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네가 쓴 거라고?”였다. 

필자가 첫 ‘게임별곡’을 연재를 제안한 2013년 3월 27일 이후 많이 일이 생겼다. 칼럼 끝 부분의 프로필에 ‘김대홍’이라는 이름을 보여줘고 다시 “이게 진짜 너라고?”였다. 

2012년 3월 3일 정식 오픈한 게임톡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다. 제가 알고 있는 게임톡의 10년은 ‘게임별곡’ 연재 연대기와 다름없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게임들을 소개하고 싶은 욕망과 생각나는 대로, 밀려있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무엇을 먼저 써야 할지 고민되었지만 단 한번도 마감(매주 목요일)을 어긴 적이 없었다. 

이 같은 ‘게임별곡’에 새겨진 게임만 230회...게임톡에서는 “최고 연재칼럼”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만큼 독자와 가독성, 화제가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덕담을 해주었다.  

필자는 5세에 게임에 입문한 게임 경력 거의 40년이 되는 게이머이자 개발자다. 2013년 4월 17일 1회 ‘원숭이섬의 비밀1’을 연재를 시작했다. 총 8년 동안 시즌 1 - 100회, 시즌 2 – 203회였다. 이후 27개가 추가되었다. 

마치 친정 같은 게임톡에서 10주년을 맞아 특별기고를 부탁해왔다. 제목은 ‘게임별곡’ 필자의 최애게임 TOP10은?‘ 그렇다. 수 백회의 칼럼은 필자의 게임의 분신들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걸러내는 것은 고통과 즐거움이었다. 
 
10년을 한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 남았다는 것은 단지 ‘10’이라는 숫자를 뛰어넘는 아주 많은 의미를 지닌다. 게임톡이 이제 10년을 지나왔으니 다시 또 앞으로의 10년을 대비할 것이다. 

이 특별기고는 필자의 게임에 관련 편력과 즐거움에 대한 헌사다. 그리고 게임톡의 10주년을 축하하는 필자를 사랑해주었던 독자들과의 추억여행이기도 하다.

■ 모여봐요 동물의 숲...10년간 가장 오래, 가장 많이 한 게임

아울러 창간 1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10년간 필자가 해본 게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 하나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게임을 해봤지만 가장 오래하고 가장 많이 한 게임은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모동숲)”이다. 

모동숲은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발매한 게임으로 전체이용가 등급의 게임이다. 말 그대로 온 가족 모두가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등급만 전체이용가인 게임 중에는 실제 게임을 즐기는 유저층이 특정 구간에 한정되는 경우도 많다. 모동숲은 말만 “전체이용가” 등급이 아니라 실제로도 다양한 연령층이 즐기는 게임이다. 

[동물의 숲 마을 친구들]
[동물의 숲 마을 친구들]

모동숲은 2021년 12월 31일 기준으로 3762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할 만큼 대중적인 게임으로 판매량이 이 게임의 위치를 확인하게 해준다. 그리고 최근 ‘메타버스’열풍을 타고 메타버스 관련 게임으로 소개하는 경우도 많아져 다시 한번 유명세를 타고 있다.

모동숲은 친구들과 더불어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낸 게임이기도 하지만, 필자의 대학 졸업에도 큰 도움을 준 게임이기도 하다(늦은 나이에 졸업했다). 필자의 대학 졸업 논문 주제가 ‘메타버스’였는데 그 때 모동숲과 관련된 경험과 지식이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필자에게는 지난 10년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이 되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20세기에 정립되었지만 정작 그 단어가 생활 속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21세기인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것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영향이 크다. COVID-19를 기해 삶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집합금지 등 생소한 삶의 모습들이 나타나기도 시작했고 어쩔 수 없이 외부 활동에 제한이 생기면서 대체재인 다양한 미디어 상품들이 재도약의 시기를 맞이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것은 당연히 게임 시장이었다.

[다양한 연령층의 게임 친구들]
[다양한 연령층의 게임 친구들]

특히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닌텐도 스위치 게임기 품절 사태까지 일으키며 정가의 몇 배를 주고도 살 수 없던 때가 불과 얼마전의 일이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외에도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등 다양한 메타버스 게임이 거론되지만 ‘모여봐 동물의 숲’을 메타버스의 메타버스의 가장 범용적인 사례로 꼽는 이유는 여타의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 성별과 연령에 영향을 받는 정도가 가장 덜하기 때문이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이 메타버스의 사례로 주로 손꼽히며 거론되는 이유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범용성에 있다. 범용성은 여타의 다른 게임들에 비해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이 가진 가장 강력한 차별화된 경쟁요소다. 

다른 게임들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즐겨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분포도에 있어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다른 게임들과 연령층 분포에 있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다수의 온라인 구성원들과 자신의 취향을 지속하고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 금방 흥미를 잃게 되는 콘텐츠의 특성상 바로 여기에 메타버스가 가야할 궁극적인 지향점인 '범용성'이 있다. 성별과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범용성이야 말로 메타버스가 지녀야 할 포용점이자 궁극적으로 목표로 해야 하는 도착점이다.

[동물의 숲 – 1540시간]
[동물의 숲 – 1540시간]

필자 역시 다양한 연령층과 함께 모동숲을 즐긴 시간이 1540시간이 넘었고 그 시간만큼의 경험과 추억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필자의 섬에 놀러 오는 게임 친구들 중에는 10세 미만의 저 연령층도 있었고,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의 친구분들도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 모두가 나이에 상관없이 모동숲의 세계에서는 동등한 입장에서 각자의 취향대로 게임세상을 즐기고 있었다는 점이다.

[동물의 숲 가상 캠퍼스 졸업식 - https://awol.junkee.com/animal-crossing-graduation-ceremonies/84686]
[동물의 숲 가상 캠퍼스 졸업식 - https://awol.junkee.com/animal-crossing-graduation-ceremonies/84686]

모든 연령층이 함께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장르 게임의 이런 사회적 기능은 현실에서 접하기 어려운 많은 상황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장점을 살린 게임 속 가상세계의 예시로는 미국 캘리포니아대와 펜실베니아 주립대 등이 COVID-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금지에 따라 등교를 못하게 되자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 안에 대학 캠퍼스를 만들고 수업을 하면서 친구들을 만났던 사례가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경우 졸업식도 가상의 게임세상에서 진행을 했던 사례가 있는데 이전과 같이 현실세계에 모여 학위 수여식을 하는 집합이 금지된 상황에서 모동숲 게임에서 가 졸업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COVID-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금지, 자가격리 등으로 현실 세계의 공간에 모이지 못하게 되고 일생의 중요한 통과의례 중 하나인 대학 졸업식이 진행되지 못하게 되자 온라인으로 접속이 가능하며 다수의 사용자가 한 공간에 모일 수 있는 집합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한 게임안에 졸업식 무대를 꾸몄다. 

이는 각기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사람들의 물리적 거리의 제한을 극복할 수 있게 했고 같은 공간에 집합을 했다 해도 그것이 실제 현실에서의 집합이 아닌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디지털 캐릭터로서의 모임이었기 때문에 COVID-19로부터도 안전한 아주 좋은 방법으로 제안되었다.

[서로 과일 나누기]
[서로 과일 나누기]

이처럼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에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인 대부분 현실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다. 물론 게임의 콘텐츠적 특성상 현실과는 사뭇 다르게 표현된 과장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수집해서 도구를 만들고 그렇게 만든 도구를 사용해 낚시나 채집 활동을 한다. 

이것은 현실세계에 기반한 정의적 구현요소이기 때문에 충분히 납득할 만한 정도의 수준으로 충분히 현실적이라 느껴질 수 있도록 잘 구성되어 있다.

[친구들과 한 겨울 캠핑]
[친구들과 한 겨울 캠핑]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속에서는 삽을 이용해 땅을 파서 꽃도 심고 나무도 심고, 묘목에 물을 주기 위해 물조리개를 만들어 물을 주기도 하며 과일이 열린 과실수는 흔들어서 과일을 딴다. 

과일은 먹을 수도 있고 마을 주민이나 온라인 접속으로 방문한 친구에게 선물로 줄 수도 있으며 땅에 묻으면 묘목이 자라난다. 잡은 물고기나 곤충들은 박물관에 기증할 수도 있고 선물로 줄 수도 있고 팔아서 수익을 만들 수도 있다. 

현실에서 완벽히 이탈한 이세계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만난 친구들은 가상공간의 서로 다른 인물들이지만 중요한 점은 이들은 실제 세상에 현존하고 있다는 점이며 이들은 자신들의 소프트웨어적 대리인(아바타)을 통해 가상공간의 세상 속에서 사회적이든 경제적이든 인간적인 교류를 하고 현실세계의 은유를 사용하며 물리적으로 제한없이 사회적 구성요소를 이루고 있다.

[친구들과 별 보며 소원 빌기]
[친구들과 별 보며 소원 빌기]

필자와 친구들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지내는 관계로 자주 만나기는 어렵지만 휴일이나 저녁 시간에 ‘모동숲’에서 만나 그 동안 하고 싶었던 낚시도 하고 수영도 하고 별을 보며 소원을 빌기도 했다. 

‘모동숲’의 유일한 아쉬운 점이라면 음성통화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SNS(소셜네트워크)의 그룹콜 기능으로 해결했다. 그렇게 필자와 친구들은 거의 매일 저녁 모동숲에서 만나 그룹통화를 하면서 실제처럼 웃고 떠들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현실 세계의 많은 부분이 게임 안에 들어온 것이다. 게임 속에서는 그 동안 쉽게 하지 못했던 일들도 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해변가에 비치에 누워 낮잠을 즐기기도 했다. 서로 새로 나온 레시피가 있으면 공유했다. 희귀한 물건이 나오면 선물해주기도 하는 등 실제와 같은 디지털 라이프를 즐겼던 것이다. 

지금도 많은 게임들이 현실 세계의 기능들을 게임 안에 접목시키고자 하고 있는데 메타버스의 근간은 바로 현실과 디지털 콘텐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그 접점에 있다.

물론 게임 속 세상에서만 살았던 것은 아니다. 모동숲을 하다 보니 정말로 자연을 즐기고 싶어졌고 바쁘다는 핑계로 일에만 파묻혀 살던 필자는 모둥숲처럼 재료를 모아 새로운 마법지팡이를 만들어 실제 세계의 자연으로 찾아갔다. 현실이 게임안에 들어온 것처럼 게임이 현실로 확장된 것이다. 이제 모동숲에서 했던 일들을 현실에서도 하나씩 해볼 차례이다.

어느날 필자의 사무실을 찾았던 70이 넘은 손님이 필자가 '모동숲'을 하는 것을 보고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게임을 간단히 설명한 후에 직접 패드를 쥐어 주고 낚시를 해보라 했다.

이와타 사토루. http://www.elmundotech.com/satoru_iwata_nintendo_001.jpg
이와타 사토루. http://www.elmundotech.com/satoru_iwata_nintendo_001.jpg

사업에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 분은 메타버스의 첫 발을 내디뎠다. 특히 건축업에 종사하는 그 분께서는 게임 안에서 토목공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고 너무나 신기해했고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현실에서 쉽게 하지 못해 아쉬웠고 세대간 장벽을 뛰어넘기 힘들어 하던 그 분은 요즘 매일같이 시간을 내서 그 동안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쉬웠던 손녀와 함께 '모동숲'에서 만나고 있다고 한다.

굳이 메타버스니 하는 어려운 것들을 갖다 붙일 필요도 없다. '모동숲'은 현실에서 함께 하고 싶었던 많은 일들을 게임 속 세상에서 함께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고 아울러 게임 속 세상에서 즐겼던 많은 일들을 다시 현실로 돌아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는 것으로 이미 게임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세상에는 많은 게임이 있다. 모든 게임은 게임으로서의 재미와 가치를 지녔지만 때로는 게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게임도 있다. '모동숲'이 바로 그런 게임이다.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이런 일들이 할 수 있는 게임의 가능성을 믿었고 게임의 순기능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 그 해답을 우리에게 보여준 이와타 사토루에게 다시 한번 지면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글쓴이=게임별곡 필자 김대홍 schnaufer@naver.com

한라산과 마법 지팡이. 사진=김대홍
한라산과 마법 지팡이. 사진=김대홍

김대홍 프로필
[사업]
디에이치홀딩스
디에이치인베스트먼트 
디에이치산업개발
대표이사 

[학업]
제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과정
[취미]
한라산 등반, 오름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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