘스트리트 파이터’를 능가하리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재미있었던 격투 게임 ‘쾌타지존’을 비롯하여 무협 RPG나 SRPG(또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을 주로 출시했었다.

[용의기사]
한 동안 빠져 살았던 ‘용의 기사(용의 기사단)’ 게임을 만들었던 “한당” 개발사는 현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용의 기사’ 외에도 ‘질풍소년대’ 같은 게임도 만들었는데, 주로 SRPG류의 게임을 많이 출시했던 것 같다.

■ 미소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천사의 제국’ 게임은 비교적 아기자기한 미소녀 캐릭터와 쉬운 진행 방식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쉽다고는 하지만, 게임 접근 방식이 쉽다는 얘기이고 실제 게임 진행의 난이도는 도전 욕구를 자극할 정도의 난이도였다.

전투 방식도 ‘슈로대’의 그것처럼 액션 장면을 부각시키는 연출 기법으로 그 내용도 코믹하게 구성되어 전투가 지루하지 않고 보는 재미도 있었다.

또한, 직업의 다양화를 통한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고 게임 진행 중간에 직업을 변경할 수 있는 직업 교체(Job Change) 시스템도 있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이는 게임이다. 잔인하거나 난폭하지 않고 코믹하고 발랄한 게임으로 당시 기준으로 약간의 선정성 시비는 있을지 몰라도 사실 이 게임을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게임의 선정성에 반했다기보다는 게임의 진행 방식과 그 구성 요소의 재미에 빠져들었던 분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사실 선정성을 노린다면 이 게임 말고 이미 더 좋은 게임들이 있었다).

[천사의 제국2]
그런데, 미소녀라는 부분도 사실 그렇게 미소녀 같이 보이지는 않고 오히려 ‘파워돌’ 시리즈가 더 미소녀 전략 시뮬레이션에 가깝다고 보인다. 물론 두 게임 모두 “전략성”만 놓고 본다면 상당히 잘 만든 게임이다.

“천사의 제국” 게임의 경우 1편이 조용히 인기를 얻고 2편이 나오자마자 기존에 1편을 했던 게이머들과 그들이 귀가 따갑게 칭송하는 것을 구경만 하던 사람들까지 합세하여 대 흥행을 일으켰다. 그 이후에 비슷한 게임으로 인기를 얻은 것이 ‘파랜드 택틱스’ 시리즈이다. 보다 더 정교한 그래픽에 세심한 연출로 기존에 ‘천사의 제국’ 게임을 했던 분들이라면 다시 ‘파랜드 택틱스’ 시리즈로 밤을 불태웠을 것이다. 두 게임은 종종 비교 대상이 되기도 할 만큼 구성이나 진행 방식이 비슷하다(그 이전에도 비슷한 게임은 많이 있었지만..).

[파랜드 택틱스2]
‘파랜드 택틱스’ 게임 또한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캐릭터를 키워 나가는 RPG적인 재미 요소에 더해 전투 장면 역시 볼거리를 제공하는 재미있는 게임이다. 아직도 이 게임을 추억 삼아 꺼내서 즐기는 분들이 있는 것을 보면 역시 “명작은 영원하다”던가 하는 광고 문구가 생각난다.

■ 필자의 잡소리
‘천사의 제국’ 시리즈가 한창 인기를 얻을 무렵 국내에서는 슈팅이나 RPG게임들이 개발 중 이거나 출시된 게임들이 몇 개 있었다. 그때 당시 ‘그날이 오면’ 시리즈나 ‘폭스 레인저’, ‘일루전 블레이즈’ 같은 슈팅 게임들이 있었고, 몇몇 RPG 게임들이 명맥을 이어 나가던 시절이었다. 제대로 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하나 내놓지 못하는 국내 게임 업계에 아쉬운 마음에 원망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응원도 했지만, 결국 끝내 필자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국내 패키지 시장은 사멸(死滅)하고 PC 온라인 시장으로 이동하였다.

다행히 PC 온라인 게임으로는 어느덧 세계에서 알아주는 수준까지 올라왔고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뿐만 아니라 게이머 역시 ‘프로게이머’라는 신종 직업을 만들어내며 전 세계에서 한국 선수가 출전하면 일단 우승한다는 “안 봐도 금메달” 같은 재미없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자랑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는 추억의 게임 “천사의 제국”]
하지만, 지금도 필자의 유년 시절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추억 삼아 얘기할 수 있는 국산 게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이 늘 아쉽다. 또한 그럼 게임을 필자 역시 만들지 못 한 것에 대해서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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